홍길동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200권째를 맞았다. 한국에서 세계문학전집이라는 타이틀로는 처음이다. 1999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시작으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11년간 600만부 가량의 판매성과를 올리며 한권 한권을 늘려나가고 있다. 더욱이 국내 최초로 세계의 거장들과 직접 계약하고, 번역의 오류를 대폭 교정한 완역판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한 출판사의 쾌거이기도 하지만 한국 출판계의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는 희망의 소식이기도 하다. 11년 동안 지속된 민음사의 노력과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고전을 많이 번역 출간해주기를 기대한다.

  출판사에서는 200번째 책으로 국내소설 『홍길동전』을 선택했다.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거대한 형용문구로 강렬히 각인되어 왔던 허균의 『홍길동전』은 이미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고전소설이다. 『홍길동전』 자체의 분량이 많지 않기에 완판 36장본과 경판 24장본을 함께 실었다. 그 외에 부록으로 완판 36장본의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영인본을 수록하기도 했다. 그만큼 풍성하다.

  『홍길동전』의 스토리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저자 허균은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금기의 내용을 간명한 서사에 기백있게 표현했다.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의 모순을 지적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강한 열망을 그렸다. 더욱이 홍길동이라는 한 영웅의 출현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임진왜란 이후 조선 내 산적한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사회소설의 형태도 띄고 있다. 불교계의 부정부패, 위정자들의 무능, 신분제와 적서 차별의 모순성, 탐관오리의 횡포 등 그 당시 조선사회를 병들게 했던 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소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금번 민음사 버전의 『홍길동전』은 완판과 경판이 함께 실려 있어 두 가지를 비교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본래 완판은 조선 말기 전주에서 간행된 목판본이다. 전라도 지역 사투리가 돋보이고 긴 묘사를 사용함으로써 경판에 비해 내용이 풍부한 특징이 있다. 그에 반해 경판은 서울본으로서 묘사가 간략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홍길동전』의 경우도 이러한 완판과 경판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완판이 구체적인 내용을 구수하고 감칠맛 나게 표현해내고 있다면, 경판은 매끄럽고 부드러운 문장으로 간결하게 표현했다. 

  무엇보다 우리시대 최고의 역사소설가 김탁환의 손끝에 의해 번역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새롭다. 수많은 역사소설로 역사에 대한 재미와 감동을 문학적 차원에서 접근해온 김탁환이야말로 고전 『홍길동전』을 21세기 버전으로 다듬는 데 가장 적확한 작가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의 역량을 충분히 입증시키듯 옛문장을 매우 매끄럽게 풀어 옮겼다. 또한 백범영 화백이 그린 20여점의 삽화는 소설 읽는 재미를 돋운다. 완판 36장본 곳곳에 글을 수식하고 보완하는 삽화가 적절히 배치되어 고전 『홍길동전』의 재미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어느 시대나 고전은 만들어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훗날 '고전'이라 불릴 위대한 작품들이 탄생되고 있다. 이권우의 주장대로 고전은 한 시대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적 화두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다. 이것이 없는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그러기에 고전은 뜨겁다. 또한 열정적이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뜨겁고 열정적인 고민과 성찰은 모든 고전이 갖는 교집합이다. 한 시대의 사회상에 대한 근본적 모순과 오류를 용기있게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 『홍길동전』이 읽혀져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시대가 혼란스럽다. 조선시대와는 또 다른 고통과 번민이 한민족族 후손들을 힘들게 한다. 국가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져만 가고, 행복지수는 시대의 흐름과 반비례하며, 우리사회에 관용과 배려는 실종되고 있다. 400년 전의 천재 소설가 허균은 절망 속에서 영웅과 유토피아를 그림으로써 어두운 현실을 벗어나고자 했다. 과연 작금의 시대에서 '율도국'은 어떤 세상으로 풀이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한 가운데 행복의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천국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현재의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직시하며 400년 전의 고전 『홍길동전』의 존재성을 사유한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