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두 번 떠난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일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기에 즐겨 읽지 않는다. 그나마 눈여겨 보는 작가가 몇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요시다 슈이치다. 남자 작가면서도 여자의 마음을 섬세히 그려내는 슈이치의 필치에 평소 잦은 공감을 갖곤 했다. 많은 독자들은 그의 뛰어난 동성적同性的 감수성이 잘 녹아든 문장을 통해 가슴을 일렁인다. 그러나..

  그의 신작 『여자는 두 번 떠난다』는 평소 그가 그렸던 '슈이치표' 연애 서사의 맥을 벗어나지 않는다. 총 11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스물을 갓 넘긴 남자들을 주인공으로 다양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준다. 슈이치 특유의 촉촉한 문장과 섬세한 묘사는 여전하다. 하지만 전작에 이은 답습에 불과하다. 보다 새롭고, 아이러니하며, 사랑의 다른 원형을 찾고자 했던 기대는 밋밋한 텍스트 앞에서 초라해진다.

  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논하는 데 있어 작품 연대기를 살펴보는 것은 꽤 소중하다. 작가가 쏟아낸 텍스트의 시간적 배열을 통해 그의 문학적 진보는 물론 삶적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요시다 슈이치의 『여자는 두 번 떠난다』는 밋밋한 텍스트다. 오히려 예전작 『7월 24일 거리』보다 한참 퇴보했다.

  슈이치는 여러 여성상을 소개한다. 각기 개성을 지닌 여성들의 특성과 그녀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발산하는 남자들의 순수한 감정을 결합시킨다. 하지만 전형성은 없고 각기 의미없는 아우성에 불과하다. 마음보다 몸이 우선하는 육체적 행위로서의 남녀 관계 설정, 각 인물의 고유한 개성을 외면한 삼류 드라마틱한 저차원적 단편 서사들, 행간의 의미는 짚어볼 필요조차 없는 일본소설 특유의 식상한 스토리텔링 등은 이 소설의 밋밋함을 선연히 보여주는 것들이다.

  문학은 인간을 바꾸기 어렵고, 세상을 변화시키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엿보고, 삶의 원형을 탐구하며, 참다운 인생을 질문한다. 그렇기에 세계를 변혁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도출한다. 유희와 교훈을 동시에 선사하지 못하더라도 문학은 최소한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매순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한낱 청춘남녀의 연애담이라 할지라도 작가의 고민과 혼신이 담겨진 주관적 언론은 결코 가벼운 텍스트를 분출하지 않는다. 

  양질의 형편없는 활자를 이쁜 표지와 하드커버로 두르고, 유명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비합리적 가격으로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밉다. 이런 경향은 일본소설에서 유독 많이 발견된다. 종이와 독자에 대한 예의가 결락된 출판사들의 행태는 씁쓸하다. 이런식으론 곤란하다. 싸구려 연애 담화를 읽을 만큼 독자의 시간은 넉넉치 않고 지갑은 두껍지 않다. 

  리뷰 쓰는 것도 부끄럽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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