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과 서 - 동양인과 서양인은 왜 사고방식이 다를까 - EBS 다큐멘터리
EBS 동과서 제작팀.김명진 지음 / 예담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수년 전 어머니께서 허리가 아파 고생하셨을 때를 기억한다. 당시 어머니는 허리와 다리가 동시에 아파서 신경외과를 안방 드나들 듯하셨다. 엑스레이와 CT촬영을 통하여 원인을 분석했고, 의사에 지도에 맞도록 착실하게 물리치료를 받으셨다. 하지만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차도는 보이지 않았다. 수술 외에는 답이 없다고 대부분의 여론이 모아졌을 때 누군가의 소개로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셨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몇 번 맞지 않고 어머니의 허리 통증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나는 그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바늘 같이 생긴 얇은 쇠붙이를 사람의 몸에 꼽았다고 해서 어떻게 그리 말끔하게 병이 치료될 수 있는지 의아했다. 침술은 이미 서양 의학에서도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고차원적 의술로 평가받고 있다. 사람의 몸은 전체적으로 기氣로 연결되어 있으며 기가 얼마나 잘 열려있고 역동하는지에 따라 건강은 판가름 난다는 게 동양 의학의 기본 전제이다. 침술은 이러한 기를 다스리는 의술이며 현재의 서양 의학으로는 풀 수 없는 다양한 병들을 침을 통해 치료하고 있다.

  이러한 동서양 의학의 차이는 근원적인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가름하는 좋은 실례가 된다. 동양은 전체를 중요시하는 반면 서양은 개체를 소중히 여긴다. 동양의 사람과 문화, 습속과 예술은 철저히 '전체'의 관점을 지향한다. 반면 서양은 전체를 이루고 있는 개체들을 분석화하여 각 사람이나 물체 자체의 존재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러므로 동양에서는 인간이 사회와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함께 일체를 이루려는 집단주의와 물아일체의 정신이, 서양에서는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눈앞에 펼쳐진 세상을 분석하려는 개인주의와 과학이 발달하게 되었다.

  예담출판사에서 출간된 『동과 서』는 바로 이러한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흥미있게 소개하는 책이다. EBS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것을 책으로 출간한 것인데, 다양한 실험 사례와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동서양의 본질적 상치를 잘 구분했다. 문화, 습속, 언어, 예술, 인성, 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각도에서 동서양의 차이점을 증명한다.

  이 책은 독특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제시한 주제에 대한 실험과 테스트를 먼저 소개한 뒤, 이를 풀어서 설명하고, 전문가와 석학들의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부언한다. 특히 인터뷰 전문가들을 동서양에 걸쳐 골고루 소개하고 있어 균형적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도판을 통한 다양한 실험을 독자를 피험자로 삼아 실행한다는 점이다. 책 속에 담겨진 많은 테스트를 통과할 때마다 어찌나 정확히 동양인인 내 자신의 선택을 미리 예고하는지 신비스럽다. 저자는 동양은 한국·중국·일본의 동아시아 3국(유교·한자 문화권)을 기본으로 삼았고, 서양은 미국·영국·호주 등을 샘플링했음을 밝혀둔다. 오래전부터 유교와 한자로 동일한 문화권을 형성했던 동아시아 3국인들의 사고방식이 비슷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독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 실행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흥미를 배가시킨 점은 이 책의 강점이라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존재한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만을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의 내용은 시종 동서양을 대극적으로 분리할 뿐이다. 동양과 서양의 조화나 작금의 시대에 필요한 문명에 대한 올바른 식견 등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과거와 현재까지의 사실적 정보의 전달에만 그칠 뿐 미래를 내다보며 독자에 요구하는 논설이 없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아쉬운 결핍으로 지적된다.

  한 때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과 옥시엔탈리즘(occidentalism)에 대한 활기찬 담론 형성이 이뤄졌었다. 하지만 빛의 속도로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 펼쳐지는 작금의 시대에서는 동양과 서양에 대한 단선적인 가치 우위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조화'에 있다. 개체 자체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서양의 시각과 각 개체 간의 관계와 그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계를 탐구하는 동양의 관점이 서로 조화와 화합을 이룰 때에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힘있고 지혜로운 문화가 탄생되리라 나는 믿는다. 서양인이나 동양인이나 모두 같은 인간이며, 모든 문화는 결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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