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공식 - 인생을 변화시키는 긍정의 심리학
슈테판 클라인 지음, 김영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어려운 책을 읽었다. 쉽지 않은 내용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부담이자 도전이다. 하지만 마지막장을 넘겼을 때 오는 앎의 크기과 만족의 포만감을 확인할 때면 읽을 때의 부담감은 어느새 산산조각 나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의학, 철학, 심리학, 물리학, 뇌과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 한 권의 인문서는 책의 첫장을 넘기자마자 과학적인 용어들로 독자를 난사한다. '행복의 공식'이라는 편안하고 부담없는 책제목은 일독한 후의 느낌을 적용해볼 때 내용과는 다소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인문학에서 찾는 행복', ' 과학과 행복의 상관 관계' 정도가 책제목으로 적확하다고 여겨질 만큼 학술적 내용이 즐비하다. 하지만 고통이 큰 만큼 영광도 크다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세상의 속담을 위안 삼아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갖고 완독하기에 이른다.

  슈테판 클라인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행복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어서도 변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 노력으로 행복을 지향하는 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우 다양한 과학적 실험을 소개하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뇌의 구조 및 각 기관의 역할, 수많은 인체 호르몬의 종류와 그 기능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책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과학 용어는 '앞이마뇌(전두엽)'와 '도파민'이다. 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와 책이 전달하는 내용과의 연결적 중요성과는 대개 비례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성경에서 '다윗'이라는 인물명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라는 사실 자체가 신의 구속사역에서 다윗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임을 자연스럽게 입증하듯이 이 책에서 앞이마뇌와 도파민을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 또한 인간의 행복을 조정하는 가장 소중한 두 가지 기제임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불행은 부르지 않아도 온다. 그러나 행복은 노력을 해야만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공포나 분노 또는 슬픔은 외부세계의 위험에 대한 답변인 반면, 쾌적한 감정은 우리를 좀더 가치 있는 상태로 유혹하기 위해 자연이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p. 50>

  행복은 결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철저한 노력에 의해서 얻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행복에 이르는 길의 비밀은 결단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다"라는 달라이 라마의 명언으로 자신의 주장을 부연한다.

  간뇌와 뇌하수체의 역할과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호르몬의 방출 기작 등의 지루한 의학적 설명부터 '바람 피우는 이유', '담배 끊기 어려운 까닭' 등의 흥미있는 과학 이야기까지 시종 행복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사회적 담론들을 줄지어 기술한다.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 고개가 주억거리는 흥미있는 두 가지 테마가 있어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불행으로 이끄는 6가지 착각>이라는 테마로 행복에 대한 잘못된 인식 여섯 가지에 대해 소개한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착각 하나 : 만족을 행복으로 여기다.
사회심리학자 노버트 슈워츠(Norbert Schwarz)의 실험을 통하여 만족하는 것과 행복한 것은 다른 개념이며 이를 동일시하여 착각에 이르는 자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려주고 있다.
착각 둘 : 최고의 순간은 길수록 좋다.
미국 프리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실험은 "뇌가 입력하는 것은 단지 감각적 느낌의 절정과 그 느낌이 줄어들기 직전의 마지막 몇 분일 뿐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을 입증한다. 결국 남게 되는 것은 마지막 인상이므로 뇌는 행복한 결말을 원한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꽤나 들뜬 파티에서 만약 가장 즐거운 순간에 집에 가겠다고 일어선다면 당신은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예로써 설명한다.
착각 셋 : 최악의 상황은 미리 생각해두어야 한다.
비관적인 기대는 우리의 삶을 기억보다 더 심하게 일그러뜨린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사회심리학자인 빅토리아 메드체크(Victoria Medcec)와 앨런 파두치(Allen Parducci)의 관찰과 이론을 통하여 이를 확인시킨다.
착각 넷 : 행복에는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다.
"그저 행복하기만 원한다면 그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길 원한다면 그것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보다 더 행복한 상태로 상상하기 때문이다."라는 철학자 몽테뉴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는 사람은 지는 사람이라고 역설한다.
착각 다섯 : 질투는 당연한 감정이다.
"난쟁이는 언제 기뻐하는가. 자기보다 더 큰 혹을 달고 있는 다른 난쟁이를 보았을 때."라는 동유럽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속담을 인용하여 인간 안에 깊숙이 스며있는 질투의 감정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러한 만족은 지속되지 못하며 "나폴레옹은 카이사르를 질투하였고, 카이사르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질투하였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아마도 헤라클레스를 질투하였을 것이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를 말이다."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의 말을 인용하기도 한다. 더욱이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인 에펙테토스(Epiktetos)의 악담을 예로 소개하며 질투라는 감정이 당연한 감정이라는 공식을 차단하는 논지를 펼친다.
착각 여섯 : 사회적 성공이 행복을 보장한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들에서 발표된 논문 150여편은 한결같이 동일한 결과에 다다른다고 말한다. 돈은 만족을 가져다주지만 그 효과는 아주 미미하다는 것이다. 월급 액수가 몇십만원 또는 몇백만원 더 올라간다는 것은 일반 샴페인과 그해 최고의 샴페인을 마시는 것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 다시 말해서 그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위와 같이 여섯 가지 행복에 대한 착각을 언급한 뒤 이에 대한 탈출구 두 가지를 연이어 소개한다. <다른 사람을 모델로 삼지 말라>와 <행복 일기 작성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선사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인 스스로 알아내야 하며 인생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해 동일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님을 설파하면서 이 테마를 마무리한다.

 
두 번째 테마는 <심리적 만족을 위한 마법의 삼각형>이다. 저자는 각 나라의 행복지수를 1인당 소득(구매력평가환율 기준)을 기준으로 개발도상국, 선진국으로 구분하여 도표화한다. 돈과 행복 사이의 아이러니, 미국 펜실베니아주 동쪽의 작은 도시 로제토시의 발전 과정, 경쟁보다는 연대의 중요성, '나-주식회사'보다 공동체 인식의 중요성, 신뢰에 기반을 둔 시민의식, 실업이 가져오는 무기력, 자기결정의 축복, 민주주의의 강점 등 다양한 소주제를 통하여 삶에 대한 심리적 만족을 이루는 마법의 삼각형을 설명한다. 정리하자면 '시민의식', '사회적 균형',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 이 세 가지가 한 사회 구성원들의 심리적 만족감을 이루는 마법의 삼각형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테마 외에도 행복에 대한 소중한 지혜의 양식이 많이 담겨 있다. 처음 책장을 넘길 때 뇌의학 참고서가 아닐까 할 정도로 전문적인 뇌지식이 소개되다가 호르몬의 종류와 역할로까지 설명이 이어진다.  대입 수험생에게 과학 과외를 시키듯 호르몬 이야기로 일관하다가 다양한 동물적 실험을 소개하기도 한다. 또한 고대 철학자들이 주장한 명언에 반기를 들기도 하며, 책의 말미에는 정치학과 사회학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 책은 '행복의 공식'을 설명하기 위해, 엄밀히 말하면 '입증'하기 위해 뇌의학에서부터 사회학까지 이르는 인문학 전 분야를 두루 경유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중국인들이 100년을 기다렸다는 베이징올림픽이 개막했다. 웅장한 개막식과 화려한 성화 점화보다 더욱 내 관심을 끄는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선수단 입장 장면이었다. 두 시간이 넘게 204개국에 달하는 각국의 선수단이 입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지구상에 정말 많은 나라가 있고 각기 다양한 환경과 여건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204개국 중에서 단연 흥미있게 다가온 나라가 있었는데, 남태평양의 자그만 군도 바누아투 공화국이었다. 30만이 되지 않는 인구와 1인당 GDP가 고작 1500달러밖에 되지 않는 열대성 기후의 이 자그만 최빈국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고 한다. 덥고, 조그맣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바누아투 공화국의 국민들은 왜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하는 걸까. 왜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들일까. 그 이유는 행복의 본질이 외연이 아닌 내포에 존재하고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 아닐까. 경제적 가치 위에 있는 행복이라는 소중한 비밀을 천착키 위해 『행복의 공식』은 꼭 필요한 책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내용 자체가 전문성이 많아 쉽게 읽히는 책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초반부의 과외 수준에 이르는 의학 참고서와 같은 지난한 터널을 통과할 수만 있다면 중후반부터 이어지는 달짝지근한 행복학 개론과 조우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초중반의 지루한 의학 담론이 전혀 필요없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철저한 과학적 실례와 논리적 입증을 토대로 구성된 책이기 때문에 앞부분의 쓴맛과 뒷부분의 단맛을 균형있게 섭취해야 이 책이 선사하는 영양분을 제대로 소화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는이의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밋밋한 정보의 전달밖에는 되지 못한다. 이에 대한 부담을 느낀 탓인지 저자는 행복을 찾아나서는 길에서 가장 중요한 연습은 바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임을 책의 말머리에 강조해놓는다. 굉장히 유의미한 문장이다. 지구상에는 60억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따라서 행복에 이르는 길 역시 60억 개가 된다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행복의 공식을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본질을 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 행복에 이르는 공식은 바로 자기 자신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에.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