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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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독교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섬기기 시작한 교회를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중간에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끝내 이탈하지 않고 한 교회를 섬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담임목사님의 영향이 컸다. 평소 목사님의 목회관과 인간미에 강한 매료를 느낀다. 우리 목사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대언자로서 설교관이 자못 인상적인데, 현재 선포하는 설교가 자신의 마지막 설교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훗날을 기약하며 아껴두는 설교가 아니라 지금 현재에 충실한 '마지막' 설교. 목사님의 설교관이 이렇기에 성도들의 마음가짐 또한 특별하다. 오늘이 아니면 목사님의 설교를 다시는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전심을 다해 듣는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는 설교가와 지금 듣는 설교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경청하는 성도들. 이러한 전파와 수용의 아름다운 조화를 기반으로 우리 교회는 소소하면서도 모범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인간으로부터 강한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 여행, 마지막 식사, 마지막 사랑, 마지막 파티 등 '마지막'이라는 세음절의 어휘가 주는 어감은 특별하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여태까지 지속되어 왔던 것의 중단을 의미하며, 동시에 이젠 더 이상 실행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현재적 상황을 강조할 때 사용되지만, 미래에 맞닥뜨리게 될 상실을 전제한다는 차원에서 '슬픔'을 내포한다. 근원적으로 '마지막'은 슬픈 단어다.

  『마지막 강의』는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후 인생의 마지막 강의를 실행한 카네기멜론대학 랜디 포시 교수의 강연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 랜디 교수는 가족을 남겨두고 죽음 앞에 직면한 한 남자의 우울한 현재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힘있는 긍정으로 꿈과 희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요소들에 대해 강의하는 저자의 목소리에는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한 인간군상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의 동영상을 시청했고, 오프라 윈프리 쇼와 ABC 등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 책은 결국 자기계발서의 전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진실하라", "최선을 다하라", "열정을 가지라", "포기하지 마라", "겸손하라" 등. 이런류의 주문들은 이미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접하지 않았던가. 별반 다를 것 없는 전형적인 자기계발류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특별한 점은 자신의 세 아이들로부터 훗날 기억되고자 하는 아버지의 여망에 있다. 책 속에서 자주 소개되는 어린 세 자녀에 대한 저자의 사랑 고백은 잊혀질지도 모르는 아버지로서의 근심과 희망이 동시에 드러나 있어 웅숭깊다.

  살아있을 시간이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을 말기 암환자가 자신의 제자들 앞에서 꿈과 희망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타인을 가르치는 자로 살아온 교육자로서의 의무감이 활자 속에 깊게 배어 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과거를 재료삼아 미래를, 무료한 현실보다 당찬 꿈을 설파하는 랜디 교수의 외침은 감사를 모르고 살아가는, 그리하여 최소한의 꿈과 기회조차 놓치는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들어야 할 목소리일 것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또 들었던 자기계발의 상투적 내용과 매끄럽지 못한 번역이 다소 아쉽지만 죽음의 직면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가족과 타인에게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랜디 교수의 열정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아내와 세 자녀를 너무 사랑하면서 자신의 제자들과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긍정을 전하는 한 중년 교수의 '마지막' 강의. 참 아름답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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