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
마쓰후지 타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 원앤원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은 대략 두가지로 가름된다. 당분간 미국의 헤게모니가 흔들리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하나이며, 조만간 미국 패권주의의 대단원은 막이 내릴 것이라는 게 다른 하나이다. 수많은 경제전문가들과 미래학자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며 대립되어온 토론 주제이기도 하다. 일반 대중들 또한 미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 대부분 긍정과 부정으로 나눠 분리되는 분위기다. 과연 미국의 경제 헤게모니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현재를 보자. 미국 경제의 현재성은 어느 누가 뭐래도 세계 최강이다. 14조 달러에 이르는 GDP 규모는 물론, 주식 시장의 거대한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 주식 시장의 30배이고,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나이지리아 주식 시장의 5,000배에 달하는 규모다. 작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는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으며, 그 여파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일본 경제는 열이 나고, 한국 경제는 자리에 앓아 눕는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은 아닌 것이다.

  물론 미국 경제의 안정성과 건강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 상황이다. 서두에 언급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두가지의 상이한 목소리는 미국 경제 속에 내재된 은밀한 속성과 앞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어떻게 천착하느냐에 따라 갈라지기 마련이다. 일본의 투자 전문가 마쓰후지 타미스케는 자신의 저서 『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를 통해 이젠 더 이상 미국 경제의 미래에는 희망이 없음을 선포한다. 저자는 달러와 뉴욕다우지수가 곧 폭락할 것이라 예견하며 거품 경제의 붕괴 이후 건전하고 탄탄한 경제 구조를 만들어왔던 일본 경제야말로 희망이 있는 경제임을 역설한다.

  저자는 'BRICs'로 불리는 신흥 경제 대국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들 신흥 경제대국의 부흥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얼마 가지 못해 붕괴될 것이라 예견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쟁상대는 오직 미국뿐임을 강조한다. 더욱이 세계 제조업의 23%를 장악하며 미국에 맞서는 21세기 경제 패권의 핵, 중국의 존재감을 외면한다. 공산당 정권의 비투명성과 한계를 논거로 하여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무게감을 애써 재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논지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이 1조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를 가지면서, 매년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굳건히 서나갈 수 있는 배경에 중국의 대미 달러 정책이라는 연원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 경제계에 주지된 정설이다. 또한 최근 중국의 GDP 규모는 일본을 앞질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권에 진입했으며, 금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해엑스포를 통해 국제적 부흥과 발전을 꾀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쇼비니즘이 몸에 베어 있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더욱 무섭게 국제사회에서 패권주의를 꾀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중국의 현재적 주소를 재단하면서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빈곤할 뿐이다.

  중국에 대한 견해차를 제외하고는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투자에 있어 기존의 상식과 배치된 논리를 주장하고 있어 자못 솔깃하다.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오르는 것은 경제의 상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금리가 오를 때 주가도 오른다면서 기존의 경제 질서를 전복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분석까지 겸하고 있어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또한 'GSR(Gold/Silver Ratio)', '빅 픽처(big picture)', HGX(PHIX Housing Sector Index)', '강세 일치(bullish consensus)' 등 왠만한 경제전문가도 알지 못할 비주류 지표들을 소개한다. 더불어 이 지표들을 통해서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 유무를 적용해 볼 수 있음을 제시한다.

  저자는 시장을 파악하는 지표로 5가지를 신뢰한다고 언급한다. GSR, 강세 일채, 금리의 전환기, 빅 픽처, HGX가 바로 그것들이다. 이중에서 GSR 지수와 주식 시장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흥미롭다. GSR이란 은시장의 상승세를 가늠할 때 사용되는 지표 중 하나로 금가격을 은가격으로 나눈 지수이다. GSR의 수치가 '100'에 가까워질수록 금이 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은은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는 얘기다. 반대로 이 수치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은이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30년간의 통계에서 GSR 수치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이변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던 데이타를 소개한 대목은 매우 신선하다. 

  그 외에도 일반적인 투자 관련책을 통해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을 적잖이 소개한다. 주식과 펀드를 위시한 재테크에 관심있는 자에게 좋은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용어와 수치를 자주 인용하여 일반인들이 정확히 수용하기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너무 일본의 시각에서만 투자를 조명하고 있어 한국의 주식 시장과 경제 환경에 다소 어긋나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금광산업에 대한 자신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서 금·은, 현물, 금광주에 대한 강조만을 일관되게 주장한 부분은 투자 시장의 일반성을 훼손시킨다는 측면에서 성급한 일반화가 아닌지 조심스럽기도 하다.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생각과 판단으로 자산가가 되는 사람은 없다. 저자는 일간되게 설파한다. 상식적으로 행동하다 모두 함께 저 멀리 사라져갈 것임을.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비상식이 승리가 되고 상식이 패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특유의 비범한 타이밍 감각으로 인해 굴지의 부자들은 탄생되었다. 조지 소로스, 워렌 버핏, 짐 로저스, 에릿 스프롯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비록 투자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채 주관적 논지 피력에 그친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미국 경제의 어두운 미래상에 대한 구체적 조망과 이를 근거로 일본 경제에 희망을 내다보는 저자의 관점이 흥미로운 책이다. 또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비상식적 사고와 타이밍이라는 점을 곱씹게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충족된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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