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세계의 신화 아비투어 교양 시리즈 2
크리스타 푀펠만 지음, 권소영 옮김 / 비씨스쿨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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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 우주의 기원, 신이나 영웅의 사적(事績), 민족의 태고 때의 역사나 설화 따위가 주된 내용이다. 내용에 따라 자연 신화와 인문(人文) 신화로 나눈다.

  대한민국 최대 인터넷포털이 제시하는 '신화'에 대한 정의다. 신화 속에는 인류의 근원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열정이 반영되어 있다. 세계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누구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인류의 태동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인간의 갈증이 수많은 신화들의 명멸을 이끌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위시하여 각 나라별, 각 민족별로 태동된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함 그 자체이다.

  세계의 근원을 탐구하고자 했던 신화의 정체성은 수천년이 지난 작금의 시대에서도 매우 흥미있는 고전이 되어 있다. 부활절 토끼, 아더왕과 용맹한 그의 부하들, 세계를 구원한 노아의 방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헬레나 등의 이야기는 '상상력'이라는 의미 부여만으로 그 흥미의 본질을 구속하기에는 너무나 재미있고 충분히 스펙타클하다. 신화가 선사하는 페이소스는 인간의 본성 속에 내밀하고 오묘하게 존재하는 자아정체성과 종교성에서 그 색깔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권으로 읽는 세계의 신화』는 세계의 많은 신화들을 소개하는 인문서다. 이 책은 인문, 사회, 과학 등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하는 교양서를 보급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아비투어 교양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서 부담없는 적은 분량으로 세계의 신화들을 정리했다. 독자에게 알맹이 정보만을 주기 위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전달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불필요한 부언과 장황한 설명은 배제한 채, 물리적으로 가름된 카테고리 내에서 신화와 영웅의 이야기를 설명한다.

  책 속에는 많은 신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창조신화, 제물신화, 태양신화, 문명신화 등 다양한 신화들의 원류와 흐름을 설명한다. 기독교와 힌두교를 위시한 주류 종교들의 뿌리와 근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중후반부터 이어지는 신들의 이야기와 소설과 영화에서 자주 접했던 익숙한 영웅들의 활약이 소개되기도 한다. 도판의 적절한 삽입을 통해 해당 신화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뒷받침한 부분은 이 책의 장점이다.

  하지만 적은 지면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전체적으로 설명의 통일성이 미흡하다. '신화'라는 거대한 테마를 쉽게 이해하는 데에는 부족하다. 독자 중심이 아닌 철저하게 필자 중심의 서술이 그러하고, 소제목별로 끊어지는 설명의 흐름은 몹시 아쉽다. 전체적 내용을 요약하기보다 각 신화의 지엽적 부분을 발췌해 설명하는 정도여서 깊이가 덜하다. 또한 '아는 척 하기'를 비롯한 기본 설명 바깥에 있는 참고박스가 너무 많아 다소 난잡한 구성을 이루기도 한다. 

  책의 설명 구도는 더욱 산만하다.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신화를 설명하고 있는데, 설명 방식이 한 편의 신화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신화의 성격을 구분하는 테마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통일성이 떨어지고 읽는 이의 집중도를 희석시킨다. 암기를 위한 중고생 위주의 정리집으로서는 적절하지만 세계의 신화를 흥미있게 일독한다는 차원에서는 무언가 부족하다.

  고대사회를 기준으로 조망하는 신화가 현세대에서도 읽혀야 하는 이유는 현대까지를 아우르는 원형성에 있다. 우주의 태고, 인류의 탄생과 죽음, 자연환경 등 삶과 관련된 극도의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세계를 보는 넓이와 각도를 확장한다. 요컨대 신화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원형성에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이러한 신화의 보편적 속성을 발산시키지 못한 점은 '한 권으로 읽는 세계의 신화'라는 기대섞인 제목을 감안한다면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충분히 흥미있고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는 신화를 참고서화하여 건조하게 풀이한 점은 아쉽지만 읽을 대상을 명확히 한정한다면 나름 괜찮은 책이다. 신화에 다소 조예가 있는 자의 정리된 참고서로, 학생들의 교양 정리나 암기를 위한 포켓집으로, 다양한 신화들을 부분적으로 소개하며 기본적 맥락을 읽는 얇은 인문서로는 무난하다. 집에 한 권 있어서 굳이 나쁠 건 없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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