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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유 있는 '뻥'의 나라 - 황희경의 차이나 에세이
황희경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BRICs'라는 용어가 있다. 2003년 미국의 증권회사인 골드만삭스그룹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브릭스는 2000년 이후 폭발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네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많은 인구와 넓은 영토, 풍부한 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으로 세계경제의 발전에 전면에 서있다. 그 중 중국은 단연 선두다.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1인당 GDP는 이미 2,000불을 넘었으며, 3대 도시인 베이징, 상해, 광저우의 경우는 1만 불 달성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전 세계 제조업의 23%가 중국에 자리잡고 있으며, 세계자본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면서 외환보유고는 부동의 세계 1위이다. 미국이 연 1조 달러가 넘는 쌍둥이적자(재정적자+무역적자)를 맞으면서도 무리없이 서나갈 수 있는 이유가 중국의 달러 정책에 있다고 할 정도로 중국의 경제력은 막강한 힘 위에 올라 있다. 더욱이 금년에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개최되는 상해 엑스포, 그리고 2012년에는 달나라에 중국인을 올려 놓겠다는 중국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차후 중국의 헤게모니를 예견케 하는 역동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약 1년 간 한겨레신문에 '변하는 중국, 변하지 않는 중국'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것을 수정 보완하여 책으로 출간한 『중국 이유 있는 '뻥'의 나라?』는 저자 황희경 씨가 관찰하고 경험한 중국에 대한 이야기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으로의 헤게모니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아이콘을 알지 않고서는 글로벌리제이션의 도도한 흐름에 침투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 한 권의 차이나 에세이는 중국을 부담없고 흥미있게 탐구하는 안내자의 역할로 손색이 없다 하겠다.
사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거대하여 어디서부터 알아가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가 알고 경험한 내용들을 흥미있게 풀어놓아 중국을 쉽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총 스무 가지의 콘덴츠를 다루고 있는데, 정치와 문화는 물론 문학, 사상, 사회, 관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과 각도에서 중국을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저자 특유의 맛깔나는 문체와 자기 경험의 투영은 뛰어난 가독성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저자는 중국의 문학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중국의 사대기서인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는 물론 《홍루몽》과 《손자병법》, 그리고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중국문학 속에 투영되어 있는 중국인들의 습속과 성향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솔깃했던 것은 중국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홍루몽》이라는 고전과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에 대한 내용이다. 2007년 TV 드라마로 새로이 제작에 들어갈 당시 총 42만 명이 배우 선발 공개오디션에 신청할 정도였다고 한다. 《홍루몽》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중국 봉건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할 걸작 중에 걸작이라기에 조만간 읽어보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특히 저자는 루쉰에 대한 경외심이 남다르다. 책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루쉰의 글귀로 소개하는가 하면, 내용 중간 중간마다 '루쉰'이라는 이름이 적잖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중국을 설명함에 있어 루쉰은 핵심이자, 소재이자, 조미료의 역할로 수도 없이 등장하고 있다. 저자의 일관된 상찬과 함께 현실에 기반한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이자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많은 중국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루쉰의 존재감을 생각한다면, 그의 대표작인 《아큐정전》만큼은 조만간 빨리 만나야겠다는 의지가 발동된다.
비단 문학뿐만 아니라 정치의 현대사, 사회적 문제점, 습속과 문화, 관광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중국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 특유의 문체로 보이는 유쾌하고 맛깔난 문장들과 각 페이지마다 수록된 컬러사진들은 한 나라를 탐구하는 에세이로서의 깔끔한 완성도를 정갈하게 대변한다.
고백하자면 나는 단 한 번도 외국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글로벌리제이션의 시대에 부끄러운 일이지만서도 중국만큼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나라라는 것을 의심치 않고 있다. 근무하는 직장의 중국공장을 방문한다는 설정과 값싼 중국에서 여름휴가를 보낸다는 설정은 차치하더라도, 내가 가장 먼저 밟아야 할 외국땅이 '중국'이라는 의지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천안문 광장의 마오쩌둥 초상화 앞에서 중국 전통녹차를 마시며 루쉰과 《홍루몽》에 대한 상념에 빠질 미래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이 책에 대한 좋은 느낌을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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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