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 - 내 인생을 바꾸는 터닝포인트
천천.쉬지엔 지음, 윤진 옮김 / 미르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자기계발서가 범람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나, 다른 한 쪽에서는 일본문학과 자기계발도서가 수없이 팔리고 있어 대극적이기만 하다. 독서라는 것이 본래 읽는 이에 의해 완성되는 법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취향에 맞게 책을 선택하고 탐독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봇물 터지듯 출간되는 자기계발서들의 구성적 내용적 매너리즘을 목도하는 것만큼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가지는 오류가 있다. 책의 제목과 내용의 불일치가 그것이다. 강렬한 부제와 유명인들의 추천사로 도배가 되어 있는 책의 표지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내용 자체가 제목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불편하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의 반복된 확인, 그리고 지나치게 오버된 제목의 선정과 이를 증명하지 못하는 활자들은 내가 자기계발서를 더 이상 탐독하지 않는 이유가 되어 있다. 

  '내 인생을 바꾸는 터닝 포인트'라는 매력적인 부제를 달고 있는 『결단』은 '전 세계 1,200만부 초대형 베스트셀러'라는 자극적인 홍보 띠지를 두르고 있다. 더욱이 리더십의 요소 중에서 '결단력'이 가장 중요한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서 제목과 부제에서 오는 솔깃함은 양장본의 하드 커버를 넘기는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신속히 활자에 침투하게끔 만든다. 

  책은 총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약육강식의 초원을 배경으로 한 표범의 일상을 다룬 우화가 소개된다. 표범이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후에 벌어지는 상황을 통하여 결단을 위한 다섯 가지 터닝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우화 속의 지혜와 깨달음을 정리하고 부연하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는 앞에서 이미 언급된 인생의 다섯 가지 터닝 포인트에 대해 곱씹어 정리하고 있다. 

  <반성>, <자신감>, <소중함>, <집중력>, <수호천사>. 이 다섯 가지 아이콘을 성공으로 이끄는 결단 법칙으로 소개한다. 정리하자면, 내 자신의 과오를 끊임없이 <반성>하며,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살아야 하며, 자기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인식하면서, 고도의 <집중력>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수호천사>를 타인과 다른 존재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응당 옳고 필요한 문장들이지만, 왜 나는 책을 읽으면서 단 한 번의 가슴 두근거림과 도전의식이 분출되지 않는 걸까. 내용엔 동의하지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문장들. 이는 서두에 언급한 자기계발서들의 보편적 오류와 맞닿아 있다. 전혀 새로운 것이 없는 계발론, 도덕교과서를 읽는 듯한 무료한 흐름, 구체성이 결여된 포괄적 문장들의 열거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귀결되는 처세도서의 맹점에 대한 평소 내 소신을 재확인해주었다. 

  내 독서가 타성에 젖어 있는 것일까. 왜 왕왕 자기계발서적들을 읽으면서 동일한 번민으로 귀결되는 빈도수가 높은 걸까. 편독을 거부하며 다양한 독서를 즐기려는 평소의 독서관을 감안한다면 한 번쯤 깊게 사유할 만한 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도서들을 만나면서 굳이 나쁘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실천을 요구하는 반복된 사변에 노출되었다는 것 자체가 내 자신을 계발시키는 데에 해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모든 문화와 미디어는 주관화의 산물이다. 객관의 잣대로 구속할 수 없는 것이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독서는 독자에 의해 완성된다. 동일한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받는 느낌과 얻는 도전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결단』이 내게 선사한 자기계발의 문장들은 그저 그런 미지근한 맥주 맛에 가깝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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