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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발견 - 5,000년의 사랑 이야기
이수현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 다소 기독교의 창조적 관점으로 서평을 썼음.
인류 역사 가운데 가장 많이 천착한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일 것이다. 인간은 사랑에 민감한 종족이다. 만물의 영장으로서 지구의 역사를 완성해가며 사랑에 대한 수많은 흔적을 남겨 놓았다. 인간의 종교적, 철학적, 사상적, 정치적, 문화적 경향성 또한 넓은 의미에서 사랑의 함의를 벗어나지 못한다. 신을 사랑하며,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며, 인류를 사랑하는 인간. 어떻게 보면 인간은 사랑을 위해 창조된 종족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위대하고 찬란한 가치다. 사랑은 무조건 좋은 것이다. 사랑 안에는 인과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사랑은 그 과정에 질문하지 않는다. 사랑은 절대선絶對善이며 오류가 없는 완전한 것이다.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고, 그 행복이 완성되어진 시공간이 바로 천국이다. 천국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충만한 곳, 그리하여 다른 비본질적 물질들이 들어설 공간이 없는 곳, 그곳이 바로 천국이다.
인간은 사랑의 절대적 힘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사용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한다"며 사랑의 가치를 역설하지만, 그 열정은 '입'을 초월치 못하여 가슴에 도달하지 못한다. 입과 머리로 사랑을 발산하는 자들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던가?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라는 것을. 진정한 사랑은 우리의 가슴에 안착되었을 때에 비로소 그 본연의 위대한 힘을 발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주어가 되고 <사랑하고 싶은 것만>을 목적어 삼아서 사랑의 문장을 완성시키려고 한다.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전체>가 아닌, 마음에 드는 부분적 <객체>만을 찝어서 사랑한다. 66억의 인류가 어느 누구 하나 동일할 수 없는 질서로 설계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은 공간 속의 '너'를 희망하며 종속된 사랑을 갈구한다. 어쩌면 지구는 사랑과 관련된 수많은 인간들의 연기演技로 인해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훼손하고 있는 행성일지도 모른다.
우연인가, 운명인가, 에 대한 논쟁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인류는 꽤나 이성적이고 현명한 종족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욱이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미숙하고 아마추어다. 때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감상적이며 낭만적이다. 현실의 우연을 이상의 운명으로 교체하길 원한다. 우연과 운명의 논쟁은 사랑 앞에서는 부질 없다. 사랑이 다가오는 것은 우연이지만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은 운명이다. 사랑은 운명으로 바꾸어진 우연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강한 동질성에 기초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성숙한 사랑의 완성은 격렬하고 가슴아프게 서로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과정을 전제한다. 나와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이며,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 가는 의지이며, 내 우주와는 다른 우주를 가슴에 품는 희생이 사랑이다. 결국 상대방의 완전체를 내 심장에 오롯이 품으며 미소지을 수 있는 힘. 그것이 완결된 사랑의 본질이다.
이 세상 모든 피조물은 자雌와 웅雄으로 이분화되어 창조되었다. 인간의 경우, 여성과 남성은 창조 메커니즘이 상이하다. 두뇌의 구조는 물론, 생체의 리듬과 호르몬의 분비, 행동 기작에 이르기까지 판이하게 다른 창조 설계도를 갖고 있다. 이는 사랑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명확히 목도된다. 어느쪽이 더 능수능란하게 사랑을 다루는지는 증명되지 않았고 증명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둘 다 모두 사랑의 영역 안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수많은 사랑의 태동과 번성의 반복에 의하여 인류는 지금까지 영장의 자리를 지키면서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5,000년의 사랑 이야기'라는 강렬한 부제를 달고 있는 얇은 양장본 우화소설 『사랑의 발견』은 수만 년 전을 배경으로 크로마뇽인 연인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사랑의 의미와 남녀의 차이 등을 잔잔하게 들려주면서 지루하지 않은 '사랑학'을 강의한다. 많지 않은 분량의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들려주는 사랑학 아포리즘은 남자로서 여자에 대한 방향성, 여자로서 남자에 대한 방향성의 차이와 성질을 생각하게 한다.
농밀한 깊이를 선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류 불변의 뜨거운 감자 <사랑>을 탐구하는 데 있어 그 무엇을 따지겠는가. 중요한 것은 사랑 그 자체다. 내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게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것. 그것은 신이 인류를 축복하기 위해 준비한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사랑의 아마추어인 이 젊은 남자는 눈 내리는 창밖을 응시하며 사랑에 대한 사유의 연못에 잠시 잠겨 본다.
Thanks to 매우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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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av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