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 삼성을 매혹시킨 젊은 인재 7인이 전하는
강효석 외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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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애사심(愛社心)'이란 단어를 참 좋아한다. 애사심이란, 말 그대로 회사(社)를 사랑(愛)하는 마음(心)이다.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생계를 위해 급여를 주는 공동체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응당 아름다운 것이리라.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인 애국심이 장려되어야 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애사심 또한 적극 장려되어야 할 좋은 정신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겠다. 

  이제 직장생활 5년차에 접어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보다 넓은 사회에 진입한지 어느덧 4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사랑한다. 컴퓨터 전산용품을 제조, 판매하는 우리 회사는 세 가지의 자랑스런 사훈을 갖고 있다. 스피드(speed), 아이디어(idea), 열정(passion)이 그것이다. 작금의 시대가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이기는 시대이고, 강한 것보다 부드러운 것이 이기는 시대이며, 만드는 능력보다 생각하는 능력이 각광받는 시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보다 빠르고 보다 창의적이고 보다 열정적인 인재상을 지향하는 우리 회사의 사훈은 시대 정신과 합리적 사고가 잘 어우러진 멋진 단어들이 아닐 수 없다.  

  빠르고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직원을 지향하는 것은 비단 우리 회사만은 아닌 것 같다. 170조원의 매출과 150조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기업, 더욱이 삼성전자 계열사만으로도 10조원의 순이익을 남기는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 또한 동일한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에 입사하여 누구보다 빠르고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하여 좋은 성과를 이뤄낸 7인의 이야기를 묶은 책 『배움』은 직장인의 성공에너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21C에는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며, 그것은 바로 '배움을 통한 변화'여야 한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 '와 '호모 아카데미쿠스(학구적 인간)'라는 인간상에 대해 제법 활발한 연구와 관심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직장생활에서 우수한 인재와 평범한 인재를 가르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배움의 바다에 침투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시키는 사람과 현실에 안주하며 발전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은 당연한 인과적 결과물로 분리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사로부터, 선임으로부터, 동료로부터, 또는 신입사원으로부터도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받아야 한다는 저자들의 경험적 주장에 응당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직장생활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다양한 네러티브를 들려준다. 도전 정신과 시간 사용, 상사를 위시한 직장 내 대인관계, 프리젠테이션 기술과 애사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직장생활 노하우를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에서의 경험과 성공의 예에서 말하고 있다. 더욱이 가정을 리드하는 방법과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요령에 이르기까지 직장생활에 대한 보다 확장된 접근을 하고 있어 흥미롭기도 하다. 

  도전되는 이야기들 속에서도 한가지 아쉬운 것은 너무 '삼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읽는 이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오직 <삼성적> 직장생활의 방법과 경험을 일반화하여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거북한 감이 없지 않다.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어마어마한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나친 경쟁주의와 인재지상주의, 그리고 무노조 경영에 이르기까지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삼성과는 철저하게 배치된 기업문화를 가지면서, 격동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 도요타의 존재감을 생각한다면 삼성적인 방법에 무조건 고개를 주억거릴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삼성이 대단하긴 대단한 것 같다. 최근 출간된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에 '삼성 출신', '삼성 임원 추천' 등의 홍보문구가 적지않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들이 지나치게 삼성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삼성 마케팅>도 효율적인 판매 전략의 일환으로 활기치고 있는 것일 게다. 하지만 삼성이 천문학적인 매출과 이익으로 국가적 이익과 국민적 자긍심을 길러준 밝은 면이 있는가 하면, 자본 독점과 인재 독점의 어두운 면 또한 엄존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후에 삼성을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지나친 독점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동체를 불행한 결과로 귀결시킨다는 것은 이미 지난 역사를 통해 수없이 목도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점>은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에 버금가는 죄악이다. 

  잘 나가는 회사와 거기서 일하는 미래가 촉망되는 인재들의 성공 네러티브에 딴지를 걸 생각은 전혀 없다.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독창적으로 사고했으며, 특별하게 행동했기에 지금의 현주소를 가진 것일 게다. 더욱이 저자들과 같은 훌륭한 인재들로 하여금 초일류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지탱되는 것이며, 국가적 에너지는 한껏 발휘되는 것이리라. 

  7인의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본질적 논지만을 생각하며 서평을 정리하고자 한다. 현재에 만족하며 안주하는 직장인이 아닌, 끊임없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배우고 도전하고 행동하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는 그들의 경험적 논리에 대해서 만큼은 나는 오롯이 동의한다. 거기에 <배움>이라는 고차원적 행동이 전제된다는 것 까지도.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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