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좋은일이 나에게도 좋은일입니다 - 상생과 공존의 지혜를 밝혀주는 15가지 이야기
안철수, 최재천, 이윤기, 강만길 외 12인 지음 / 고즈윈 / 200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생과 공존의 지혜를 밝혀주는 15가지 이야기'라는 표지 문구를 달고 있는 『당신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입니다』는 국내의 저명한 15명의 지식인들의 상생과 공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생명과학자, 숲해설가, 기업가, 환경론자, 문명 탐험가, 역사가, 건축가, 소설가 등에 이르기까지 15명의 집필자들은 다양한 방면과 각도에서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설파하고 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하고 있는 지식인들 각자의 가치관과 문체로 설파하는 다양성 존중의 외침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득차 있는 한국인의 습속에 물들어 있는 내 자신을 냉철하게 반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꽤 반가운 만남이었다. 

  단일민족국가 대한민국은 오랜 기간동안 동일한 민족과 문화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것에 익숙지 않은 습속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어려서부터 철저한 입시 위주의 공교육은 획일적이고 주입적인 교육을 양산했다. 그렇기 때문에 '왜(Why)'라고 질문하고 의심하는 학습력은 길러지지 않고, 그에 따른 창의력이나 토론력은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을 뽐내고 있는 형편이다. 더나아가 이러한 배경은 '다름(diffrene)'과 '틀림(wrong)'의 정의에 대한 혼선을 빚게 만들었다. 내 주장과 다른 남의 주장은 수용하기 힘든 사회 구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국회 의사 결정의 현주소는 물론, 사회적 담론에 대한 일반인의 토론 수준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비관용 문화를 그대로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든 한국인의 속도 문화는 그 어떤 나라보다 경쟁주의 의식을 고취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1960년부터 40년간 경제의 구매력 관점으로 14배 성장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 속도는 영국의 5배, 미국의 4배에 달할 정도로 급속도였다. 서구 선진국들이 백 여 년이 넘게 걸린 일을 40년 만에 해치우느라 선전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았는데, 극심한 이기주의와 경쟁주의의 만연이 그것이다. 불과 40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상승하기까지의 놀라운 속도를 보여주었던 가속 엔진은 어느덧 힘을 다했는지 GDP 2만 불의 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TX의 속도로 달렸던 속도계는 왜 2만 불 앞에서 걷기 수준으로 전락한 것일까? 

  길을 지나가는 이에게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국가는 어디입니까?"라고 질문한다면 열에 아홉의 답변은 동일할 것이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존재가 우리들 머리 속에 강력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국한지 230년에 불과한 초짜 나라 미국이 그 짧은 기간동안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전반에 걸쳐서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집약적인 의견은 바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에 기인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서로 다른 사상, 체제, 이념, 신앙, 출생지, 성징, 피부색 등에 대해 배타하지 않고 그것을 존중하며 공존하고 상생하는 문화, 그것이 유일무이한 초강대국 미국이 존재하는 추동력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2,000여 년 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초강대국이었던 로마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유니버셜 세계였다. 속주에 자치권을 부여하고 또 그 주민들을 로마 제국의 시민으로 인정해 주는 체제는 로마 제국이 주도하는 평화 체제, 즉 '팍스 로마나(Pax Romana)'를 건설하는 동기가 되었다. 사실 이러한 관찰은 한국사에서도 여실히 목도된다. 한민족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와 강력한 힘을 가졌던 고구려는 다민족 국가였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였고, 그 다양성의 존중과 상생이 초강대국 고구려를 지탱한 힘이 되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다시 시선의 렌즈를 대한민국으로 돌려보자. 여와 야가 끊임없이 반목하며, 국회는 대통령을 존중치 않고, 정부와 언론이 전쟁을 일쌈으며, 노와 사가 계속해서 대립하는 대한민국의 관용 문화의 수준을 재설계하지 않고서는 GDP 4만불은커녕 3만불조차도 머나먼 당신이 되리라 단언한다. 이제 국가적 에너지가 한 개인의 역량이나 개인과 개인의 경쟁주의를 통해 효율이 발휘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리더십보다는 멤버십이, 독점보다는 나눔이, 집중보다는 네트워킹이 중시되는 '관계'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21C 대한민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임을 갈파하고자 한다. 

  책의 제목을 생각한다. 당신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이다. 정말 멋진 문장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와 같은 속담이 없어질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한층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라 믿는다. 그런 미래와 희망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제목의 의미를 곱씹는다. 당신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이다.


콩 세알의 삶 

생명농사 지으시는 농부 김영원 님은
콩을 심을 때
한 알은 하늘의 새를 위해
또 한 알은 땅속의 벌레들을 위해
나머지 한 알을 사람이 먹기 위해
심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금도 만주 들판에는 삼전(三田)이 전해오는데
일제 때 쫓겨 들어간 우리 조상님들이
눈보다 속에서 맨손으로 일궈낸 논을 3등분해
하나는 독립운동 하는 데 바치는 군전(軍田)으로
또 하나는 아이들 학교 세우는 데 학전(學田)으로
나머지 하나는 굶주림을 이겨내는 생전(生田)으로
단호히 살아내신 터전이 바로 삼전인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오늘
내가 번 돈
나의 시간
나의 관심
나의 능력
어디에 나눠 쓰며 살고 있는가요

지금 나는 콩 세알의 삶인가요
삼전의 뜨거움, 삼전의 푸르림,
셋 나눔의 희망을 살고 있는가요. 

<p. 100, 박노해 《나눔의 희망》>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Davi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