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자반 - 성경과 역사에서 배우는 올바른 직분자의 모습 건강한 교회 세움 시리즈 4
안재경 지음 / 세움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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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 갖는 여러 오해가 있다. 그중 가장 지독한 것이 목사를 교회의 '대표이사'로 여기는 것이다. 이들에게 성도 수 많고 예배당이 큰 대형교회 목사는 경영 수완이 출중한 대기업 CEO다. 반대로 성도 수와 예배당 평수가 적은 소교회 목사는 무능력한 자영업자다. 한편 장로와 안수집사는 다른 성도보다 서열이 높은 임원급으로 생각한다. 장로가 되려면 돈 좀 있어야 하고 장로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목사의 경영권을 견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이는 전부 잘못된 인식으로 작금의 한국교회가 세상에서 얼마나 큰 조롱을 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라 하겠다.

교회 직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안재경 목사(예장고신)의 『직분자반』은 소중한 책이다. 이 책은 성경과 역사에서 배우는 올바른 직분의 정의를 알려준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직분의 주체가 인간의 의지나 욕망이 아닌 하나님의 뜻과 주권에 있음을 전달한다. 1부는 직분의 성경적 의미를 다루고, 2부는 성경에서 세워진 다양한 형태의 직분을 다룬다. 3부는 목사를 비롯해 현재 교회에 존재하는 직분의 종류를 소개한다. 4부는 교회 직원을 세우는 실제적인 방법과 임직 훈련을 설명한다. 즉 직분의 의의부터 역사와 직무를 넘어 실제 교회에서 세우고 교육하고 임직하는 모든 과정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성이 이 책의 강점이다. 난해하고 전문적인 신학 용어를 배제하고 평범한 목회적 언어로 쓰인 점은 이 책의 타깃층을 분명히 한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성도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개혁주의 장로교회의 직분론을 쉽게 정리해 볼 수 있다. 직접적인 성경적 근거가 있는 직분인 목사와 장로와 안수집사를 무게 있게 다루었다. 매 장마다 내용을 요약하고 토론 주제를 실어 복습할 수 있도록 했다. 불필요하거나 본질에 벗어난 부분은 다루지 않은, 제목 그대로 '직분자반'에 충실한 기술이 돋보인다.

교회 직분의 의의를 신·구약의 통일성의 관점에서 설명한 점은 이 책의 가장 탁월한 부분이다. 구약과 신약을 율법과 복음으로 무 자르듯이 구분하는 건 적절치 않다. 구약과 신약의 본질은 동일하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7장 6항은 신·구약의 차이를 "본질이 다른 두 개의 은혜언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동일한 은혜언약이 다양한 경륜들로 나타난 것이다."라고 정리한다. 구약의 선지자와 제사장과 왕의 직분은 신약에서 그리스도에 의해 통합되고 완성되었다. 그리스도의 승천 후 초대 교회에 세워진 다섯 직분 중 '사도'와 '선지자'와 '복음 전하는 자'는 교회를 세우기 위한 '창설직'으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목사'와 '장로'와 '집사'가 남아 있다. 이 세 직분은 주님 오실 때까지 교회 내에 항상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항존직'으로 불린다. 이렇게 하나님의 거룩한 뜻과 계획에 따른 신·구약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교회 직분을 이해하는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바로 장로의 직무에 관한 내용이다. 통상 장로의 역할이란 천국 열쇠를 쥔 치리회의 일원으로 성도를 잘 다스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장로의 역할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장로가 '말씀이 선포되는 강단을 보호하는 직분'이라는 점이다.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한다면 장로는 그 말씀을 보호한다. 목사를 감시하고 설교권에 간섭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이 되는 일에 (목사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것이 장로를 세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장로는 말씀에 정통해야 한다. 말씀의 바른 이해와 통치 안에서 치리회(당회)에 참여하고 성도를 심방하고 교회를 세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안수집사에 대한 바른 이해도 중요하다. 흔히 안수집사를 장로로 가는 관문이나 사전 훈련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강력한 안수집사회를 구축해 장로회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로와 안수집사(이후 집사라 칭함)는 직무와 성격이 뚜렷이 구분되는 직분이다. 장로가 다스리는 자라면 집사는 구제를 위해 부름을 받은 자이다. 성도들의 교제로부터 소외되는 이들이 없는지 돌아보고 긍휼을 베풀기 위해 세움을 입은 직분이 바로 집사이다. 그렇기에 집사는 교회에서 가난하고 상처받고 소외된 자들을 긍휼히 여기고 그들을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목사는 말씀을 바르게 선포함으로, 장로는 그 말씀으로 다스림으로, 집사는 그 말씀으로 돌봄으로써 교회는 건강하고 아름답게 서나 갈 수 있다.

고백하자면 6월 초 섬기는 교회에서 안수집사로 피택되었다. 이 책은 교회 임직자 교육 과정의 교재로 만났다. 이 서평도 그 교육의 일환이다. 임직을 준비하면서 직분에 대한 바른 이해와 성경적 고찰이 절실하다. 앞으로 내 남은 인생에서 교회 직분에 대해 이토록 신학적이고 실제적으로 배우고 가다듬을 날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더 열심히 배우고 훈련받고자 한다. 하나님은 직분자를 수단으로 통치하신다. 사람에게 만족을 주는 중직이 아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중직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나아갈 뿐이다.

서평을 정리한다. 『직분자반』은 교회 직분자 교육 교재로 손색없는 탁월한 책이다. 한국 교회의 대부분의 문제가 직분자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때 직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지는 건 매우 긴요하다. 교회 직분에 서열과 계급은 없다. 교회의 머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다. 모든 직분은 존재론적으로 동등하다. 단 질서와 구별이 있을 뿐이다. 직분 공부를 해본 적 없는 일반 신자부터 중직에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조예가 부족한 직분자들에게 안재경 목사의 『직분자반』을 추천한다. 부디 한국교회의 모든 직분자들이 하나님을 기쁘게 자신의 직무를 행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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