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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
성석제 지음 / 하늘연못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성석제는 섬세한 관찰력을 가진 작가다. 그 관찰력이라는 것이 제법 흥미롭다. 옆집 강아지부터 여행중의 맛집 간판의 문구, 방문한 치과의사의 외모, 과거 명시의 어느 한 구절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찰력은 다양함의 다양함의 다양함의 쌩뚱함이다.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것을 끄집어 내서 글의 재료로 삼을 뿐만 아니라 적잖은 지식의 내공을 풀어놓기도 한다. 그의 글은 엉뚱하기도 하고 유쾌한 면도 있으며 신선하면서 쌩뚱맞다. 순간적으로 발견한 것들과 세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상식 이상의 지식들을 수다스럽게 이야기한다.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도 이러한 성석제표 브랜드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책이다.
이미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통하여 성석제가 굉장히 뛰어난 관찰력을 가진 작가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소소한 일상에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잊지 않고 메모하면서 활자로 풀어놓는다. 문체 또한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기 그지 없어 독자는 그의 글에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이 <재미>있어 한다. 그의 최근 출간작인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는 바로 이러한 그의 특질에 더하여 범박한 지식을 총망라한, 그야말로 책속의 책이라 할 만하다.
「이야기의 힘」, 「관점에 따라 다르다」, 「오후의 국수 한 그릇」, 「문자의 예술」, 총 4개의 큰 카테고리를 구분하여 수없이 많은 내용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마치 코믹한 백과사전이라 정의할 만큼 그의 경험담과 지식이 특유의 유머러스한 필치에 양념되어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특히 「오후의 국수 한 그릇」편에서는 음식의 기원 및 맛나는 음식에 대한 소개 등의 풍성한 음식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얘기하고 있어 읽는 내내 입 안에서 침샘의 활성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더불어 「문자의 예술」편에서는 재미있는 <문자>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문자의 예술」편을 꽤 흥미있게 읽었다. 성석제가 언급한대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은 세계 최고수준의 문자라 할 만하다. 한글의 과학성과 예술성은 이미 국내외의 저명한 전문가들로부터 공감되고 있다. 세계의 공용어인 영어가 동사가 발달한 언어라면, 한국어는 형용사가 발달한 언어이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으나,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데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번역계의 정설이다. 한국어의 깊이있고 다채로운 형용문구를 영어의 어휘로는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뛰어난 문자를 지녔음에도 노벨문학상을 단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씁쓸함을 넘어서서 억울하기까지 하다. 번역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국력의 신장과 자국문학의 사랑을 고양시킬 수 밖에 없는 노릇이리라.
문학은 다양한 기능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비단 문학의 교화적 기능이니 쾌락적 기능이니 하는 전문적 문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문학은 오롯하게 인간을 자극한다. 성석제의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의 글이 독자들에게 부담 없고 걸죽하게 <재미>와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의 글은 가벼움과 무거움의 높낮이가 교차되지 않으며, 냉정함이나 강렬한 느낌도 추구하지 않는다. 전복적이며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재미>가 있다. 그것이 성석제표 활자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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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다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