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재학 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에 어려서부터 뉴스는 꽤 즐겨보았었다. 이런 경향은 지금도 계속되어 각 방송사의 뉴스들은 내가 시청하는 몇 개 되지 않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 날도 평소와 같이 MBC 뉴스데스크를 보는 데 꽤 강렬한 눈망울을 가진 여자앵커가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그녀가 기존의 여자앵커와 달랐던 점은 시청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영롱한 눈매가 특별났고 앵커멘트에서 관련 영상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눈을 한번 깜빡이는 쇼맨쉽(?)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뉴스 속의 새로운 그녀에 매료되어 저녁뉴스는 항상 MBC의 「뉴스데스크」를 보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김주하가 책을 냈다는 소식에 대한 나의 원초적 기쁨은 여기에서 출발한다.그녀의 뉴스 진행 비쥬얼을 흠모해 왔던 터라 김주하의 다큐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내게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출간되자마자 구독하게 된 것이다. 
 

  김주하는 이 책에서 22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 대부분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내용이지만 쉽고 유머러스한 필체로 자신의 과거의 일상 속으로 독자들을 침투시키고 있다. 22가지 에피소드들의 흥미가 남달라서 한달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아나운서 시험에 응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 2002 한일월드컵 보도 당시의 감격과 환희, DMZ 부근에서의 벌레와의 사투, 2주간 시도되었던 도심 속 황조롱이 촬영의 실패, 2004년 아테네올림픽 보도를 위한 한 달여간의 해외출장 등.. 앵커와 기자로 활약하며 겪었던 일들에 대한 진솔하고 담백한 내용들은 읽는 독자에게 웃음과 깨달음, 훈훈함까지 안겨주고 있다.
 

  내용 중 가장 압권은 손석희 아나운서와의 악연(?)이었는데 읽는 내내 흥미로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다. 17년 인생의 선배이자, MBC 아나운서계의 거대 선배인 손석희 아나운서를 평소 좋아하고 존경해 마다하지 않았는데 막상 그와 아침뉴스를 함께 진행하여 파트너가 되어보니 그의 시니컬함과 냉정함, 건조함에 적잖이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후배에 대한 기합을 주기 위함이었는지 매일같이 파상공세를 일삼는 손 선배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의 절정에서 생방송 도중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어느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제안하고 가르쳤던 '앵커 출동', '프롬프터 안보는 습관', '안정된 임기응변' 등을 통해 앵커로서의 자질을 하나 하나씩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운해 마라. 싹수가 보이니까 매정하게 구는 거다!"라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칭찬한 손 선배의 엄격하고 냉정한 교육 방법이 지금의 김주하를 만들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손석희라는 악몽이었다"라고 고백할 정도니 손석희 아나운서는 김주하의 멘토였던 것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과 관련된 MBC社의 고난에 대한 회고였다. 당시 MBC에게는 거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MBC가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고 하니 직원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회고임에는 당연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계 인사에서 타 언론에 이르기까지 당시 MBC는 공공의 적이었다. 당시 회사의 생사가 걸린 중요한 사건이었기에 황우석 사태를 회고하는 김주하의 글 속에서 진실의 외줄에 서있는 방송인의 번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는 가짜로 밝혀져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국가적 이익이 우선인지 양심과 진실의 가치가 우선인지는 아직도 세인들 사이에서는 목소리가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MBC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나는 기자라는 직업이 화이트 칼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고생을 밥 먹든 하는 블루 칼라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인식하게 되었다.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를 짊어진 채 시차 없는 밤낮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뛰어다니는 기자들은 블루 칼라, 그 자체인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영상 한 장면 한 장면도 엄청난 시간과 땀이 만들어낸 산물임을 알게 되면서 방송인들의 노고를 공감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크게 얻은 양식이 있다면 방송인 김주하와 그녀의 생각, 그녀의 삶에 대한 인지가 하나요, 기자들이 흘리는 땀과 노고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변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감의 인식이 다른 하나였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못하다. 예전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OECD 가입국들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DATA가 아직은 수준미달임을 알려준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적 활동은 대세가 되었다. 민주주의의 천국이지만 건국 이래 여성과 흑인에 대한 사회진출이 더디어왔던 미국만 해도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을 출현시켰고 최초의 대통령까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며, 보수적으로 유명한 하버드대학이 371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총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또한 서구 유럽 선진국들은 여성총리와 여성대통령의 출현이 더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반사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이 적극적으로 독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1인당 GDP 2만불을 넘어 3~4만불의 선진국대열에 발빠르게 합류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띄어난 감각과 능력이 사회에 침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김주하라는 여성앵커의 존재는 미래이자, 희망이자, 기쁨이다. 비단 방송인 김주하 뿐만아니라 각 계, 각 층, 각 분야에서 능력있고 도전적인 훌륭한 여성들의 출현과 활약을 기대하며 그 곳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그 후로 난 '백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어지간한 방송사 괴담(?)은 듣질 않는다. 만약에 주변의 헛된 소문만 듣고 미리 포기했더라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 나같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하지만 무언가 잔절히 바라는 이들에게 말한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하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해 보라고.   <책 내용중, p162>

 

사람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잘하는 일이 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일치하는 사람을 우리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단 두 가지만 일치하더라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내가 어떤 일을 가장 좋아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책 내용중, p177>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