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독극물이고 중앙일보는 불량식품이다."

 

누가 한 말인가? 몇 년 전 공개석상에서 파장을 일으켰던 정치인 유시민의 명언(?)이다. 당시 유시민은 이 발언으로 인하여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파상공세를 당하기도 했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에 대해 전쟁을 불사를 듯한 독설과 폭언으로 유명했던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수행하기 위해 내각으로 입성하더니 어느덧 1년 4개월여가 지나 다시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흥미있는 제목의 책을 통하여 국민들께 상소문을 올리고 있다.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집필한 『대한민국 개조론』을 읽었다. 본래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며 유시민이라는 전투사적인 기질이 강한 정치인에 대한 호감이 뒤섞여 책을 구독하였다. 유시민(서평이니 존칭은 생략키로 하자)은 프롤로그에서 조선시대 영남 사림의 거두였던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을묘사직서」, 소위 「단성소」라는 제목의 상소문을 언급한 뒤 자신이 집필한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성격의 것임을 알려준다. 상소라는 것은 신하가 왕에게 올리는 것이니 현재의 대한민국의 왕이라 할 수 있는 국민들에게 신하 유시민이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것이다.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지 유시민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 존어체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국민을 향하여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성공한 국가지만 국민의 행복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임을 데이타로 입증해 보이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인 선진통상국가의 한계와 이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사회투자국가로의 접목이 지구촌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전 2030」를 비롯하여 참여정부의 다양한 선진화정책들과 자신이 재직했던 당시 보건복지정책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정책과 일자리 창출을 위시하여 약제비 적정화와 한미FTA, 국민연금 고갈문제, 연금 개정안의 국회파행, 의료급여제도 혁신, 공적개발원조 ODA의 확대, 민주적 리더쉽 등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한 내용과 평소에 갖고 있던 소신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국민들께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을 보건복지분야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한미 FTA 협상 시 큰 문제가 되었던 약제비 적정화와 의료급여제도 혁신, 그리고 국민연금법과 관련하여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전문적이고 심층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사실 매일 800억원, 매년 30조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 국민연금법의 폐해에 대해 국민들은 총론적인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있다. 먼 훗날의 벌어질 일이니 하고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음 또한 현실이다. 막상 '더 내고 덜 받는' 현실의 이익변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연금법 반대여론이 대세인 듯 하다. 정치인들도 유권자 한 표 한 표에 목숨이 걸려 있으니 이를 알면서도 용기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은 잘못된 것에 대한 바로잡음과 국가정책의 거시적 안목을 주장하며 국민연금법에 대한 책임 있는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정책들의 소개 및 과거 잘못 추진된 정책, 더 나아가 국가예산의 비효율적 낭비 사례와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까지 용기 있게 고백하고 있다.

 

  전반적인 내용이 국가 정책과 비젼, 장관 시절 추진했던 내용과 성과에 대해 기술하고 있지만 역시 유시민답게 보수언론과 야당에 대한 냉소를 군데군데 남겨 놓고 있다. 한나라당의 무책임성과 민주노동당의 비현실적 인식, 열린우리당의 초라한 모습과 보수언론의 잘못된 행태 등에 대한 불만을 적지 않이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독설수준의 언급은 없고 문체가 존어체로 사용되어 파괴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무언가 통쾌하고 유쾌한 강렬한 단어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적지 않은 실망(?)이었으리라..

 

  나는 개인적으로 유시민을 좋아한다. 사실 그만큼 극성팬과 극렬안티가 철저하게 양분되어 있는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그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고, 말을 하는 방식과 그 내용의 강렬함에 따른 파장이 여느 정치인과는 다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대한민국 3대 메이저 신문을 독극물과 불량식품으로 싸잡아 비난할 수 있는 정치인이 유시민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내가 유시민을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옳고, 그것이 바른 길이며 중요한 가치라 판단되면 냅다 내지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으로서 가볍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그의 용기가 맘에 든다. 옳은 것이며 선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과는 배치된 행동을 하는 비굴한 정치인들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위정자들은 항상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국민의 판단과 선택이 옳은 것은 아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국가지도자는 공동체의 이익과 번영을 위하여 상황을 바르게 판단하고 올바른 결정을 강단 있게 실행해야 한다. 어떨 때는 국민여론과 다소 배치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가공동체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라면 국민에 대한 용기 있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대한민국 정치계는 명석한 두뇌를 갖추고 업무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용기와 강단, 예절과 희생의 가치를 갖고 있는 정치인은 드문 듯 하다. 국민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다반사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여론을 따르지 않으면 정권이 망하지만 무조건 국민여론만 따르다가는 국민과 함께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의원을 포함하여 대한민국 모든 위정자들이 왕(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무작정 왕의 비위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신하된 자로서의 충언과 바른 인도의 가치도 망각하지 않는 용기 있는 자들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가 있음을 믿는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