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오랜만에 아이들과 책장 정리를 했습니다. 추가되는 책은 많아지는데 순서에 맞게 꼽아놓지 않아 체계 없는 중구난방의 책장이었지요. 차일피일하다가 아이들이 도와준다고 하여 잽싸게 작업했습니다. 제 책장은 양면으로 되어 있는데 침대가 있는 전면은 문학으로 채웠고 장롱이 있는 후면은 비문학으로 채웠습니다. 이마저도 공간이 부족하여 첫째 딸 방에 별도 책장을 설치해 제가 가장 아끼고 영향을 준 명저들, 즉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카뮈, 위고, 폴 존슨의 저작들을 따로 구분해두었지요.

문제가 되는 건 안방 책장의 한국문학이었습니다. 가나다순의 작가명 배열이 완전히 파손되어 공선옥부터 현기영까지 순서대로 맞췄고 제가 좋아하는 공지영, 신경숙, 오소희, 김훈 작가는 별도 구획으로 모아놨습니다. 그리고 문학 내에서도 소설과 비소설을 나누어 일반적인 에세이, 즉 여행후기와 산문집 같은 책은 작가명과 무관하게 별도로 묶었습니다. 아이들이 도와주어 금방 끝날 수 있었지요. 이제 남은 건 후면의 비문학 도서―주로 인문학 서적―를 손보는 일입니다. 워낙 책이 많고 먼지도 많아 하루 반나절을 소요해야 할 듯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즐겁게 도와주겠지요.

한국문학을 정리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내가 참 많은 한국 작가들을 만났구나. 결혼 전 가장 많이 읽은 게 한국소설이었습니다. 비 오는 금요일 밤 퇴근하자마자 소파에 누워 김훈의 『남한산성』을 벌벌 떨며 한달음에 읽은 기억은 아직도 선연합니다. 박민규는 한국소설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려준 작가이고, 공지영은 내가 관심 갖지 않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김별아의 에세이는 내가 가장 아끼는 '힐링'이었고 『달의 제단』을 위시한 몇 권 안 되는 심윤경의 소설은 나에게 하나의 독특한 '브랜드'로 심어졌지요. 신경숙의 문체와 이문열의 무게는 여전히 저를 압도하지요. 한국소설은 여전히 찬란합니다.

고전과 인문학으로 이탈했던 제 독서를 응시하면서 이제 한 달에 한두 권씩은 꼭 한국문학을 만나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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