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네이버에서 가장 큰 북 카페의 서울모임을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순수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작가 지망생까지 책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정적이고 까칠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정식 모임 후 회식자리에서 가장 자주 안줏거리가 된 건 소설가 공지영이었다. 그녀에 대한 호오(好惡)는 유독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는데 나는 호(好)의 입장이었고 항시 소수였다. 다수의 공격은 매서웠고 광활했다. 과히 지독한 논쟁이었다. 밤을 새우며 공지영 문학을 토론했던 그때가 가끔은 그립다.

 

공지영의 신작이 출간됐다. 응당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신간 『먼 바다』는 첫사랑을 소재로 한 공지영의 장편소설이다. 아직도 작가 개인을 철저히 배제한 완벽한 3인칭 소설을 쓰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최근에 읽은 한국소설 중 탑이다. 최근 작가를 둘러싼 시끄러운 뉴스를 단박에 잠재울 만큼 소설 자체는 끝내준다. 공지영은 소설가일 때 가장 빛나는 것 같다.

 

오래간만에 그녀와 카톡을 주고받았다. 10년 전이다. 모 포털사이트에서 주관한 큰 규모의 시상식이 끝난 뒤 그녀와 나는 서초동에서 술자리를 함께 했다. 여러 안건에 대한 솔직하고 가식 없는 그녀의 아우라를 긍정적으로 기억한다. 어마어마한 주량에 놀랐던 것도 기억한다. 이후 둘은 작가와 독자라는 전형적인 관계로 돌아와 지금까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최근 그녀가 많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고통과 외로움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적 동기가 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신작은 정말 재미있고 훌륭하다. 자세한 건 내일 오전에 올릴 서평으로 갈음하겠다.

 

소설가 공지영의 삶과 문학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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