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 슬라보예 지젝 인터뷰 궁리 공동선 총서 1
인디고 연구소 기획 / 궁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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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으며) 나는 항상 읽는다. 공항, 호텔, 비행기 • •. 읽고 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의 천국이다. - 왜 그렇게 읽나. 그때가 가장 행복하니까." '지젝'에게 철학은 경이와 놀라움을 준다. 그 즐거움은 화장실의 이데올로기와 같다. "프랑스 변기는 용변을 보자마자 스위치 누를 필요도 없이 신속하게 구멍으로 빠져나간다. 프랑스 혁명처럼 혁명적이다. 독일은 물도 없는 변기에 변이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있다. 냄새가 지독하다. 성찰과 반성을 하게 만든다. 반면 미국에선 변기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스위치를 눌러야 내려가지 프래그티즘(실용주의) !" 


  옛 유고연방공화국이던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난 좌파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64)'. 그에게는 '동유럽의 기적'이라는 추종부터 '지적 사기꾼'이란 폄하가 붙어 있다. 2013년 현재 그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하나다. 혹시 그의 사상은 한국의 좌파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젝의 가정사는 매우 복잡하다. 이혼을 했고, 지금은 자신의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 여행 중인 올해 13세인 그의 아들은 '아빠, 두꺼운 책들 좀 그만 쓰세요. 그 책 다 쓰기도 전 죽겠어요.' 라며 농담한다. '코맥 매카시'도 늦둥이 아들과 여행 중에 소설 '로드'를 착상했다.

 

  자신의 아이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행복할 때다. 하지만 '피카소'의 아들이나 '까르마조프 씨네'의 아들들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썩 원만치 못했다. 지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은 헝가리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77•Agota Kristof)의 3부작 소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다. 이 책은 2차 대전 막바지 헝가리 시골마을 할머니 집에 맡겨진 쌍둥이 소년의 이야기로 이 악동들은 거짓말에 협박,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다.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은 지젝을 인터뷰집이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철학자와의 만남을 기록한 책이 아니다. 책에는 민주주의가 안착되었다고 믿었던 순간 곧바로 민주주의의 퇴행을 경험한 불행한 한국의 현실이 음각되어 있으며, 신자유주의 속에서 신음하는 세계시민들의 고통이 양각되어 있다. 지젝의 주된 관심은 '뷰티플 아이러니 ! (Beautiful Irony•아름다운 역설)', 경제적 아파르트헤이트(골조의 이음새 부분)에 대한 대안으로 물•전기• 직업•은행과 금융제도까지 통제하는 휠씬 강력한 국가를 꼽는다. 그것은 전체주의와는 다르다.

 

  지젝은 자본주의의 결함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는 거꾸로다. 온갖 새로운 것이 시시각각 등장하고 있다. 생명 유전학, 뇌과학, 환경 생태학 . 하지만 학문을 통해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성찰하고 해석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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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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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로우(1817~1862, 미국 철학자)가 추구하는 지식은 많은 것을 알고 머리에 쌓아 두는 지식이 아나라 '순수 지성과 청정함을 위한 지혜'이며 실체가 무엇인가를 밝혀 주는 지식이다.


  소로우의 글은 생각의 깊이를 아주 단순한 말로 분명히 전달해서 투명한 월든 호수의 물빛을 띠고 있다. 20세기 초, 대공황의 시기에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견뎌야만 했는데, 소로우는 아주 적은 돈으로 삶에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얻었고 인생을 즐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삶에서 위안을 얻었다. 소로우의 단순한 삶은 요가 수행자의 삶을 추구하는 그에게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소로우는 진정으로 자신의 고향을 사랑했다.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이 월든 호수는 보스턴에서 가까운 콩코드 시 근처에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생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다. 당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마을 사람들의 눈에 무의미하게 숲이나 방황하는 현실 도피자로 보이던 소로우에게 두 가지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그가 월든 호숫가의 숲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기 시작한 일이고, 또 하나는 부당하게 전쟁을 벌이고 인디언과 흑인을 차별하는 미국 정부에 저항하기 위해 세금 납부를 거부한 일이다. 월든에서 생활은 19세기에 출간된 가장 위대한 책으로 꼽히는 그의 대표작 '월든'을 탄생시켰고, 감옥에 갇힌 사건은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명저를 남겼다. 

 

  우리 나라에서도 젊은 나이에 수행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의 어록들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헨리 데이깃 소로우'는 고향의 숲과 대학에서 많은 책과 글쓰기 그리고 오랬동안 숲속을 산책하면서 자유로운 인간을 꿈꾸었다. 현대인의 생활은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유를 상실하고 만다. 진정성보다는 남에게 치장된 자신을 보여줌으로서 우월의식을 늘어 놓는다. 그것은 오만과 과시로 타인을 위축시키는 속물적인 얄팍성이다. 소로우는 단순하고 진정한 생활은 자연속에 있다고 말한다.

 

  소로우 평전을 써서 세상에 소로우를 알리는 일에 크게 기여한 헨리 솔트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에게 편지를 보내 소로우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물었다. 간디는 '월든'과 '시민의 불복종'을 읽었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간디는 영국으로부터 인도를 독립시키기 위한 운동의 핵심으로 시민의 불복종 개념을 택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넬슨 만덜라 역시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을 이끌면서 소로우의 이념을 근본으로 삼았다. 소로우는 미국에서 자연보호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영적인선조'이다. 

 

  소로우의 부친은 '연필 제조업자'였다. 졸업생의 개인 신상명세서를 원하는 하버드 대학의 조사에 응해 소로우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을 보냈다. '나는 교사, 가정교사, 측량 기사, 정원사, 농부, 연필 제조업자, 사포 제조업자, 작가, 때로는 3 시인이다.' 고향을 사랑했고 형을 진정으로 좋아 했던 소로우는 형의 죽음 이후에도 누나 헬렌과 오랫동안 지병에 시달려 아버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가족을 잃는 슬픔을 연이어 겪는다. '나는 이런 일들이 슬프다기보다는 낯선 일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내게 슬퍼할 권한이 있는가? 오직 자연에게만 슬퍼할 권한이 있다. 세상에서 없는 것은 자연뿐이니까.'  1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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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 이야기
박경리, 신경림, 이제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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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전 여름 밤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펴니 모기 한 마리가 화석처럼 책갈피에 붙어 있었다. 문학은 배고픔이다. 배가 고픈 사람은 늘상 밥을 찾는다. 문학은 자기 안의 결핍을 다룬다. 작가는 결핍에서 탄생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결핍 너머의 뭘 그리워 하느냐이다. 결핍 없는 삶은 없지만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 삶도 많다. 

 

  작가에게는 고향의 얘기, 어린 시절의 얘기가 밑천이다. 그것은 경험의 폭은 좁지만,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할 때 느끼고 보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공부를 하면 출세를 하는 것인가, 공부를 해서 무얼 할 것인가 보다는 읍내 버스는 언제 오는가, 장날이 언제인가, 정육점에서 소를 언제 잡는가, 선생님은 어디서 사실까 따위에 골몰해었다.

 

  낯선 사람들을 실은 버스가 마을 정류장에 도착해서 멈출 때면,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어딜 가기에 이 앞을 지나갈까?' 싶었다. 저 언덕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어떤 알지 못할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우리가 자기 존재를 뚜렸하게 느낄 때는 우리의 삶이 위기에 닥쳐 홀로 있을 때의 순간들이다. 그 순간의 경험들이 문학을 탄생시킨다.

 

  언어를 통하지 않고 우리의 진실에 도달할 없다. 문학은 추상적인 사람을 다룬다. 문학은 실존의 총체성을 표현할 있기 때문이다. 이론만으로 생명을 얘기할 없다. 오락을 위한 문학은 있을 있다. 오늘날 상업주의에 물든 비문학적 발상에 대해 '사람은 빵만으로는 없다' 것이다. 물질적으로 배가 고프면 정신적으로도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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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문학기행 - 고전에서 현대까지
장선희 외 지음 / 박이정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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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가을 냄새가 난다. 인생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어디를 향해서 가는지 모르지만, 지금 살아 있다. 나이 들어 은둔 생활을 하다시피한 과거 선배들이 이해된다. 이렇게 정년하면 세상의 바람에 불여 도로가의 낙엽 같아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 그 시절 무엇 때문에 아웅다웅 발버둥쳤던가 싶어 헛웃음만 난다.", 이상은 지인의 편지글 일부다.

 

  우리네 삶은 절망속에 희망이 시작되고 희망속에 절망이 싹튼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올해의 하반기가 시작되는 9월초다. 폭염으로 심신이 약한 노인과 환자에게 힘든 계절이었다. 반면 희망과 열정이 넘친 젊은이에게는 발랄하면서도 답답한 계절이었다. 9월은 먼저 떠나간 분들 앞에 햇곡식과 과일을 차려 놓고 감사 드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 내 고향 호남을 생각해 볼만하다. 

 

  어떤 이들은 호남문화의 특징을 '유배문화'라고 한다. 호남의 뛰어난 문화는 유배인들의해 이식되었다는 것이다. 호남은 상고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문화가 존재했다. 풍부한 예술적 감성으로 외지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호남만의 문화를 재창조했다. 언제나 피집권층으로서 억눌리고 소외되어 살아 왔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내기를 꺼리고 살짝 감추어진 곳에서 은근한 미를 추구했다. 화려한 예술보다는 생활의 실용성에 곁들여 은근히 나타나는 멋이었기에 생활과 조화된 구성진 것이었으며, 서민의 감성에서 우러나와 투박하지만 아름다움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이것이 '귄의 문화'이다.

 

  문학을 통해 호남 문화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책은 고전에서 현대 분야까지 자리에 묶여 있다. 고전 문학 분야는 지역에 있는 관련 정자나 서원을 중심으로, 현대 문학 분야는 생가나 시비, 작품의 실제 배경이 되는 문학현장을 소개했다. 호남문학의 배경고전문학현대 시문학현대 소설문학으로 나눠어졌다. 특히 호남 문학의 배경이 지리산업역사학문정신 별로 되어 있어 '호남의 문화와 예술은 무엇인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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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하는 잡동사니 청소, 2013 원서개정판
캐런 킹스턴 지음, 최지현 옮김 / 도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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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런 킹스턴은 지난 20여 년 간 풍수와 '공간 정리(Space Clearing)'를 서양적 접근법으로 실용화한 이 분야의 권위자다. 영국 싱글랜드에서 나고 자란 캐런은 지난 1990년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 둥지를 틀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한 해의 절반을 발리에서, 나머지는 미국과 유럽의 여러 도시를 강연 여행하며 보내고 있다.

 

  저자는 "완벽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공간을 막고 있는 잡동사니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앞으로의 삶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라고 말한다.  '공간(Space)' 은 모든 것을 통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개념이다. 사람관계와의 희망이나 욕망의 충족은 기본적으로 공간 확보를 염두한 말이다. 생존을 위한 공간 확보는 '햄릿' 의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와도 연결된다. 동양적인 풍수지리도 생활속에 녹아 있지만 죽은 사람과의 관계 에너지를 원활하게 만드는데 치중된 점도 있다.


  킹스턴의 생활 공간의 확보는 주거 공간에서의 원할한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집이란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장소이다. 생활 풍수는 우리 주위에 있는 자연 에너지의 흐름을 균형 있게 조화시키는 지술로, 우리의 인생에 긍정적인 효과를 창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자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나온 발리 섬에 정착한다. 


  그 섬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 세상과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가득찬 세상을 조화시키며 산다. 섬의 균형과 조화는 저자에게 가장 훌룡한 형태의 지리적 풍수이다. 단순히 주택이나 건물을 넘어서 섬 전체 3백만 주민들이 땅의 신선함과 화합을 이루며 완성된 삶의 방식으로 풍수를 실천한 곳이다. 참으로 어느 도시나 생산과 소비로 인한 폐기물처리가 주요 정책에 포함된다.


  책은 생활 공간의 에너지 흐름을 개선시키는 여러가지 방법을 알려 준다. 중에서도 '공간 정리'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공간 정리가 강조하는 막힌 너지의 주원인은 세가지이다. 물리적인 더러움, 거주자들의 에너지, 잡동사니다. 저자는 잡동사니를 4가지로 분류한다. 쓰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물건들, 조잡하거나 정리되지 않는 물건들, 좁은 장소에 넘쳐흐르는 물건들, 끝내지 못한 모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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