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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 이야기
박경리, 신경림, 이제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몇 해전 여름 밤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펴니 모기 한 마리가 화석처럼 책갈피에 붙어 있었다. 문학은 배고픔이다. 배가 고픈 사람은 늘상 밥을 찾는다. 문학은 자기 안의 결핍을 다룬다. 작가는 결핍에서 탄생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결핍 너머의 뭘 그리워 하느냐이다. 결핍 없는 삶은 없지만 결핍을 느끼지 못하는 삶도 많다.
작가에게는 고향의 얘기, 어린 시절의 얘기가 밑천이다. 그것은 경험의 폭은 좁지만,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할 때 느끼고 보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공부를 하면 출세를 하는 것인가, 공부를 해서 무얼 할 것인가 보다는 읍내 버스는 언제 오는가, 장날이 언제인가, 정육점에서 소를 언제 잡는가, 선생님은 어디서 사실까 따위에 골몰해었다.
낯선 사람들을 실은 버스가 마을 정류장에 도착해서 멈출 때면,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어딜 가기에 이 앞을 지나갈까?' 싶었다. 저 언덕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어떤 알지 못할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우리가 자기 존재를 뚜렸하게 느낄 때는 우리의 삶이 위기에 닥쳐 홀로 있을 때의 순간들이다. 그 순간의 경험들이 문학을 탄생시킨다.
언어를 통하지 않고 우리의 진실에 도달할 수 없다. 문학은 추상적인 사람을 다룬다. 문학은 실존의 총체성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만으로 생명을 얘기할 수 없다. 오락을 위한 문학은 있을 수 있다. 오늘날 상업주의에 물든 비문학적 발상에 대해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물질적으로 배가 고프면 정신적으로도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