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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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촐라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서남서 17㎞, 남체바자르 북동북 14㎞ 지점에 위치한 6440미터 봉우리(책)는 <호수에 비친 검은 산>이다. 전 세계 젋은 클라이머들이 오르기를 열망하는 꿈의 빙벽이다. (책)의 끝에 <등반 용어> (책) 356363쪽 가 잘 정리되어 있다. 1995년 여름, 나는 한 드라마의 OST(Original Sound Track)를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차에서도 내내 들었다.


   <저 산넘어>외 19곡이 수록된 CD앨범은 드라마 <산> 1995년도 MBC 특별기획드라마의 OST였다. 이 곡들은 작곡가 여영훈 1960년생, ’87년 골든 디스크 작곡가상, 이문세 앨범 3·4·5·6·7·9·12·13집 프로듀서 및 작곡가, ’08년2월 대장암으로 사망의 작품으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Rock Ballad 스타일 음악이었다.


  이<드라마> 역시 산사나이들의 이야기였다. (책)의 첫판 1쇄가 올 3월에 이여 현재 6쇄를 넘고 있다. 60대의 유명작가가 산악소설을 표방 (책) 10쪽 두 번째 여섯번째줄하고 쓴 한국 최초의 작품이자 인터넷 연재소설로 2008년도 동인문학상 최종후보에도 올랐었다.


  저자는 “사람이 곧 촐라체가 아닌가 (책) 330쪽 마지막단락 아래서 두번째줄” 라고 되묻는다. “그것은 벽이었다. 차갑고 황홀한.” (책) 17쪽 첫줄, 순탄하게 앞으로 가야 할 길에 차갑고 높은 벽이 가로 막고 있다. “그것은, 촐라체 북벽이었다.” (책) 17쪽 맨끝줄, 명박산성은 인위적인 장벽이지만, 빙벽은 아니다. 


  그는 이마를 짚으면서 황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한 번도 이처럼 카리스마가 넘치는 검은 전사의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책) 18쪽 마지막 단락 첫줄 (책)의 서사 구조는 간명하다. 아버지가 다른 형제가 전인미답이자 ‘죽음의 지대’인 촐라체 북벽에서 6박 7일 동안 겪는 지옥 같은 조난과 놀라운 생환 과정에 대한 꼼꼼한 기록이 서사의 기본 얼개다. 


 동생 <하영교>는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 찾아오지 않은 형에 대한 원망이 항상 그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등반 내내 형에게 날선 말과 행동을 한다. 아버지와 어린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에 대한 원심과 자신을 살리기 위해 로프를 끊고 죽어간 선배에 대한 마음 빚으로 늘 괴로운 형 <박상민>, “그리워서요” (책) 22쪽 세 번째 단락 첫줄라면서 어린 나이의 아들이 출가해버린 뒤 휑한 가슴을 안고 사는 캠프지기 <정 선생>, 이 세사람이 이야기를 엮어간다. 나는 (책)을 잡고 있을 때마다 <산>의 OST를 들었다. 나도 <상민>과 <영교>의 뒤를 따라 빙벽을 오르고 있었다. 이야기는 산악소설 이전에 존재론적 얘기였다. 형제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나는 지루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든, 우주공간에서 든 모든 것은 자신의 문제였다. 이복 형제 사이의 서먹함속에서 나는 세 편의 영화를 생각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이념을 너머 동생 진석(원빈)을 지키려는 형 진태(장동건)와 <가을의 전설>에서 막내 동생 새뮤얼(헤리토마스)을 전장에서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가진 둘째 트리스탄(브래드핏) 그리고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최고의 플라잉 낚시꾼이 되었던 동생 풀(브래드핏)과 교수가 된 형 노먼(크레이크세퍼)의 형제애와는 달랐다. (책)에서 동생<하영교>과 형<박상민>의 형제애는 저자 자신의 양면을 얘기하려는 소설적 장치였다. 더 나가 캠프지기 <정 선생>이 저자 자신이며, 두 형제는 저자의 정신만을 추려 빙벽을 오르게 하였다. (책)에서 형제는 저자의 내·외적인 정신적 분신들이었다.


 극한의 탈출과정을 통해 이윽고 두 형제의 가슴은 정화된다. 이 소설의 특징중에 하나는 같은 공간과 시간에 작중 인물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상황을 사람별로 분리하여 글을 전개하고 있다. 한 곡의 OST를 음색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반복해 듣는 것과 같았다. 어둠이 깊어지면 불빛과 불빛이 서로 이어지듯이, 정적이 깊으면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서로 통하게 되고 (책) 26쪽 세번째 단락 첫줄, 길은 끊임없이 다른 길로 이어진다. 빙벽의 연속이다. 불빛과 불빛 사이에 아무런 절망적인 거리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 그 따뜻한 착각 (책) 51쪽 두번째 단락 셋째줄속에서 빠지려면 서로를 일으켜 세운다. 사지에서 그들은 사회적 관계보다는 서로를 살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관한다.


 형제는 진퇴양난의 얼름길위에서 함께 있을 뿐 아니라 서로 깊이 ‘통하여’ 말이 필요없는 상태가 된다. <장 선생>은 베이스캠프에 머물며 상황을 주도한다. 동생 <하영교>는 크레바스 속으로 더 들어간다. 그는 절대고독과 죽음의 공포속에서 다른 주검을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죽은자는 한국사람 이었다. 죽은자가 죽어가면서 피켈에 새겼을 글씨에서 <영교>는 그 사실을 확인한다. 거기엔 ‘H.J. 1996.11.5 SEOUL KOREA, 사랑해 영우, 선우, 마야, 정순희’, 그리고 채 끝맺지 못한 말 ‘미안ㅎ'도····, 죽은이의 배낭에서 외려 식량과 버너와 코펠을 얻어 <상민>과 <영교>는 기사회생 할 원기를 되찾는다.


 H.J<유한진>은 IMF로 등산용품 제작회사를 운영하다가 부도난 후, 홀로 “촐라체”를 등반하다가 죽은 산악인이다. 영우, 선우, 마야, 정순희는 그의 가족이다. <유한진>의 죽음이 무관한 <상민>과 <영교>을 살여내는 지렛대가 되었고, <장 선생>에 의해 구조되었다. 저자는 촐라체에 받치는 마음의 한 편의 시를 노래한다. (책) 309쪽 


우물 밑에 그가 있다 천 년을 산.

검은 망토를 뚤러쓰고

오늘도 물레를 돌린다 향기로운 침묵속에서

앞으로 돌리면 어둠이 나오고 뒤로 돌리면 빛이 나온다.

서로 살 섞어 때로는 밝은 어둠 때로는 어두운 광채

그는 웅크리고 행복하게 일하지만

키는 하늘에 닿고 어깨 넓이는 지평선보다 넓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할아버지.

 - ‘산이 움직이고 물은 머문다’, 박범신 -


(책)의 <에필로그>에서 나는 평상심을 되찾았다. 지루한 일상을 다시 생각했다. 사람들은 왜 산을 오르려 하는가, 나는 왜 산에 가려하는가, 사람이 살지 않는 그 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다시 채우고 돌아오는가 ! <상민>과 <영교>를 무사히 서울로 돌여 보낸 <장 선생>은 육로를 타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고, 카트만두에서 티베트와의 국경 마을까지 여행한다. (책) 316쪽 두번째 단락 첫줄 그리고 몇 달 동안 여행은 계속된다. 서울로 돌아온 <장 선생>은 동상으로 발가락과 손가락이 잘린 <상민>을 만나게 된다. ‘촐라체’로 등반전에 자신의 아버지를 괴롭혔던 <나팔귀>를 찌른 범죄 때문에 <영교>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팔귀>의 탄원으로 곧 풀여날 예정이었다. <상민>의 이혼녀 <신혜>는 분당에서 음악학원을 냈고, <상민>은 산악연맹 주선으로 아웃도어 회사에 근무하게 된다.


 <장 선생>은 아들 <현우>를 만나러 출가한 절을 찾아 갔지만 스님이 된 아들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 요사체 어느 어둑신한 방에서 문틈으로 멀어져가고 있는 아버지 <장 선생>를 보고 있을 아들 <현우>를 생각하면 (책) 330쪽 세번째 단락 세번째줄 마음이 아팠다. <현우>의 어머니와 <박상민>과 <하영교>의 어머니는 이 소설의 근저에 놓인 아픔이었다. 사랑하는 영우, 선우, 마야, 정순희 (책) 192쪽 두번째 단락 를 두고 떠나와 “촐라체”의 빙벽에 절대고독속에서 죽어가야만 했던 H.J<유한진>를 나 자신으로 상상했을 때, 마음이 저렸다. “그럴 수 있었을까!” 싶었다. 부산 지역 후배 산악인들이 냉동시신이 된 H.J<유한진>를 거두려 했지만 유족들이 말였다. 평생 ‘꿈’으로 품고 살던 설산에서 영원히 ‘더 이상 늙지 않는’ 모습으로 남기를 바랬다. <상민>이 가져온 H.J<유한진>의 머리칼을 묻어 묘지를 조성했다. (책) 321쪽 두번째 단락 일골째줄  <영우>와 <선우>는 그의 아버지의 사랑과 고독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눈물짓는 슬픔에 찬 세상을 떠나서

고독한 동굴을 네 아버지로 삼고

정적을 네 낙원으로 만들라

사고를 다스리는 사고가 기운찬 말이고

네 몸이 신들로 가득 찬 너의 사원이니

끊임없는 헌신이 너의 최선의 약이 되게 하라


 - 밀라레파 티벳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취자로 알려진 밀라레파. 

현재까지 티벳 최고의 시인이자 성자. -


사람이 촐라체 아닌가. 0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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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마음이 열린다 - 남도 2천리 테마여행
남성숙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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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책을 펴내며>중에는 나를 찡하게 했던 저자의 말이 있다. “나는 전라도 산골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죽을 사람이다. 내 텃밭에 놀러오는 단 한 사람이라도 남도의 부드러움, 남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간다면 대만족이다.” <책> 5쪽, 네 번째 단락, 첫 ~ 셋째 줄까지. 남도 <책>의 지도(뒷편)에서 보듯 광주와 전라남도를 지칭. 땅에서 죽겠다는 저자의 단호한 의지는 단 한 명의 이방인(異邦人)에게도 환대하겠다는 부드러움과 넉넉함이 함축되어 있다. 죽어야 할 곳을 아는 독자라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어느 시대나 그 지역을 사수하려는 빛나는 노력들이 있었다. 저자의 글은 <맞이한 죽음>으로 도청을 사수했던 마지막 시민군 5.18 민중항쟁 때 마지막 도청 사수 시민들을 생각나게 했다.

 <죽음>은 곧 다음을 이여주는 밑거름이 된다. 산악소설 <촐라체> 박범신 지음/ 2006년작/ “책사랑” 5월추천도서에서 처럼 <유한진>의 죽음은 공교롭게도 <상민>과 <영교>를 살리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 저자는 남도에 대한 사랑을 짧고 확고하게 표현했다.  <책>은 조선 중기부터 근대초까지의 이 지역에서의 삶의 근간을 풀어내고 있다. 당쟁속에서 양심수들이 남도에서 어떻게 살아 갔으며, 현지인과 어떻게 융합하여 베풀었나를 폭넓고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다. 남도와 광주 정신의 총론과 각론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다.

 조선 왕조 5백 년 동안 유배자는 700명 중 129명인 25%가 전남지역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이들 대부분은 한숨 쉬며 세월 한탄했지만 일부는 <유배>라는 극악한 현실을 오히려 새출발의 계기로 삼았다. <책>25쪽, 세번째 단락 첫째줄 시간이 지나면서 유배지역민들은 양심수에 속하는 이들에게 존경심과 친근감을 표시하게 되었고, 유배자들은 지역 내 인재들에게 자신의 학문과 철학을 아낌없이 전수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서울에 유학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고급 문화와 학문을 습득하게 되었다. 현재의 교육정책에도 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배의 모든 사람들이 유배자들을 낙오자로 경멸했지만 그들은 5백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곁에 살아 숨쉬고 있지 않는가. 


  <책> 26쪽, 두번째 단락 마지막줄 이런 미술 전통은 근대의 서양화에도 이어져 신안에서 근대 추상화의 대가 김환기가 탄생하고, 화순 동복에서 그 위대한 오지호 선생이 탄생한다. 오늘날 미술인이 가장 많고 남도 어느 곳에서나 미술품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토를 이들 천재 화가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책> 133쪽, 두번째 단락 <남도테마6>에서는 김윤식, 박용철, 박화성, 김현승, 조운, 김우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등산권 인물 벨트’에서 확인했듯이 조선시대 중기를 산 남도 사림층은 남도의 문학, 미술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책> 154쪽, 두번째 단락


 가사문학이 탄생하는 배경에는 남도 선비들의 격조 높은 성리학적 기풍, 도학적인 수준, 폭넓은 교유, 사림 정신으로 축약되는 남도정신의 성숙이 큰 몫을 했다. <책> 154쪽, 다섯번째 단락  조선 중기 사림 문학에서 현재의 민중 문학까지 5백여 년 동안 남도는 한국 문학의 큰 줄거리를 담당했고, 매번 문학의 새 방법과 장르를 개척하는데 앞장섰다. <책> 154쪽, 다섯번째 단락  현대에 들어와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점으로 이 나라에 민중 문학이라는 또 하나의 틀을 탄생시켰다. <책> 156쪽, 두번째 단락 다섯째줄 <남도테마7>에서는 박유전, 이날치, 김채만, 최옥삼, 임방울, 정응민, 김연수, 김병환의 활약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소리 ‘판소리’가 남도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무엇인가. 왜 판소리는 전라도 사투리로 불러야 제맛이 나는가.  


 유네스코에 의해 화순 고인돌군이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나, 올해부턴가 고인돌축제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라남도 차원에서 고인돌축제를 재활성화한다면 남도를 덩어리로 묶는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가능하다. 최근에 무안국제공항 개항과 통일후 기차여행를 염두한 관광자원화 전략이 필요할 때다. 남도 문화의 특질은 고급 문화가 아니라 서민 문화요, 유행 문화가 아니라 민족 문화이다. 깊은 정신사를 가지고 있는 남도의 의향, 학향의 맥속에 예향적인 자산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 21, 네번째 단락

 
어떤테마로든 주제는 한길로 통한다.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고 자연과 더불어 오바름을 실천하고자 했던 남도인들의 꿋꿋함과 인정머리가 만져질 것이다. <> 291, 두번째 단락 남도는 아직도 어머니 자궁처럼 우리가 한국인으로 살아갈 자양분과 한국인일 수밖에 없는 생명력을 부여해 준다. 남도는 한국인의 <여백>이다. <> 22, 마지막 단락 따라서 내가 죽어야 곳이기도 하다. 0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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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불안 / 체스 범우 세계 문예 신서 1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영옥 옮김 / 범우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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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이후 문학작품에서 나를 향하는 타자(他者)의 시선은 불안 형성의 조건으로 자주 등장한다. 남편 몰래 정부를 만나고 나오던 '이레네'는, 정부의 전 애인에게 협박을 당한다. 그날 이후 '이레네'는 그 여인의 경멸에 가득 찬 시선과,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듯한 남편의 차가운 시선을 떨처내지 못한다. '슈테판 츠바이크(1891-1942)'가 지은 <아내의 불안>의 줄거리다. 최근 유명 탤랜트 부부의 이혼 공방과 비슷하지만 결말은 다르다.

 이 책의 저자인 '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의 유태계 작가로서 '빈'에서 태어났다.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 논고>의 저자 보다 8년 빨리 태어났다. 그는 "베르사이유 장미'의 작가이기도 하다. '빈'의 우울과 섬세한 서정성을 이어 받고 자랐다. 그의 문학세계는 릴케의 시세계, 니체의 철학, 프로이드의 심리학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의 소설은 심리적 묘사가 치밀하고 특이한 갈등과 극적인 상황전개로 쉽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저자의 작품은 인간의 불안을 없애주기보다는 친근한 존재로 소개해 주는 순기능을 제공한다.

 이 글은 80여년전 이야기지만 획기적이다. 남편이 아내를 너무 사랑해 아내의 불륜을 용서하고자 했다는 결말이다. 그 동안 아내의 이탈을 끝내기 바라는 마음에 남편은 계획된 <아내의 불안>을 조작한다. 결국 소설속의 둘은 평범한 부부로 돌아오게 된다. 비평자들은 '츠바이크'를  '노벨레(Novelle)의 완성자' 라고 말한다. 2000년대인 지금은 다른 결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남자는 더욱 치졸한 복수를 꾸몄을 테고, 여자는 그 복수극에 처절히 희생당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세상은 그때보다 휠씬 복잡해졌고 다면적인 관계들을 만들고 있다. 또 한 작품인 <체스>는 '츠바이크'가 쓴 많은 작품 중에 대표적인 작품이다. 유럽에서 많이 읽히는 소설이며 고등학교, 대학생들의 필독서다.

 <체스>는, 두 사람이 체스 시합을 벌이고 있는 대서양 한복판의 한 여객선 위에서 시작된다. 모든 체스시합에서 우승을 휩쓸었으나, 체스 외에는 무지한 밀코첸토비치와, 체스를 한 번도 두어본 적이 없는 천재적인 두뇌의 법학박사와의 체스 시합 이야기다. 경험은 뛰어나나 사유(思惟)할 줄 모르는 인간과, 경험은 없으나 순수사고적인 인간, 이 전형적인 두 인간형의 갈등을 통해 인간정신의 양면성과 진기한 이상심리, 잠재된 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살아있는 모두는 불안하다. 모든 현상은 변화와 운동을 내포하고 있다. 미묘한 파장, 섬광같은 떨림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은 불안하다. 불안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징표다. 관습과 상투성, 상식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반석 같은 안정감을 견디지 못하고 의심한다.  '0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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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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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는 차분한 동물이다. 평화스럽고 만족해 보이며, 세상을 침침하게 바라보는 듯하다. 수줍어하고 어딘가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듯 멍하니 정면을 응시한다. 다른 동물과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소의 눈은 사물의 초점을 명확히 잡아주는 망막의 황반이 부족한 해부학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후각과 미각은 발달되있어 민감하다. 반면 이중섭의 <싸우는 소> 유채화에서 청색 소와 황금색 소의 싸움은 강한 투지와 우직한 저력을 느끼게 한다. 황소는 한가로움속에서 선인들의 동반자요, 재산이였다. 부의 바탕이었다.


 요즘 <광우병> 우려로 시끄럽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는 우리네 전통적인 황소의 이미지를 넘어 유해요소를 함유하고 있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몇 해전에 미국 유학중인 선배로부터 이 책을 소개받고 읽은 적이 있었다. <Beyond Beef> 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국민의 공포감이 커지면서 <제레미 리프킨(62)>의 책들이 관심을 끌고 있으며, 저자의 <엔트로피>와 최근 출판된 <독소>도 많이 읽혀지고 있다. 


  이 책은 현대문명을 비판적으로 분석해온 미국의 문화비평가겸 미래학자인 저자가 1993년에 발표했고, 국내에는 2002년에 번역소개 되었다. 육우문화의 발달과정과 왜곡된 쇠고기 산업, 그로 인한 질병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어, 반문명론자와 환경운동가 그리고 채식주의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고전이다. 저자가 경고한 대량 사육된 쇠고기의 위험성을 우리 나라는 염려하고 있다.


  질병으로 폐기되거나 가축용 사료로 쓰일 고기조차 소비자용으로 미국농무부(USDA)의 승인 도장을 받는 실태를 폭로한다. 육식을 위한 소 사육이 지구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까지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쇠고기가 음식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있으며 현대적 육식문화가 성별, 계급차별, 국가정책, 식민정책, 인종이론의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한 거대 쇠고기 산업이 제3세계의 농민들을 도시빈민으로 몰아넣고 수많은 자연림을 훼손시킨 주범임을 밝히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소의 수는 12억8,000만마리로 추산된다고 한다. 사육면적은 전 세계토지의 24%를 차지하며, 미국 곡물 생산량의 70%, 지구 곡물의 생산량의 3분의 1을 먹어 치운다. 이는 만성적 기아에 시달리는 13억명을 먹여 살릴 곡식이다. 저자는 “소가 인간을 집어 삼킨다”고 표현하며, 현대의 인류가 육식 문화를 넘어서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33.쇠고기 심리학,279쪽>에 “세상의 창조물을 먹는다는 것은 고통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즐거운 일이다. 우리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부정하는 것은 고통스런 체험이다. 하지만 정복의 산물을  섭취하는 것은 상당한 만족감을 안겨주며,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가득 채운다.” “자연을 섭취하는 행위는 보답 없는 사랑과 상실에 대한 불안감, 삶의 풍요로움, 무시무시한 죽음의 환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자연을 제압하는 힘의 행사가 한편으로는 흥분과 열정, 다른 한편으로는 혐오와 반감을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라고 적혀 있다.


  저자는 인간의 식단에서 육류를 제외시키는 것은 인간 의식의 역사에서 인류학적인 전환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인류는 육식문화를 넘어서야만 새로운 과제를 있다고 한다. 또한 생태계 보호, 인간에 대한 영양 공급, 지구를 공유하는 다른 생명체들의 안녕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은 <단백질 사다리> 타라는 압력이다. 과도한 육류섭취는 자신의 건강에도, 굶주림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도, 지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광우병> 대한 검역주권 확보도 시급하지만, 책을 읽고 올바른 개인의 식생활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한다, 0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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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교실 - 여희숙 선생님의 독서.토론 길잡이
여희숙 지음 / 파란자전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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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2층으로 오르는 벽에 걸여 있었다. “책(冊)이 없다면 신도 침묵을 지키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지되고, 철학도 문학도 말이 없을 것이다.” 토마스 바트린 ‘책’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선하다. 책을 보고 있다면, 정숙한다. 책은 도장과 같다. 요령있는 책읽기로 독서가 즐거워 지면, 누구나 휼륭한 독서가가 된다. 보통은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해 의아해 한다. 어떤 사람이 한 달에 2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면 ‘설마!, 그렇게 많이 읽나?’ 싶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읽지 못 할 분량을 읽어 내고 있다.

 이 책은 좋은 독서가가 되는 길을 저자의 경험으로 소개한다. 마-트 입구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열고 골라먹는 마음처럼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여 마음에 든 책 한 권을 뽑는다. 누가 읽었다는데, 요즘 뜨는 책이라 호기심이 든다. 저자는 책읽기를 즐겨하려면 작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 보며, “어떤 책이 좋을까?” 자문한다. 남들이, 아니면 신문과 방송에서 추천하는 책도 좋지만, 자신이 예전부터 궁금했던 그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책과 연필은 항상 우리곁에 있게 된다.

 멋진 사람은 옷을 잘 입었거나, 좋은 집에 살거나, 고급 승용차와 넘볼 수 없는 학벌을 가진 사람보다는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글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이다. 가끔 버스터미널에서 수수한 차림으로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조용한 세계를 하나 더 보는 기분이다. 40대 중반이 되어 눈이 침침해지고, 밝은 전등밑에서 책에 집중하려면 머리가 아프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연령대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어렵다. 따라서 독서에 대한 좋은 전략이 필요하다. 책속에서 길을 찾는 생활 습관은 좋은 습관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무형의 재산을 상속하는 것과 같다.

 저자는 책을 읽는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쉬운 책에서 어려운 책으로 읽어간다. 쉬운 책함은 이야기가 많은 책, 이론적이기보다는 정서적인 책, 실례가 많이 소개된 책, 그림이나 사진이 많은 책 등이다. 매주에 한 번 목욕탕에 가듯, 한 권의 책을 읽어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둘째, 한국인이 쓴 책에서 외국인이 쓴 것으로 읽어간다. 번역서에도 좋은 번역책이 있듯, 선택하는데도 여러 서평을 읽은 후에 자신에게 맞는 책을 택하면 좋다. 셋째, 동시대인이 쓴 것에서 고전으로 읽어 나간다. 두 번째 원칙이 공간적 동일성을 고려한 원칙이면 세 번째는 시간적 동질성을 고려한 원칙이다. 고전은 시.공간적으로 우리와 멀리 떨어져 살았던 사람들의 책이다. 고전이 읽기 어려운 이유는 당시의 역사적.사회적 배경을 알고 있어야 이해되는 경우가 많고, 문체나 문장의 전개 방식이 구식으로 잘 읽히지 않으며, 대부분 번역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스스로 그 속에서 길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책읽기를 두려워 한다. 두꺼운 책을 보면 겁부터 낸다. 우리의 일상속에는 밥그릇보다 멀리 책이 있다. 밥은 육신을 지탱하는 보약이지만, 책은 우리의 사유(思惟)를 돕는 정신적인 밥이다. 업무에도 매뉴얼이 있듯이, 이 책은 효율적인 책읽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어떤 책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소제목들만을 읽어도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독서가 가능하겠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지금까지 책에 대한 자신의 선입견과 독서습관을 재고하기에 좋은 기회를 갖게 한다.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매일 변화는 주가지수에 관심이 많다.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책읽기는 누구나 가능하다. 글을 통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 재미는 자신만이 느끼는 행복이다. 좋은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안락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다. 더 기름지게 일구어야 할 곳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다. 책은 곧 황소가 끌고가는 쟁기와 같다. 쟁기가 지난 논에 봄물이 스며들어 새 볍씨를 키운다.

“ 주거지의 최적지는 시장과 도서관 그리고 공원이 있는 곳이다. ”
“ 독서는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동시에 한다. ”
“ 정신없이 살지 않기 위해 독서한다. ”
“ 책은 언어의 집이다. ”
“ 고급독자는 인문사회과학책을 자주 읽는다. ”
“ 독서의 목적은 재미와 즐거움, 지식과 정보, 교양과 인격이다.”
“ 독서는 과거와 지속적인 대화로 개인을 소통시킨다. ”
“ 당신이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 ”
“ 독서는 자신의 편견을 깨기 위함이다. ”
“ 관심사가 개인을 넘어서 사회의 세계로 확장된다.”
“ 많은 사람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정신적이 긴장감 때문이다.”
“ 사람들은 무엇을 하기 위해 돈을 쓰기도 하지만, 때로는 돈을 쓴 것이 아까워 그
   것을 실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후를 위한 책읽기는 좋은 습관이다. 0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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