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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마음이 열린다 - 남도 2천리 테마여행
남성숙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책을 펴내며>중에는 나를 찡하게 했던 저자의 말이 있다. “나는 전라도 산골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죽을 사람이다. 내 텃밭에 놀러오는 단 한 사람이라도 남도의 부드러움, 남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간다면 대만족이다.” <책> 5쪽, 네 번째 단락, 첫 ~ 셋째 줄까지. 남도 <책>의 지도(뒷편)에서 보듯 광주와 전라남도를 지칭. 땅에서 죽겠다는 저자의 단호한 의지는 단 한 명의 이방인(異邦人)에게도 환대하겠다는 부드러움과 넉넉함이 함축되어 있다. 죽어야 할 곳을 아는 독자라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어느 시대나 그 지역을 사수하려는 빛나는 노력들이 있었다. 저자의 글은 <맞이한 죽음>으로 도청을 사수했던 마지막 시민군 5.18 민중항쟁 때 마지막 도청 사수 시민들을 생각나게 했다.
<죽음>은 곧 다음을 이여주는 밑거름이 된다. 산악소설 <촐라체> 박범신 지음/ 2006년작/ “책사랑” 5월추천도서에서 처럼 <유한진>의 죽음은 공교롭게도 <상민>과 <영교>를 살리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 저자는 남도에 대한 사랑을 짧고 확고하게 표현했다. <책>은 조선 중기부터 근대초까지의 이 지역에서의 삶의 근간을 풀어내고 있다. 당쟁속에서 양심수들이 남도에서 어떻게 살아 갔으며, 현지인과 어떻게 융합하여 베풀었나를 폭넓고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다. 남도와 광주 정신의 총론과 각론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다.
조선 왕조 5백 년 동안 유배자는 700명 중 129명인 25%가 전남지역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이들 대부분은 한숨 쉬며 세월 한탄했지만 일부는 <유배>라는 극악한 현실을 오히려 새출발의 계기로 삼았다. <책>25쪽, 세번째 단락 첫째줄 시간이 지나면서 유배지역민들은 양심수에 속하는 이들에게 존경심과 친근감을 표시하게 되었고, 유배자들은 지역 내 인재들에게 자신의 학문과 철학을 아낌없이 전수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서울에 유학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고급 문화와 학문을 습득하게 되었다. 현재의 교육정책에도 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배의 모든 사람들이 유배자들을 낙오자로 경멸했지만 그들은 5백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곁에 살아 숨쉬고 있지 않는가.
<책> 26쪽, 두번째 단락 마지막줄 이런 미술 전통은 근대의 서양화에도 이어져 신안에서 근대 추상화의 대가 김환기가 탄생하고, 화순 동복에서 그 위대한 오지호 선생이 탄생한다. 오늘날 미술인이 가장 많고 남도 어느 곳에서나 미술품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토를 이들 천재 화가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책> 133쪽, 두번째 단락 <남도테마6>에서는 김윤식, 박용철, 박화성, 김현승, 조운, 김우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등산권 인물 벨트’에서 확인했듯이 조선시대 중기를 산 남도 사림층은 남도의 문학, 미술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책> 154쪽, 두번째 단락
가사문학이 탄생하는 배경에는 남도 선비들의 격조 높은 성리학적 기풍, 도학적인 수준, 폭넓은 교유, 사림 정신으로 축약되는 남도정신의 성숙이 큰 몫을 했다. <책> 154쪽, 다섯번째 단락 조선 중기 사림 문학에서 현재의 민중 문학까지 5백여 년 동안 남도는 한국 문학의 큰 줄거리를 담당했고, 매번 문학의 새 방법과 장르를 개척하는데 앞장섰다. <책> 154쪽, 다섯번째 단락 현대에 들어와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점으로 이 나라에 민중 문학이라는 또 하나의 틀을 탄생시켰다. <책> 156쪽, 두번째 단락 다섯째줄 <남도테마7>에서는 박유전, 이날치, 김채만, 최옥삼, 임방울, 정응민, 김연수, 김병환의 활약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소리 ‘판소리’가 남도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무엇인가. 왜 판소리는 전라도 사투리로 불러야 제맛이 나는가.
유네스코에 의해 화순 고인돌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나, 올해부턴가 고인돌축제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라남도 차원에서 고인돌축제를 재활성화한다면 남도를 한 덩어리로 묶는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가능하다. 최근에 무안국제공항 개항과 통일후 기차여행를 염두한 관광자원화 전략이 필요할 때다. 남도 문화의 특질은 고급 문화가 아니라 서민 문화요, 유행 문화가 아니라 민족 문화이다. 천 년 깊은 정신사를 가지고 있는 남도의 의향, 학향의 맥속에 예향적인 자산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책> 21쪽, 네번째 단락
어떤 ‘테마’로든 그 주제는 한길로 통한다.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고 자연과 더불어 오바름을 실천하고자 했던 남도인들의 꿋꿋함과 인정머리가 만져질 것이다. <책> 291쪽, 두번째 단락 남도는 아직도 어머니 자궁처럼 우리가 한국인으로 살아갈 자양분과 한국인일 수밖에 없는 생명력을 부여해 준다. 남도는 한국인의 <여백>이다. <책> 22쪽, 마지막 단락 따라서 내가 죽어야 할 곳이기도 하다. 08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