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불안 / 체스 범우 세계 문예 신서 1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영옥 옮김 / 범우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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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근대 이후 문학작품에서 나를 향하는 타자(他者)의 시선은 불안 형성의 조건으로 자주 등장한다. 남편 몰래 정부를 만나고 나오던 '이레네'는, 정부의 전 애인에게 협박을 당한다. 그날 이후 '이레네'는 그 여인의 경멸에 가득 찬 시선과, 자기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듯한 남편의 차가운 시선을 떨처내지 못한다. '슈테판 츠바이크(1891-1942)'가 지은 <아내의 불안>의 줄거리다. 최근 유명 탤랜트 부부의 이혼 공방과 비슷하지만 결말은 다르다.

 이 책의 저자인 '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의 유태계 작가로서 '빈'에서 태어났다.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 논고>의 저자 보다 8년 빨리 태어났다. 그는 "베르사이유 장미'의 작가이기도 하다. '빈'의 우울과 섬세한 서정성을 이어 받고 자랐다. 그의 문학세계는 릴케의 시세계, 니체의 철학, 프로이드의 심리학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의 소설은 심리적 묘사가 치밀하고 특이한 갈등과 극적인 상황전개로 쉽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저자의 작품은 인간의 불안을 없애주기보다는 친근한 존재로 소개해 주는 순기능을 제공한다.

 이 글은 80여년전 이야기지만 획기적이다. 남편이 아내를 너무 사랑해 아내의 불륜을 용서하고자 했다는 결말이다. 그 동안 아내의 이탈을 끝내기 바라는 마음에 남편은 계획된 <아내의 불안>을 조작한다. 결국 소설속의 둘은 평범한 부부로 돌아오게 된다. 비평자들은 '츠바이크'를  '노벨레(Novelle)의 완성자' 라고 말한다. 2000년대인 지금은 다른 결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남자는 더욱 치졸한 복수를 꾸몄을 테고, 여자는 그 복수극에 처절히 희생당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세상은 그때보다 휠씬 복잡해졌고 다면적인 관계들을 만들고 있다. 또 한 작품인 <체스>는 '츠바이크'가 쓴 많은 작품 중에 대표적인 작품이다. 유럽에서 많이 읽히는 소설이며 고등학교, 대학생들의 필독서다.

 <체스>는, 두 사람이 체스 시합을 벌이고 있는 대서양 한복판의 한 여객선 위에서 시작된다. 모든 체스시합에서 우승을 휩쓸었으나, 체스 외에는 무지한 밀코첸토비치와, 체스를 한 번도 두어본 적이 없는 천재적인 두뇌의 법학박사와의 체스 시합 이야기다. 경험은 뛰어나나 사유(思惟)할 줄 모르는 인간과, 경험은 없으나 순수사고적인 인간, 이 전형적인 두 인간형의 갈등을 통해 인간정신의 양면성과 진기한 이상심리, 잠재된 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살아있는 모두는 불안하다. 모든 현상은 변화와 운동을 내포하고 있다. 미묘한 파장, 섬광같은 떨림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은 불안하다. 불안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징표다. 관습과 상투성, 상식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반석 같은 안정감을 견디지 못하고 의심한다.  '0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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