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山이 낫다
남난희 지음 / 학고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그곳에 가면 마음이 열린다>를 완독 후 진도 약산에 갔다. 이순신장군의 공적에 대해 들었다. 집으로 와 누구도 범접 못 할 빙벽의 <촐라체>을 만났다. 산사나이들이 빙벽에서 살아나 평심을 되찾을 즘에 <전국카톨릭공무원피정>에 참석했다. 참가자들의 얼굴은 단정하고 산뜻했지만 곧 지루했다. 미사중에도 분심이 생겼다. 분심속에 사람이 있었다.

  승용차 엔진오일을 교환했다. 손을 씻고 누웠을 때 <낮은 산이 낫다>(책)가 눈에 들어 왔다. <촐라체> 다음으로 읽기에 좋았다. 교통사고로 강남 도곡동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한 친구에게 병문안 가는중에 버스안에서 읽었다. 산밖에서 안정을 찾았던 저자에게 집 지리산 화개골은 베이스캠프다. 집은 목적이 아니다.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 다시 떠나는 곳이다. 집은 목적이 아니다. 공지영의 <즐거운 우리집> 270~271쪽, <공지영>은 가족구성원간의 얘기지만, <남난희>의 가족은 자연과 소통하며 사는 얘기로 시골생활과 같다.

  <촐라체>는 빙벽에 엎드려 극적인 생환으로 새롭게 태어나지만 (책)은 낮아서 높아지는 삶, 가진 것 없어도 풍요로워지는 삶에 글이다. 또한 독보적인 산악인이었던 중년여성이 자연친화적인 삶의 텃밭에서 일군 산밖의 얘기다. 저자는 자연과 이웃, 아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살가운 일상의 모습을 통해, 더 가지려는 욕망 때문에 놓처버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몸을 낮추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관한 소박한 글의 행간에서 맑은 울림을 듣게 된다.

   나에게 저자의 글은 지루하지 않고 물 흐르는 듯했다. 소박한 자연에 대한 진솔한 표현들 때문이지 않나싶었. 자신의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일상에 대한 자랑보다는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삶의 소박함과 고난들을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강인함이 뚜렷했지만 삶의 고난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자신을 자연으로부터 끊임없이 낮추며 살아가는 저자의 생활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촐라체>는 빙산속에 갈등하며 극적인 산사람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책)은 산을 친구처럼 바라보며 살아가는 여성산악인의 이야기다. 산성과 알카리성, 육식과 채식, 조깅과 산책 등과 대비된다.

   저자는 30대 중반에 산을 버린다. 더 높은 산을 오르겠다는 열망, 더 높은 산을 정복하겠다는 허허로운 욕망을 버린다. 저산을 오르는 대신 산밖에서 산을 사랑한다. (책)의 줄거리는 <입산> (산) 5쪽에서 13쪽.에 함축되어 있다. 내용은 4부로 되어 있으며, <하산> (산) 245쪽에서 256쪽.으로 맺고 있다. <조화로운 삶> 헬린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가 뉴잉글랜드 지방의 버몬드 산골짝에 살면서 스무 해 동안 경험한 일들을 잔잔한 어조로 풀어쓴  책. 그들이 자연 속에서 서로 돕고 기대며, 자유로운 시간을 향유하며 창조한 이야기들을 통해 조화로운 삶의 길로 안내는 부부와 함께 일군 자연에서의 삶이지만 (책)은 저자와 아들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산악인으로서“언젠가는 백두대간의 북녘을 완주해야 한다”는 숙제를 잊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지금 집 지리산 화개골은 베이스캠프다. 여성 산악인끼리 에베레스트 등반 계획 좌절, 잠적, 결혼, 출산, 지리산으로, 이혼, 강원 정선자연학교 교장, 태풍 루사로 인한 좌절, 지리산 화개골에 정착은 커리우먼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저자의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식에서 새로운 나를 꿈꾼다.

 언제 부터인가 나의 삶은
 아무것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또 어느 곳에도 가고 싶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게 되었다.

 물기가 다 빠진 풀처럼 가벼운 마음이다.
 참 좋다.
 

  -‘입산 고백에서 -  0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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