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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평점 :
단행본이 얇아지고 있다. 100~200쪽 분량의 책들이 잇달아 나오는 추세다. 스마트폰 시대의 독자 역시 경편, 경량 인문서를 반긴다. 경장편은 판형을 조절하면 단행본으로 손색이 없다. 경쟁력 있는 작가의 원고를 비교적 빠른 시간에 내놓을 수 있다. 인문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100쪽을 전후한 단행본으로 현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나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있다. '분노하라'가 프랑스 '앵디젠'에서 2010년 10월에 출간되자 열화와 같은 호응을 받았다. 200만부이상을 찍었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속속 번역되어 전파되고 있다.
'스테판 에셀'은 우리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진보주의자의 전형에 가깝다. 그는 무관심과 체념에 길들여진 이들을 한껏 자극하며 미국 월스트리트 '오큐파이' 운동과 스페인의 '분노하는 사람' 운동 등을 촉발 시켰다. 올 2월에 95세의 나이로 떠나기까지 레지스탕스면서 낭만주의자로 살았다. 독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귀하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저항하다가 부헨발트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세 곳의 수용소를 전전하며 처형될 위기에서 목숨을 건진다. 이후 외교관이 되어 유엔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인류의 인권과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칙과 가치들이다. 진정한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은 독립된 언론이다.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가 필요한 때다. 분노를 삭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삶의 지혜가 널리 퍼져 있는 한국 사회에서 '분노하라!' 라는 직설적•선동적 메시지는 생경하게 들린다. 저자의 화두는 묵직하다. '진정 행복하려면 제때에 분노할 줄 알라'. 오늘날 모든 문제들은 상호의존적이며 인류가 사는 방식을 전반적으로 재고하지 않으면 해결책은 없다고 주장한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다. 저항, 그것은 창조다.' 라고 ! 1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