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 개항부터 해방 후까지 역사를 응시한 결정적 그림으로, 마침내 우리 근대를 만나다!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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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한다. 실정법 부재나 관련 권력의 생존으로 그들의 편향된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시적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들도 있다. 다시 기억해보면, 고대는 중세 이전으로 한국은 고조선-후삼국 시대의 종결 연도까지를 말한다. 중세는 5세기 경부터 15세기 중엽까지로 한국사는 고려시대를 말한다. 


  근세를 중세와 근대 사이로 서양의 르네상스에 해당하는 14-15세기 무렵으로, 조선 전기로 본다. 근대는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인 17,18세기부터 20세기 중엽까지를 말하며, 1863년 고종의 즉위 이후 또는 1876년 개항 이후를 근대로 본다. 현대는 1945년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말하지만 서양사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종결 이후 현재까지로 분류한다.


  어느 세대나 전 세대의 역사적 영향을 받는다. 우리에게는 뼈아픈 근대가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부모의 관리권 밖으로 이양 되듯, 우리의 성장 틀에 근대사가 있다. 근대를 사유하지 않고, 어떻게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난 오늘의 성장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근대가 가장 가까운 과거인데도 멀리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차단과 굴절의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바로 알지 못하면 현재의 오류에 빠지기 십상이다. 우리의 근대는 끊임없는 성찰의 대상이며 미래로의 전환기다.


  이 책에는 1898년부터 1958년까지 그려진 외국 화가들과 우리 화가들의 그림 86점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 근대 화가의 작품 중 당대의 삶이나 역사적인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으로 대표되던 조선 후기 풍속화의 맥이 어떤 이유 때문인지 근대에는 끊어졌다. 반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외국인 화가들은 당시의 시대상과 삶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을 상당수 남겼고, 그 덕분에 우리의 근대사를 그림들을 통해 살필 수 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면, 휴전 협의차 한국을 방문한 아이젠하워와 이승만 대통령의 협의 모습, 지금은 사라져 볼 수 없는 100년 전 조선의 절경인 대동강과 한강(남산 남쪽 아래에서 노량진까지)을 오가는 황포돛배, 내금강의 마하연 풍경 등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저자는 서울생으로, 1976년 도미하여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거주하면서 고국을 떠나 이국에서 보내야 했던 그리움과 고독의 시간을 메우기 위해 근대의 그림을 모았다고 한다. 


  우리의 근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이 있었기에, 일제강점기에도 자식들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고, 전쟁 중에도 천막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켰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서도 어머니들은 함지를 머리에 이고 행상을 했고, 아버지들은 열심히 농사를 짓거나 직장에 다녔으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집을 개조해 구멍가게를 차렸다. 


  누나/언니들은 동생들 학비를 벌기 위해 식모살이를 하거나 공장에 들어가 밤늦게까지 일했고, 형/오빠들도 막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기술과 장사를 배웠다. 누구나 예외없이 모두가 그렇게 근면하게 일하고 공부해 그 어려운 시기를 헤치고 나왔다. 우리는 온 몸으로 근대를 지나 현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1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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