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처자매가 여행 중이라 집안은 조용하다. 덕분에 챙겨야 할 집안 일은 많아 졌다. 식사며 빨래 등 손을 놓으면 쌓인다. 남은 사람의 연휴도 여행이다. 혼자 찾은 고향길도 순례길처럼 여유롭다.


 사별하면 3년이 고비다. 이성 간의 사랑도 비슷하다. 사랑의 호르몬인 도파민(신경전 달물질)에 의해 열정은 지속된다고 한다. 책은 사랑하는 언니를 잃고 난 후 슬픔을 떨쳐버리지 못했다가 독서를 통해 평안을 얻은 저자(동생)의 독서 일기이다.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독서일기'라하면 장정일 작가의 책이 유명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더구나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니나 상코비치'는 여름이면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 추리소설을 읽는 집에서 태어났다. 그가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빌린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야'를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다. 혼란스러웠던 대학 시절의 연애는 소설 '버거의 딸'로 구원받은 책벌레였다.
  
 그가 40대 중반이 되었을 때, 언니가 세상을 떠난다. 슬픔을 잊으려고 3년 간 방황했지만,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그에게 불쑥 찾아 오곤 했다. 그러던 그가 400쪽이 넘는 '드라큘라'를 하루 만에 읽고,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그는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서평을 썼다. 이 책 뒷편에 매일 읽었던 365권의 책이 소개 되어 있다. 일년에 100권의 책을 읽는 사람 얘기를 들으면 가능할까 싶었는데 가능 한 일이다. 

저자는 몇가지 원칙을 세워두고 읽었다. 
 - 마흔여섯의 생일에 시작한다. 
 - 읽은 책에 대해서는 서평 꼭 쓴다.
 - 한 저자의 1권 이상은 읽지 않는다.
 - 새 책, 새 저자의 책을 고른다. 
 - 선호 작가의 옛 책을 읽는다.
 - 300쪽 이하의 책을 택한다. 
 - 언니와 함께 읽을 만한 책을 읽는다.

 인생에서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일을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괴로운 감정을 잊기 위해 온갖 일을 다한다.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고,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불쑥 자신을 찾아와 무기력하게 만든다. 저자는 책속에서 가족을 만난다. 그는 일상에서 가족간의 갈등과 삶의 역경에 대한 이해 등을 책의 캐릭터 상황에서 해답을 얻어 낼 줄 아는 독서의 고수이다.

 저자의 이런 능력은 한 권의 소설 책을 읽는 행위로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서평을 썼던 힘이 축적된 결과로 짐작된다. 특히 작가는 언니를 난소암으로 보내고 느끼는 슬픔을 매일 매일 독서를 통해서 자신의 삶속으로 들어가는 문학적 도피를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책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이 모두 회복능력의 대가이자 증거라는 사실을 터득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월호 가족에게 슬픔을 치료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약은 없다. 함께 살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잃은 사람을 기억하면서 동시에 기대와 흥분감을 품고 앞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언니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돌아 갔을 때 그에게 남은 것은 언니에 대한 기억뿐이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미래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다. 기억을 공유할 수 없는 그 슬픔은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격게 될 순간이다. 지금의 '사이 좋음'은 살 수 없는 자신만의 시간임을 되새겨 본다. 모처럼 자매의 여행이 그들의 삶속에 풍성하게 기억되길 바란다.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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