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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ㅣ 펭귄클래식 2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책을 읽기 위해 버스를 타는 경우도 있다. 책을 읽기 위해 그곳에 가는 경우도 있다. 문상길이 멀면 읽던 책을 들고 가던지 벼르던 책을 들고 간다. 도서관 말고는 읽을 만한 곳이 없다. 자가용을 가지고 갈만한 곳도 구지 버스를 타고 간다. 어쩌면 법정의 출가 이유를 알 것고만 같은데!
별교에 위치한 홍암 나철 기념관에 가면서도 읽던 <대위의 딸>를 버스에서 마져 읽었다. 자주 만나는 선배 때문에 읽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했던 얘기를 또 하는 버릇이 있다. 이 책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던 기억 때문에 벼르다 읽게 되었다.
같은 책이라도 독자마다 다른 느낌으로 기억되거나 인용된다. 선배에게는 '선의(인정)'이라는 것으로 남았다. 소설은 '표트르 안드레이치 그리뇨프'(남자 주인공)가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안내해 준, 당시에는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푸가초프'(혁명 우두머리)에게 보답으로 건네준 토끼가죽 외투가 이후 그리뇨프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푸시킨의 마지막 유작 소설 <대위의 딸>은 1833년부터 1836년까지 4년여에 씌여졌다. 작가는 집필 전 십여 년의 기간 동안 직접 자신의 발로 뛰며 푸가쵸프 반란사를 연구해서 얻은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작가적 허구가 결합된 소설이다.
극심한 농노혁명을 겪었던 혼란한 18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자 애썼던 한 평범한 귀족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골자로 한 역사소설이다. 이 소설은 푸가쵸프 반란과 정부군의 진압 과정에 관한 역사적 서술이 의도적으로 억제된 대신 주인공의 로맨스와 가족사가 소설의 전면에 부각되어 있다. 그 당시 전 유럽을 휩쓸었던 낭만주의 역사관에 대한 영향으로 생각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니, 우리의 동학농민혁명이 떠올랐다. 두 혁명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 소설에서 한 젊은 장교와 농노혁명군의 두목인 푸가쵸프의 만남은 낭만주의 역사관에 기인한 예술적 허구이다. 그리고 한 시대의 격변속에서 있을 법한 상상일 수 있다. 특히 소설속 인물의 구도 설정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여운 남긴다. 예를들면 전봉준과 흥선대원군의 만남(?)이랄까!
러시아 문학사와 문화사에서 <대위의 딸>의 탄생은 매우 중요하다. 이 소설은 러시아 근대 장편소설의 효시이자 톨스토이의 역사소설 <전쟁과 평화>를 예고하는 소설이며, 이후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역사소설의 지류를 형성한 근원지로 평가 받고있다. '17.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