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하나
무레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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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고 너무 좋아서 책으로 만나고 싶었다.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양장본이다. 엄마와 단둘이 살다가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고양이와 단둘이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고양이를 떠나보낸 아키코씨의 시간들을 먼저 떠올려보게 한다. 엄마와의 관계, 출생에 대한 이야기, 엄마의 라이프 스타일, 장사철학 등이 등장한다. 보호자가 어머니인 이유와 어머니의 장사스타일에 자신이 가졌던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신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지는 스타일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엄마의 식당) 벽에 메뉴를 잔뜩 붙여두셨어. 냉동식품.완조리 식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내놓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건 엄마의 방식이고... 메뉴가 적더라도 가능한 한 좋은 식재료를 써서 하나하나 정성을 담은 요리를 내놓고 싶었다. 51

아키코 씨는...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야. 요즘 세상은 먹거리를 너무 소홀하게 여겨.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31

잡다한 물건이 가득한 창고 같았다. (엄마방) 110

많은 살림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와 간소한 스타일을 추구하고 반추하는 아키코 씨는 라이프 스타일부터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담담하게 자신의 출생을 받아들이며 더 이상 궁금증을 가지지 않은 그녀. 젊은 날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만났던 남성과 주고받는 대화들도 그녀에게는 많은 영향을 주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홀로 그 짐들을 감당하면서 직장에서 편집자로 살아온 그녀는 뜻하지 않은 인사이동을 통보받으면서 진중하게 식당 가게에 대해 생각을 가지게 된다. 물론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말과 음식에 감각이 있다는 호평도 영향을 받기도 한다.

아르바이트만으론 힘들지 않아요? 보너스도 없잖아요. 먹고 살 수만 있으면 돼요. 41

그녀의 가게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준비된다. 식재료들을 엄선하고, 메뉴들도 신중하게 선택하며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수도원 식당같은 간소한 공간에서 맛있는 빵과 수프를 제공하는 곳이다. 식당을 영업하면서 고민하는 것들, 손님들을 향하는 마음까지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전자계산기보다는 주판을 사용하고, 매장 홍보를 정중하게 거부하는 사장이기도 하다. 책이 전달해 주는 정보들도 쏠쏠해서 젤라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있었다. 먹는 것을 만드는 일에 정성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깊게 되새기면서 읽게 된다.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원과 나누는 대화도 꽤 인상적이다. 취향을 판매하는 이 가게. 가보고 싶은 곳이다.

수도원 식당처럼 간소한 공간에서 믿을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빵과 수프를 제공하고 싶다.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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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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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는 익숙하다. 더불어 북유럽 신화까지도 떠올리면서 읽은 시간이었다. 이 책은 컬러 도판 100장이 포함된 전면 개정된 도서이다. 그 이유만으로 다시 읽은 그리스 로마 신화는 무수히 많은 곁가지들이 그려지는 순간들로 기억된다. <머리말>과 <서론>은 작가의 의도와 그리스와 로마에 대한 신화를 더욱 구분 지으면서 이해하게 해준다. 컬러 자료사진들이 있어서 매료되었고 작품들을 보는 즐거움까지 누려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한 도서이다.

신화 작가. 호메로스.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26

헤시오도스. 비천한 농부. 세상. 신. 하늘. 인류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의문. 최초의 사람 26

의문을 가진다는 것, 호기심과 관심을 증폭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것인지 알기에 인류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의문을 가진 최초의 사람에 대한 내용은 매우 흥미롭기까지 하다. 비천한 농부였던 헤시오도스가 세상과 신, 하늘에 대해 의문을 가진 이유를 짐작해 보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반면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신화 작가인 호메로스도 상대적으로 궁금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질문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 삶인지 다시금 느껴보면서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로마인들은 실용적인 민족. 실제적이고 쓸모 있는 신을 원했다. 77

신전이 없고 오로지 집에서만 숭배. 매끼 식사 때마다 음식 봉헌. (도시 지키는 것도 있었다) 78

축제 기간. 평등사상이 살아있었다. 78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이 신화를 어떠한 마음과 자세로 받아들이며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색됐는지도 책을 통해서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그리스인들이 신화에서 무엇을 싫어했는지도 알게 된다. 고대의 신화를 통해서 그들의 삶과 인간의 본성과 그들이 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괴물과 신만이 있었던 세상과 인간이 최초로 등장하는 이야기까지도 꽤 흥미롭게 읽은 내용이 된다. 유사한 부분들을 많이 상기되는 내용들이기도 하다.

다섯 번째 종족은 지상에 살고 있는 철종족이다. 악한 시대에 살았으며 본성도 악했으므로 고통과 슬픔이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세대가 지날수록 더욱 사악해졌다. 언젠가는 그들이 극도로 사악해져 힘을 숭배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힘이 곧 정의이며, 선량한 사람들을 더 이상 존경하지 않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범죄 앞에서 분노하지 않거나 가엾은 사람을 보고도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되어 제우스가 그들을 파괴할 날이 올 것이다. 122

책등이 보여주는 두께감만큼 내용도 알차게 채워진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에 수많은 가지들이 드리워지고 무수한 것들로 차곡히 그려지는 알찬 내용들을 만난 책이다. 신화 작가들이 표현한 시들을 감상하는 시간도 꽤 의미 있으며, 이디스 해밀턴의 글을 통해서 유추해 보는 시간들도 의미 깊은 독서가 된다. 컬러 도판 100장도 꽤 유용하다. 신화 작가의 시, 집필한 작가의 글, 조각상과 회화 작품들이 주는 감상은 더 깊은 사색의 시간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인간과 신, 창조, 우주를 생각해 보는 신화였으며, 인간적인 면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여러 신들의 모습과 무자비한 신의 모습과 욕망과 함께 추락하는 인간의 모습까지도 빼곡하게 대면하게 하는 이야기들도 떠오려보게 한다.

예전 생활이 비록 고단하긴 했어도 무척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 줄기에서 보리수나무와 참나무로 함께 변한 것. 사람들이 이적을 찬양. 경건하고 충실한 노부부 205

가장 기억에 담고 싶은 것은 노부부에 대한 이야기와 한 줄기에서 보리수나무와 참나무로 함께 변한 이야기였다. 이 노부부가 고단한 예전의 삶을 떠올리는 모습과 무척 행복했다고 떠올리는 모습, 경건하고 충실한 노부부의 모습, 나그네에게 환대하며 성찬을 준비하는 모습, 노부부의 가옥과 부족한 살림의 모습들은 많은 의미들을 상기하게 한다. 정신적으로 만족한다는 것이 가지는 찬란한 행복을 다시금 떠올려볼 수 있었다. 참혹하고 잔인한 내용들도 거침없이 전해지는 만큼 인간이 역사 속에서, 전쟁 속에서, 권좌를 지키고자, 권좌를 빼앗고자 무엇을 하였는지 차곡히 떠올려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현대인들에게도 시사하는 것이 많은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파에톤의 추락. 240

벨레로폰은 모든 신의 미움을 사게 되어 자기 영혼을 갉아먹으며 죽을 때까지 쓸쓸히 떠돌아다녔다.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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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 우리의 식탁 - 제철 재료로 그려내는 건강한 맛과 행복한 기억
김미진 지음 / 아퍼블리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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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엄마가 차린 사계절 집밥 밥상이 담긴 요리책이다. 책표지의 사진들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집밥 요리는 아이들의 기억속에 자리 잡는 소중한 엄마만이 맛 보여줄 수 있는 집밥이 된다. 가정들마다, 엄마들마다 미묘하게 정성을 다하는 요리법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늘 집밥에 진심인 요리책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쌍둥이 엄마의 집밥 요리 100가지를 만나볼 수 있는 요리책이다.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에서 계절마다 기다려지는 과일들, 야채들, 어류들이 있기에 봄요리, 여름요리, 가을요리, 겨울요리로 나뉘어서 소개된 레시피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우엉 양송이 수프, 닭날개 우엉 강정, 배추 소고기 찜, 대추고 떡 케이크, 연근 밤호박 떡구이, 연근 소고기 전골, 연근 들깨 리조또, 떠먹는 밤호박 피자, 밤호박 샐러드, 새우 밥도그, 참나물 소고기 두부 김밥, 참나물 페스토 리조또, 가지 추로스, 가지 그라탕, 가지말이 밥, 애호박 팬케이크, 애호박 마늘칩 볶음, 주꾸미 바지락 빠에야, 마늘종 토마토 살사, 마늘종 드라이카레, 마늘종 크로켓, 마늘종 떡볶이 등을 눈여겨보면서 요리들을 하나씩 담아본 책이다.

손쉽게 계절마다 구하기 쉽고, 레시피에 등장하는 요리 재료들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구입 가능한지도 알려주는 요리책이다. 요리에 관심이 많고 많은 요리들을 다양하게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준비하는 엄마의 마음과 정성이 느껴지는 요리책이다.

뿌리채소, 나물, 야채찜 등 좋아하는 식재료들을 어떻게 활용하면서 간식처럼 준비할 수 있는지도 배웠던 요리책이다. 색다른 요리들로 집밥을 더욱 즐거운 시간들로 기억되도록 노력해 보려는 찰나에 만난 요리책이다. 기대한 것보다도 더 풍성하게 배웠던 시간이었다. 즐기는 호박국수도 소개되고 있어서 반가움에 만난 요리책이다. 저자분의 요리 센스와 감각들도 듬뿍 만나볼 수 있는 요리책이다. 100가지 요리. 요리법, tip까지 골고루 풍성하게 챙겨갈 수 있는 요리책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식재료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메모된 요리들이 제법 풍성했던 요리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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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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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만났기에 개정판인 이 도서를 만났다. 작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에 다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작품을 읽었던 시간이었다. 가족이라는 집단을 구성하는 우리들은 얼마나 서로를 알고 있을까? 부부, 부모와 자식, 형제들은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는 집단일까? 이 작품의 친정아버지가 결혼한 딸에게 빰을 때리는 장면은 영혜라는 딸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베트남 참전용사인 친정아버지. 그의 자랑하는 모습과 딸들에게 보여준 폭력성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뺨을 맞고,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던 두 자매를 계속 부여잡으면서 작품을 다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 소설이다.

영혜의 긴 시간들을 차분히 떠올려보게 한다. 성장기와 결혼생활, 그녀의 표정과 말까지도 우리는 떠올려보게 한다.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 남편이 아내인 영혜를 타인처럼 거리를 두기 시작한 병원에서의 모습까지도 기억하게 한다. 사건이 일어나서 병원으로 실려간 그날 영혜는 철저하게 혼자였음을 작품은 짚어준다. 부모도, 남편도, 형제들도 영혜의 식습관에 이해보다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강요하며 억압하는 모습이 폭력적으로 일어나는 날이었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에, 이유에 대해서도 사회가 보는 시선은 부드럽지 않았다는 것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남편이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도 자기중심적인 모습이었다. 사랑하니까, 함께 여생을 보내고자 하는 결혼이 아닌 결혼생활이 얼마나 건조한 것인지 이 작품의 부부을 보면서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 언니 부부의 모습에서도 놀라움과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남편의 무책임한 행동들은 아내와 자식에게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감정을 끝없이 숨기면서 인내하는 아내의 모습도 위태롭기까지 했다. 아들이 꿈을 꾸고 나서 엄마품에서 우는 날 그녀가 아침에 보여준 모습들. 두 자매의 외줄타기 곡예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 작품이었다. 영혜의 모습이 곧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지한 언니의 삶도 아프게 그려지는 소설이었다. 아이가 아빠가 집에 있냐는 질문에 그녀가 아이에게 대답하는 대화도 결코 가볍지가 않았던 장면이었다.

우리집에 아빠 있어? 아이가 아침마다 던졌던 질문.

없어. 아무도 없어. 너랑 엄마만 있는 거야. 언제까지나 그럴 거야. 196

자신의 삶을,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것과 견뎌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짐작해 보게 된다. 두 자매의 인생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생각하게 한다. 썩어서 문드러진 시체 같은 꿈속의 얼굴이 곧 자신이었다는 영혜의 말은 큰 웅덩이가 된다. 육체만 있을 뿐 영혜는 이곳에 있지 않다. 그녀가 꾼 꿈들의 얼굴들과 언니가 꾸는 꿈속의 자신의 얼굴도 상징적으로 전달된다.

썩어서 문드러진 시체 같은, 피투성이일 때도 있고, 아주 낯익은 얼굴, 낯선 얼굴... 달랐던 꿈속의 얼굴 171

유독 꿈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들과 인물들의 눈이 자주 등장한다. 작품은 사회가 강직하게 보여주는 문화와 규율, 규범, 당위성, 타인의 시선과 시기와 의심, 혐오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촘촘하게 등장시켜준다. 무책임하고 방관하는 가족들의 모습들도 놓치지 않는다. 이해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정신병원에 넣은 사람이 가족이었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치료하는 모습이 최선이었는지도 질문하게 된다. 육식을 강요하는 가족의 모습들, 채식을 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시선은 호의적이지는 않는 모습이 작품에 흐른다. 나와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배타적인지 사회인지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텅 빈 두 눈 129

사막같은 얼굴 127

정신병원 가지요? 버스 승객들 시선. 의심과 경계, 혐오와 호기심이 얽힌 그들의 시선 181

오랫동안 혼자여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시선 181

눈에서 빛이 꺼진 것 228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268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시선. 어린아이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이 담긴,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눈... 아무것도 눈동자에 담아본 적 없는 것 같은 시선. 177

주변의 시기와 험구 160

꽃, 나무, 숲, 비. 물구나무를 서는 영혜의 세상은 동물의 세계가 아닌 식물의 세상이었다. 뿌리가 되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비를 맞고 땅으로 흡수된 것이 나무에 흡수되는 순환의 세상이었던 영혜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프게 그려지는 고통이었다. 누구도 영혜를 헤아려주지 않았고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그녀의 아픔은 긴 시간 속에 새겨진 가족이 그려낸 것들이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자두, 복숭아, 수박까지도 거부한 그녀의 고통과 분노, 아픔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병원에서도.

'새로 쓴 작가의 말'을 연거푸 되새기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만큼이나 이 작품을 기억할 것 같다. 믿고 읽었던 작가의 소설이었다. 수위가 높아서 다소 놀라웠지만 한글이 그려내는 문장의 전달력에 또 한 번 감동하면서 마지막까지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시간들과 작품성에 놀라워하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잔인한 무책임의 죄. (아이꿈. 엄마새. 그날의 새벽.남편의 무책임 ) 266

(남편) 전부를 걸고, 전부를 잃었다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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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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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이라 머뭇거리다가 추천도서인 것을 눈여겨보고 펼친 소설이다. 이 작품은 크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오프라 매거진, LA 타임스, 앤터테인먼트 위클리, 뉴욕 타임스, 타임지에서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를 공감하면서 작가의 작품들을 더욱 눈여겨보게 된 계기가 된 소설이었다. 빈민마을에 총격 사건이 일어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와 이들이 사건 후 보여주는 모습들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들까지도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을 눈여겨보게 된다. 그는 왜 총격 사건을 일으켰을까? 이 질문의 답을 우리는 어느 순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가해자인 늙은 노인의 깊은 목소리도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늙은 노인 부부가 살아온 인생의 끝자락이 가져다주는 잔상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젊은 청년에게 어떻게 전달이 될까? 마약 판매를 하는 이 젊은 청년에게 왜 늙은 노인이 총격 사건을 일으켰는지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 내용이기도 하다.

나는 유색인이 백인의 위치에서 권력을 쥐게 되었을 때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 429

내가 ... 권력을 탐하는 백인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던 거지. 428

뉴욕. 이주민들. 꿈. 돈. 기회.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는데... 뉴욕은 모든 문제를 그들의 탓으로 돌린다. 이들의 꿈이 이 도시에서 부서졌다. 헤로인, 하얀 가루가 우리 아이들을 또다시 노예로 전략시킨다. 358.359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게 자기 아이를 모질게 대하는 부모야. 379

그들의 잔혹함과 허위, 서로에게 하는 거짓말 379

뉴욕의 빈민마을.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어떠한 곳인지 그들의 삶과 직업, 일, 생활들을 통해서 짐작하게 한다. 아이들이 교육받는 학교, 수영장은 백인들을 위한 시설, 이들의 직업까지도 눈여겨보게 한다. 마을 주민들이 감옥에 다녀오는 것의 이유는 중요하지도 않다. 보편화되어 있는 이 사회의 흐름들은 모순되고 왜곡되어 있다. 그들이 뉴욕이라는 곳을 찾은 이유는 어느새 퇴색되고 빛바랜 넝마 조각처럼 나부끼는 모습으로 삶은 힘겨울 뿐이다. 마약에 노출되고 마약을 하고자 폭행 사건과 살인사건도 일으키는 모습을 작품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꿈을 가지는 젊은 소녀, 대학에서 공부를 꿈꾸는 소녀는 과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감정이 없는 표정으로 청탁된 일을 처리하는 모습에서 미래를 그려낼 수 있을까? 부모를 부양하는 소녀였던 그녀.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는 소녀의 모습도 기억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노인 스포츠코트의 양어머니. 258마일이나 떨어진 산에 가서 놀라고. 그리고 벌거벗은 채 산 정상에서 뛰어내리라고. 30

(양어머니) 그녀가 주일날에만 하나님 앞에서 선한 척하고, 나머지 날에는 악마처럼 살았던 것 384

(지 자매) 우리는 왜 파티를 할 때마다 경찰이 와야 하죠? 당신네들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있는 거잖아요. 백인들이 입주민 파티를 할 때 경찰이 출동해서 감시하는 건 본 적이 없다고요. 287

시. 학교. 군대. 온전히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 것, 의지의 열매. 성탄 클럽 모금 293

지 자매. 베로니카 지. 예수님. 갈보리 언덕. 베일. 영광스러운 이름. (오물을 치우는 일. 연관성) 397

종교인이라고 하지만 인간성을 상실한 인물도 등장한다. 선한 척, 악마처럼 살아간다는 것. 이중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간 인물. 그녀에게서 성장한 노인의 젊은 날들도 짐작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멜리사라고 하는 가게 사장도 기억나는 인물이다. 직원 모두에게 보여주는 일관된 태도들을 눈여겨보게 한다. 지 자매를 주시하면서 읽은 소설이기도 하다. 경찰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지 자매와 나누는 대화들도 기억나는 작품이다. 갈보리 언덕과 베일과 이름까지도 연관 지으면서 그녀를 그려보는 소설이었다.

(멜리사. 거버너의 딸. 가게 사장) 공손한 태도. 공경하는 태도. 직원 모두. 456

요즘 얘들이 다 그렇듯이 얼른 돈 좀 벌어보려고 ...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이 말이야... 쉽고 빠르게 벌리는 돈은 없다고. 그리고 돈이 전부도 아니라고. 먹고 살 만큼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지. 307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인물이 일으키는 사건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책장을 넘기게 한 소설이다. 웃음도 몇 차례 주는 대화들이 있어서 웃으면서 읽기도 했다. 흑인과 백인들의 상반되는 삶들이 자주 등장한다. 반면 이들의 삶이 바뀌었다면 다른 결과였을까? 이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작품 속에 인물들을 통해서도 깊게 전해주기도 한다. 인간이 역사 속에서, 우리들의 삶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늘 질문이 된다. 생각하면서 읽게 하는 문장들이 많이 등장한 소설이었다. 사랑에 대해서도, 인생에 대해서도, 늙음이 보여주는 시각적인 모습보다는 그들의 인생 나이테가 가지는 깊은 철학적인 대화들이 더욱 부각되는 소설이었다. 인물들이 던지는 질문들과 응답들, 대처하는 모습들이 그러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당신을 사랑한 거니까 492

이 작품은 영미소설이라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읽었으면 한다. 넓은 폭으로, 깊은 눈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노래들이 가지는 가사들, 노인이 나누는 대화들을 주시하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이었다. 감동적인 문장도 간직하게 해준 소설이기도 하다. 기억하면서 자주 떠올려야 할 문장을 만난 소설이기도 했다. 오물과 직업에 대해 나누는 장면, 잡초를 제거하면서 나누는 대화들, 죽은 아내와 나누는 대화들, 사랑의 확신과 전율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변화들이 이 소설의 장면들에서 만나게 된다. 우연 같은 기적들이 일어나는 많고 많은 사건들까지도 눈여겨보면서 읽은 작품이다. 과묵한 인물이 보여주는 '신뢰'라는 묵직한 가치까지도 눈여겨보게 된다. '치즈는 누가 보낸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와 '하나님의 자녀'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순간의 감동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었다.

꽤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다. 작가가 쉼 없이 던지는 질문들과 논평들이 예리하게 등장한다. 사회가 가진 불공정과 부조리들도 떠올리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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