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 메리 올리버 시선집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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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다. 시를 만날 때마다 긴호흡으로 시를 떠올리면서 작가의 공간, 시간, 사유, 시선의 끝, 촉감과 자연들을 떠올리는 날들의 연속이 된다. 어떠한 마음으로 그녀가 머무른 공간에서 삶을 엮어왔는지 촘촘하게 떠올려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인디언들이 작품에서도 언급된다. 그들을 떠올렸고 그 인물들을 글로 남겼다는 것. 할머니의 발길과 손길, 자신에게 건네는 대화들도 떠오른다. 가족들에 대한 시, 그녀의 주변을 채웠던 인물들을 떠올리면서 남긴 시들도 만날 수 있었다.

사랑하기... 끌어안기... 놓아주기 252

​난 당신이 진흙을 축복처럼 두 손 가득 쥐었으면 좋겠어. 67

빛으로 목욕하기. 하나의 응답. 288

해바라기에게 질문하는 걸

두려워 마!

태양을 따라가는

...

씨들... 따로 떨어진 우주처럼

고독하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찬양으로 만들어가는

긴 여정은 녹록지 않지...

수수한 얼굴들, 소박한 이파리 옷,

꼿꼿이 서서 불타오르는 땅속 거친 뿌리들과 이야기 나눠. 200

어린 날 마당을 가득히 채워준 꽃밭에는 해바라기가 있었다. 그 해바라기를 바라보면서 작가가 사유한 시선은 기민하며 태양과 질문을 연관 지으면서 뿌리와 잎, 씨까지 그녀가 작품으로 그려 넣는 깊은 깨달음에 감동하게 된다. 삶과 찬양, 긴 여정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외에도 자연을 깊게 호흡하는 작가의 시선은 매우 놀랍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의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러한 것이다. 세상을 함께 공존하는 생명체들을 무심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고 사랑과 삶을 무수히 연상하면서 인생을 켜켜이 쌓아올린 날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었던 멋진 시집이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세상의 놀라운 조화로움을 떠올려보게 한다. 물리학, 생물학, 화학, 식물학 등 조화로움에 감탄하면서 신앙적인 부분까지도 연상하면서 만나는 즐거움은 더욱 경이롭게 한다. 이 시집도 그러하다. 작가의 시선과 눈길, 사유들을 함께 거닐었던 기나긴 날들은 충족했고 축복이었다. 월든을 만나기도 하고, 인디언을 만나기도 했다. 잔인한 역사를 기록한 인물도 떠올려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Acid(산) 작품도 매우 인상적이다. 놀랍고 섬뜩한 교활함을 의외의 순간에 우리는 마주하기도 한다. 이 작품도 그러한 순간이었다.

기적과 용기에 대해서도 작가는 언급한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도 경이롭고 깊다. 무엇 하나도 가볍지 않다. 주위를 채우는 소리와 움직임까지도 작가는 긴 시간을 요한다. 그 작품들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그 공간에 머무르면서 그 풍경과 소리와 경이로움을 만날 수 있었던 작품들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관심이 가는 첫 단추가 되었다.

당신이 행복해질 용기...

당신이 기도할 용기... 160

요제프 멩겔레 : 아우슈비츠에서 잔인한 생체 실험을 자행한 나치 의사로 '죽음의 천사'로 불린다. 198

독일은 다시 그 쇠 발톱을 드러내지, 영원히. 196

자카르타에서,

...

섬뜩한 입을 가진 아이가

구걸하는 걸 보았어.

먹고살기 위해 일부러 낸 상처임을

알 수 있었지.

...

교활한 표정...

그걸 한 방울의 acid처럼 지니고 다니며

기억하지,

이따금,

...

이 넝마,

...

신맛을,

위대한 원동력이 되는

모욕감과 분노...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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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흑역사 - 아름다움을 향한 뒤틀린 욕망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이상미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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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서양복식사에 관심이 높아서 고른 책이다. 18세기, 19세기, 20세기까지 문학이나 영화의 복식문화를 유독 세심하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복식들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복식사를 이 한 권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다. 매우 놀라웠고 섬뜩한 패션의 역사기록이다. 어디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만나본 적이 없고 배워본 적도 없다. 서양복식사에 곁가지가 제법 그려지는 내용들을 세밀하게 기록해 본 시간이 된다.

다양한 패션 복식과 관련해서 착용한 사람들과 그 물건들을 제조한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희생을 떠올려보게 한다. 모자, 녹색 복식, 구두, 보랏빛 복식, 걷기 힘든 호블 스커트, 화학섬유 등 다양한 죽음을 떠오르게 하는 패션의 흑역사들이 빼곡하게 기록된 책이다. 사진자료들도 설명까지도 꽤 흥미롭게 잘 편집되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자료들이 짐작한 것보다도 훨씬 풍부하게 제공되고 있다. 덕분에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놀랍고 섬뜩함이 공존하면서 심각성을 많이 느끼면서 책장을 넘긴 책이다.

제조업에 종사한 노동자들은 어떤 보호장비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시대가 있다. 제조과정이 위협하는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지각하지도 못한 시대이다. 그렇게 제조된 패션과 관련된 것들은 착용자에게도 위협적이다. 다양한 증세를 의심하고 경고한 의사들의 움직임도 책에서는 언급된다. 하지만 자본의 움직임은 어떤 역사에서도 교묘할 뿐이다. 지금의 우리 곁에도 위험성과 심각성을 경고하는 내용들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그 내용들까지도 독자들의 몫이 된다. 스스로 찾고, 알아내고, 이해하면서 어떤 것들을 피해야 하는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화학물질이 우리들에게 가져다준 위험성과 독성은 매우 심각하다. 그것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현대인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의 내용들은 시대의 관습에 신체를 스스로 부풀리고, 노출하며, 옥죄면서 뒤틀리는 체형과 고통을 견딘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시대의 복식사에 스스로의 신체를 길들인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성의 참정권이 등장한 시대의 전후에 복식의 불편함도 정치적 흐름에 목소리를 함께 한다는 것을 책은 언급한다. 남성도 복식에 구속된 시대가 있다. 그 시대의 복식에 대해서도 책은 다룬다. 시대의 관습과 유행이 가져다준 패션의 흐름 속에 목숨을 위협당하고 희생당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 시대는 끝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의심하면서 분별하여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책은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놀라웠다. 업체, 브랜드까지도 글에는 등장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피할 수 있는 세상이다. 패션의 흑역사. 꼼꼼하게 정독해 보면 분명 득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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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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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디자인과 책 제목에 이끌려서 고른 에세이이다. 에세이 장점은 천천히 읽어도 되기에 이제서야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만난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읽었던 책이다. 번역가와 김소연 시인의 추천글부터 읽었다. 그리고 작가소개글도 빠짐없이 읽으면서 작가의 글을 만난 날들이 떠오른다.

집착적으로 일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 254

성적인 측면에서의 권력남용. 21살. 혼돈 251

자기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의미있는 순간이다. 자신을 깊게 들여다본 글들이 이어진다. 자신의 출생, 쌍둥이만이 나누는 매력적인 순간들을 글로도 만나게 된다. 다른 성향을 가지면서 다른 삶을 살아간 흔적들도 글에서 만나게 된다. 미국에서의 중산층을 꿈꿔보는 순간, 보통의 삶을 갈구하는 작가의 심정도 헤아려보게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자 노력한 날들이 가져다준 압박감이 절대적이었던 어린 날들을 되돌아보는 글이다. 누군가를 만족시키고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날들을 그녀는 어떻게 회상하는지 글에서도 마주하게 된다. 발버둥 치면서 살아오고,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가지는 중압감까지도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이 된다. 평범함이 주는 안락과 기쁨을 세상은 알려주지 않는다. 경쟁과 순위, 비교하면서 치열하게 사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는 세상의 교육과 가르침에 작가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다른 문학에서도 제기하는 질문들을 이 에세이에서도 마주한 순간이었다. 작가의 삶이 진정 안락하고 기쁨으로 넘쳐흘렀는지도 책 한 권의 글들을 통해서도 우리는 느낄 수 있지 않는가. 이외에도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은 무수히 많다. 해방의 정의라고 명명하고 그녀가 믿는다고 확고하게 온점을 찍은 글도 만나보아야 한다.

자발적인 친절과 열의. 감동적. 그것은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고, 단순한 즐거움의 중요성을 새삼 알려주고, 편안한 곳에 소속되어 있다고 느끼게... 좋은 이웃이란 이런 게 아닐까. 115

보통 사람이 되는 수업. 평범한 노동자.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시민, 이름 없고 얼굴 없는 한 구성원이고 싶다. 285

평범한 삶, 보통 사람... 평범함은 나쁜 것이고 보통이란 추구할 가치가 없는 목표라고 생각하며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286

괴물들, 어둠의 그림들. 아버지를 만족시킬 것. 아버지가 원한다고 여긴 것. 287

발버둥 칠 필요도, 시험을 통과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평범한 안락과 기쁨이었다. 289

가난의 굴레에 묶여있고, 불평등에 묶여있다고 작가가 분명한 어조로 전하는 것들도 글에서 만나게 된다. 그녀가 성장한 환경과 교육 환경에서 그녀가 관심을 가지는 영역의 글들을 유심히 바라보게 한다. 그녀의 중독들을 떠올려보면서, 고립과 고독의 차이에 대한 사유까지도 떠올려보면서 말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 할머니의 죽음도 그녀의 글에는 깊게 자리 잡는다. 그녀의 나이에 비하면 부모의 죽음은 이른 경험이 된다. 미국 시민이 아닌 다른 나라의 시민이 되었다면 현재와 다른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냈을 거라는 글은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선 글이기도 하다. 그녀를 가득히 누르고 압박한 것들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때문이다.

네가 누구니? 내가 누구지? 55

재능의 파이, 기질의 파이, 생활방식의 파이 55

내 존재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글도 기억에 남는다. 2022년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초파리 돌보기.임솔아>작품에서 50대 주부의 경력을 한 문장으로 기록한 한국 사회의 단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존재를 명명하는 한 문장과 소속된 나라와 소속된 사회가 우리 존재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은 극명한 차이가 있을 듯하다. 내 존재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시간을 내내 가져보게 한 책이기도 하다.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은... 즐기기 때문이 아니다. 내게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 때문이다. 17

고독은 평화와 고요를 키우는 일이다. 하지만 고립은 두려움에 굴복하는 일이고, ... 더 많이 굴복할수록... 그것의 손아귀 힘은 더 세진다. 22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내면이 삽시간에 재편... 오래된 생각이 새로운 생각으로 바뀐다. 기존의 정의가 새로운 전개를, 새로운 분위기를, 새로운 의미를 취한다... 그 새로운 장면은 행복과 아주 비슷해 보였다. 40~41

<명랑한 은둔자> 이 표현이 참 좋았다. <낭만적 은둔의 역사>책의 내용들도 함께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 은둔의 정의를 밝음이 아닌 어둠으로 바라볼 것인지, 밝은 의미로 바라보면서 빛의 의미로 포용할 것인지는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명랑한 은둔자라고 표현된 것에 희망적으로 이끌려서 고른 책이었다. 덕분에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삶도 단편적으로 만나고 알게 된 글들이었다. 폐암 진단과 결혼, 사망까지 시간적 흐름까지도 떠올리면서 그녀의 글들과 접목하면서 만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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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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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편소설이다. 미국과 유럽을 사로잡은 마약 작가라고 불리는 콜린 후버. 출간하는 책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작가이기도 하다. 2022년 6월에도 아마존 베스트셀러의 누적 지수 상위 top5 중의 하나인 작품이다. 사랑받는 이유가 궁금해서 만나본 <베러티>는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의심을 가득히 품고 책장을 쉼 없이 넘긴 소설이었다.

소설의 시작부터가 긴장하게 한다.

공감능력을 고갈시키는 도시. 이곳 사람들의 무관심에 매료되어 10년 전 이 도시에 왔다. 이곳에서 나는 투명 인간이다. 미미한 존재다. 맨해튼. 나는 이 도시가 좋다. 9

횡단보도 앞. 무심히 전화를 들여다보는 사람들. 일상의 안일함이 부른 죽음. 7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없었다. 8

사건이 끔찍하게 일어났지만 도시 생활자들은 비명도 지르지 않는다. 전화기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과 눈길에는 적당한 무관심과 무신경한 일상들의 하나일 뿐이다. 도시에서의 투명 인간이 된다는 것이 좋다는 화자는 작가이다. 이 도시가 좋다고 말하는 30대 초반의 여성작가이다. 인기 있는 작가도 아니고 어머니의 대장암 말기를 간호하면서 몇 달 동안 작품 활동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과 바닥이 나는 통장 잔고의 상황들이 그녀의 생활을 짐작하게 한다. 주거지 퇴거명령과 새롭게 지내게 될 주거지도 확정되지 않은 부유하고 있는 도시 생활자인 그녀에게 제안이 들어온다. 새로운 일의 비밀 서약과 새롭게 집필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준비할 작업도 많고 조사할 것도 많은 그녀에게 나타난 한 남성을 주시해야 한다. 그는 누구일까?

9권 시리즈 중에서 6권이 출간된 유명 여성작가인 베러티. 나머지 3권을 남겨놓고 여성작가에게 일어난 교통사고. 그리고 치료중이라는 보고자료. 그녀의 나머지 3권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사건은 빠르게 진행된다. 적어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장을 멈추지 못하면서 의심과 놀라움을 반복하면서 읽어간 스릴러 소설이다.

2층 엄마방을 향해서 손을 흔드는 아이에게 가지는 의문도 바싹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한다. 여성작가의 서재에서 발견해서 읽는 글들은 경악하면서 더욱 긴장하게 하는 내용글을 연이어 만나게 한다. 악인의 시선과 관점에서 집필된 글이 가지는 긴장감은 몇 배를 증가시킨다. 모성과 부성은 세상을 이루는 근원이다. 사랑이 흐르지 않는 어머니를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자식을 두려워하는 어머니를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상대를 이루는 자녀가 감당하는 압박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보호와 보살핌을 받으면서 성장할 시기에 방치되고 무관심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어떤 기억들로 점철되는 것일까? 몽유병을 가진 딸을 두러워하는 어머니가 보인 모습, 아스퍼거 증후군에 적대감을 보이는 냉소적인 어머니도 등장한다. 임신 소식에 기쁨보다는 질투로 상응하는 비정상적인 모성을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도 작품에서는 마주하게 한다. 작가가 매만진 이질적인 어머니의 모습들에 상당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작품이다. 어리고 작은 아이들이 홀로 감당하는 나날들과 성장의 시간들은 어떻게 기억되는 어머니였을까?

모든 기억, 모든 신뢰, ... 모든 것이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329

두 딸을 잃은 슬픔은 그것대로 진실이었고, 새로 태어날 아기에 대한 그의 기쁨 또한 그것대로 진심이었다. 332

악인이 가지는 악한 마음과 진심들을 꽤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중적인 모습을 사이코패스의 성향에 맞추어서 인물을 살펴보게 한다. 마지막까지 두 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베러티'의 글을 읽게 한다. 어느 것이 진실된, 진심인지 독자들의 몫이 된다. 그래서 더욱 섬뜩한 인물이기도 하다. 쌍둥이 딸의 임신과 태어난 딸의 얼굴의 상처가 가지는 의미. 한 아이의 이름만 말하는 모습과 또 다른 아이의 존재를 인식하지도 못하는 엄마의 모습도 회상해야 한다. 호수에서의 사건과 땅콩 알레르기 사건까지도 간과하지 않게 하는 이야기가 된다. 남편이 가지는 의문과 의심은 상당한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편지가 보여주는 또 다른 이야기까지 섬뜩하게 읽게 되는 순간이 된다.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다. 경악하면서 의심을 마지막까지도 놓지 않게 하는 작품이었다. 자극적이고 분노가 가지는 위험성까지도 고스란히 노출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살인이 가지는 놀라운 공조와 은폐까지도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놀라운 작품이다. 도덕성의 경계는 없었다. 위험하고 어두움이 감싼 집에서 빨리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여성작가는 점점 그 집으로 더욱 발길을 향하게 된다. 왜일까? 무엇 때문일까? 누구 때문일까? 욕심내면 안 되는 것을 하나씩 성큼성큼 가져보려고 하는 이 여성도 위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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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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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 작가들의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보는 기회를 자주 가져볼 생각이다. 그래서 두드려본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처음으로 만나본 수상작품집이라 구성된 내용들도 매우 흥미로웠다. 하나의 작품을 읽고 작가노트도 만나보면서 해설까지도 듣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책이다.

단편소설이 가지는 응집력은 대단하다. 한 작품들마다 작가가 펼쳐내는 세계는 매우 상이하고 개성이 넘쳐서 만나는 작품들마다 저마다 자신만의 작품을 발산하고 있었다.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도 있었다. 그리고 새롭게 알아가는 작가의 작품들도 이 책 덕분에 연결고리가 되어준 시간이었다.

모든 작품들을 만나보면서 느꼈던 것은 마음이 결코 편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작품의 인물들이 살아온 날들과 살아가고 있는 날들은 이 사회의 민낯이 된다. 여성이기에 배움의 기회조차 쉽지 않았던 <초파리 돌보기>의 원영이라는 여성부터가 떠오른다. 배움의 기회는 많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원영은 자기 일을 갖고 싶었다고 말한다. 집을 갖고 싶다는 것과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는 자기 일을 갖고 싶었던 여성이다. 오십대 주부의 경력과 가발 공장, 외판원, 마트 캐셔, 급식실 조리원 등의 일들은 무경력 주부로만 명시되는 사회가 한국의 현주소임을 작품은 전하지 않는가. 원영이라는 여성의 이야기와 작가노트와 해설도 꽤 밀착해서 읽었던 글들 중의 하나였다. 여성의 노동을 너무 쉽게 이용하고 너무 쉽게 지워버리는 이 사회에 질문을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원영은 자기 일을 갖고 싶었다. 집을 갖고 싶다거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여느 사람처럼 그랬다. 11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폭력을 견디며 살아가는 걸까. 어떻게 그 끔찍한 모멸감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걸까. 왜 나는 남들처럼 무더지고 담담해지지 않는 걸까. 65 저녁놀_ 김멜라

<공원에서>작품을 통해서 남성의 재혼과 여성의 재혼을 언급하는 단어들의 차이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관심이 없었던 그 세상의 단어조차도 여성은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던 순간이 떠오른다. 쓸데없는 걸 치워버린다는 거. 전가. 한자 뜻 (168쪽) 여성의 재혼을 가족이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차갑고 매몰찬 세상인지 짚어보는 시간이 된다. 공원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의미와 그곳에서 일어나는 한 여성의 폭행사건도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 된다. 불륜상대인 남성이 보이는 모습과 여성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작품은 냉철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여성에게 바라는 사회의 여성상은 단일한 모습이다. 페미니즘이 가지는 목소리가 이 작품에서도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있었던 <공원에서>. 여성과 관련된 속담과 버스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젊은 여성의 이야기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 사회의 모든 한국 여성을 위한 이야기가 된다. '늦은 비명'이 가진 의미를 우리는 깊게 조명해야 한다.

나는 때맞춰 지르지 못한 늦은 비명을 질렀다. 비명만큼 압축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 비명은 나의 언어였다. 가장 논리적이고 합당한 말이었다. 167 공원에서_김지연

여성의 이야기가 많이 조명되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의 모습과 여성의 삶을 되짚어보게 한다. 그리고 여성이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며 자신의 인생을 찾고 살아가도록 함께 하는 움직임도 절실하다고 느끼게 된다. 사회는 여성의 노동력을 외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공평하지도 못하고 공정하지도 못한 사회의 이면을 우리는 목도하게 된다. 수상작품집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읽은 순간들이 많았던 책이었다. 젊은 작가들의 시선에 이 사회를 향하는 목소리들은 작품을 통해서도 외침이 된다. 이외에도 독특한 작품이었던 <두개골의 안과 밖>도 도입부터가 무게감 있는 목소리를 내는 작품임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중복되지 않고 저마다 다른 색채로 목소리들을 울리고 있었던 수상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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