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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흑역사 - 아름다움을 향한 뒤틀린 욕망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이상미 옮김 / 탐나는책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패션과 서양복식사에 관심이 높아서 고른 책이다. 18세기, 19세기, 20세기까지 문학이나 영화의 복식문화를 유독 세심하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복식들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복식사를 이 한 권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다. 매우 놀라웠고 섬뜩한 패션의 역사기록이다. 어디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만나본 적이 없고 배워본 적도 없다. 서양복식사에 곁가지가 제법 그려지는 내용들을 세밀하게 기록해 본 시간이 된다.
다양한 패션 복식과 관련해서 착용한 사람들과 그 물건들을 제조한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희생을 떠올려보게 한다. 모자, 녹색 복식, 구두, 보랏빛 복식, 걷기 힘든 호블 스커트, 화학섬유 등 다양한 죽음을 떠오르게 하는 패션의 흑역사들이 빼곡하게 기록된 책이다. 사진자료들도 설명까지도 꽤 흥미롭게 잘 편집되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자료들이 짐작한 것보다도 훨씬 풍부하게 제공되고 있다. 덕분에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놀랍고 섬뜩함이 공존하면서 심각성을 많이 느끼면서 책장을 넘긴 책이다.
제조업에 종사한 노동자들은 어떤 보호장비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시대가 있다. 제조과정이 위협하는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지각하지도 못한 시대이다. 그렇게 제조된 패션과 관련된 것들은 착용자에게도 위협적이다. 다양한 증세를 의심하고 경고한 의사들의 움직임도 책에서는 언급된다. 하지만 자본의 움직임은 어떤 역사에서도 교묘할 뿐이다. 지금의 우리 곁에도 위험성과 심각성을 경고하는 내용들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그 내용들까지도 독자들의 몫이 된다. 스스로 찾고, 알아내고, 이해하면서 어떤 것들을 피해야 하는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화학물질이 우리들에게 가져다준 위험성과 독성은 매우 심각하다. 그것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현대인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의 내용들은 시대의 관습에 신체를 스스로 부풀리고, 노출하며, 옥죄면서 뒤틀리는 체형과 고통을 견딘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시대의 복식사에 스스로의 신체를 길들인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성의 참정권이 등장한 시대의 전후에 복식의 불편함도 정치적 흐름에 목소리를 함께 한다는 것을 책은 언급한다. 남성도 복식에 구속된 시대가 있다. 그 시대의 복식에 대해서도 책은 다룬다. 시대의 관습과 유행이 가져다준 패션의 흐름 속에 목숨을 위협당하고 희생당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 시대는 끝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의심하면서 분별하여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책은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놀라웠다. 업체, 브랜드까지도 글에는 등장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피할 수 있는 세상이다. 패션의 흑역사. 꼼꼼하게 정독해 보면 분명 득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