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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 메리 올리버 시선집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평점 :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다. 시를 만날 때마다 긴호흡으로 시를 떠올리면서 작가의 공간, 시간, 사유, 시선의 끝, 촉감과 자연들을 떠올리는 날들의 연속이 된다. 어떠한 마음으로 그녀가 머무른 공간에서 삶을 엮어왔는지 촘촘하게 떠올려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인디언들이 작품에서도 언급된다. 그들을 떠올렸고 그 인물들을 글로 남겼다는 것. 할머니의 발길과 손길, 자신에게 건네는 대화들도 떠오른다. 가족들에 대한 시, 그녀의 주변을 채웠던 인물들을 떠올리면서 남긴 시들도 만날 수 있었다.
사랑하기... 끌어안기... 놓아주기 252
난 당신이 진흙을 축복처럼 두 손 가득 쥐었으면 좋겠어. 67
빛으로 목욕하기. 하나의 응답. 288
해바라기에게 질문하는 걸
두려워 마!
태양을 따라가는
...
씨들... 따로 떨어진 우주처럼
고독하지, 자신의 삶을
하나의 찬양으로 만들어가는
긴 여정은 녹록지 않지...
수수한 얼굴들, 소박한 이파리 옷,
꼿꼿이 서서 불타오르는 땅속 거친 뿌리들과 이야기 나눠. 200
어린 날 마당을 가득히 채워준 꽃밭에는 해바라기가 있었다. 그 해바라기를 바라보면서 작가가 사유한 시선은 기민하며 태양과 질문을 연관 지으면서 뿌리와 잎, 씨까지 그녀가 작품으로 그려 넣는 깊은 깨달음에 감동하게 된다. 삶과 찬양, 긴 여정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외에도 자연을 깊게 호흡하는 작가의 시선은 매우 놀랍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의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러한 것이다. 세상을 함께 공존하는 생명체들을 무심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고 사랑과 삶을 무수히 연상하면서 인생을 켜켜이 쌓아올린 날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었던 멋진 시집이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세상의 놀라운 조화로움을 떠올려보게 한다. 물리학, 생물학, 화학, 식물학 등 조화로움에 감탄하면서 신앙적인 부분까지도 연상하면서 만나는 즐거움은 더욱 경이롭게 한다. 이 시집도 그러하다. 작가의 시선과 눈길, 사유들을 함께 거닐었던 기나긴 날들은 충족했고 축복이었다. 월든을 만나기도 하고, 인디언을 만나기도 했다. 잔인한 역사를 기록한 인물도 떠올려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Acid(산) 작품도 매우 인상적이다. 놀랍고 섬뜩한 교활함을 의외의 순간에 우리는 마주하기도 한다. 이 작품도 그러한 순간이었다.
기적과 용기에 대해서도 작가는 언급한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도 경이롭고 깊다. 무엇 하나도 가볍지 않다. 주위를 채우는 소리와 움직임까지도 작가는 긴 시간을 요한다. 그 작품들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그 공간에 머무르면서 그 풍경과 소리와 경이로움을 만날 수 있었던 작품들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관심이 가는 첫 단추가 되었다.
당신이 행복해질 용기...
당신이 기도할 용기... 160
요제프 멩겔레 : 아우슈비츠에서 잔인한 생체 실험을 자행한 나치 의사로 '죽음의 천사'로 불린다. 198
독일은 다시 그 쇠 발톱을 드러내지, 영원히. 196
자카르타에서,
...
섬뜩한 입을 가진 아이가
구걸하는 걸 보았어.
먹고살기 위해 일부러 낸 상처임을
알 수 있었지.
...
교활한 표정...
그걸 한 방울의 acid처럼 지니고 다니며
기억하지,
이따금,
...
이 넝마,
...
신맛을,
위대한 원동력이 되는
모욕감과 분노... 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