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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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햇살 가득한 아침독서로 매일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간도서이다. 디자인도 예쁘지만 목차마다 다른 활자, 페이퍼 디자인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의 소설들을 무수히 떠올리면서 글을 읽어 내려간 시간이다. <인사말>에서 '내 얼굴은 해쓱하다, 마뜩잖게 여길 염려'를 읊조리며 좋은 책이란 무엇인지 언급하는 문구에 밑줄을 친다. "좋은 책이란 그대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울" (13쪽) 이 책이 그러하다. 내면과 후회, 성공 등 무수히 많은 지난날들을 되짚으면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이끌어주면서 정돈된 나를 잘 정비하게 해준 책이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언급될 때는 예언자 책을 다시 들추면서 작가가 언급한 이유들을 찾는 연결고리를 마주하기도 한다. 진범 대신 감옥에 간 애먼 사람과 피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승산 없는 재판이 언급될 때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재판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 15

자신이 변하면서, 그에 따라 세상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 언급된다. 관습과 제도, 학교 교육, 의사, 공무원, 정치인, 경찰, 군인, 사제 등이 열거되면서 체계와 조직에 맞서 싸우라고 강조한다. 판단하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버리는 것에 동원된 이들의 방식이 무엇인지도 꿰뚫어 보는 통찰의 힘이 불어넣어 주는 책이다.

순종하고 복종하게 만드는 그들의 방식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읽을수록 번쩍거리는 맑아지는 정신이 중심을 잡게 된다. 형형색색의 페이지로 목차로 구분을 하면서 분리하였지만 서로 연결되어 혼합되는 색이 되고 명료해지는 사색의 산책길을 걷는 새벽길이 되어준다. 선명하고도 또렷한 빨간 페이지에 기록된 글과 회색빛의 인사말의 문장은 서로 어루어지면서 녹진한 독서로 이어진다.

신경안정제와 헤로인 주사라는 화학 약품은 독이 되어 도피하는 방식으로 선택되고 종교와 기독문, 생각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라는 것과 학교도 다니지 말라는 것으로 일관하는 종교의 문제도 지적한다. 기도의 시간에 총을 내려놓고 기도를 하는 사진이 떠오른다. 기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총을 잡는 종교의 모습은 얼마나 이질적인지 이 책에서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종교이다. 마약과 종교, 컴퓨터에 접속하면서 인간이 추구한 환상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작가가 깊게 응시한 것들이 어렵지 않은 언어로 독자들과 호흡한다. 명상과 호흡, 들숨과 날숨, 비상하면서 경험한 것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적 한계, 사고의 범주를 확장시키는 내용들이다. 책장은 술술 넘어가면서도 오롯이 나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 책이다. 휘둘리지 않는 힘, 분별력을 불어넣어 주면서 의심과 호기심, 사고의 확장과 경험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떠올리면서 읽은 멋진 책이다.

지치고 힘들고 해답을 찾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빛을 보여주는 책이다. "체계를 공격하지 말고 낙후시켜라!" (108쪽) 문장에 미니멀라이프와 검소한 부자를 떠올리게 된다. 자본주의와 소비주의를 자극하는 물질풍요시대에 절약의 힘, 검소한 아름다운 삶,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던 시간이다.


체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승리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다 106


체제는 여유작작하다 - P104

체계를 공격하지 말고 낙후시켜라! - P108

그대가 흔들고 있는 그 깃발은 정말 그대의 것인가? - P105

체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승리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다 - P106

나는 그대의 책이다 - P15

좋은 책이란 그대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울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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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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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 소설의 황정은 작가의 수상작 문제없는 하루를 읽었다. 무관한 일들이 갑자기 나의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이 있다. 이 일이 다른 일과 연결이 되고 이 문제가 저 문제가 되어 전이된다는 소설에 등장하는 함 부장의 대화가 의미심장하게 와닿기 시작하는 작품이다. 2년 전에 납품한 제품이 이염되어 반품되는 일이 벌어지는 사건도 그러하다. 잊고 지낸 긴 세월이지만 그때의 일이 지금의 사건으로 벌어진다.

연결되고 전이되는 일들이 소설 중에서도 화자인 영인의 회사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입사하기 전의 2년 전의 일이 지금 영인의 일이 되어 이염된 제품을 확인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영인의 지인인 인범이라는 후배가 등장한다. 인범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인범이 관심사는 영인에게는 불편한 주제가 되고 무관심한 주제가 되면서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리는 일이 빈번해진다. 이러한 대화가 오가면서 문득 서로의 대화가 맞물리지 못하고 어긋나고 있음을 인범은 눈치채기 시작하면서 이 둘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일 년 정도 만나지도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게 되지만 영인은 인범이 올리는 사진들과 글을 가끔씩 확인하는 정도로 지낸다.

일 년 만에 걸려온 인범의 전화에 영인이 대답을 하지 않고 끊어버리자 놀라서 달려온 인범을 마주하게 된다. 걱정하면서 달려온 인범은 아무 일 없음을 확인하고 영인과 함께 밤여행을 훌쩍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돌아오다가 우연히 사고 현장을 목격하면서 인범은 사고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비상등을 켜서 노인을 구하고자 노력하게 되면서 영인은 자신들도 위험한 상황에서도 다른 차량의 사고를 예방하고자 노력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무수히 예측하기 시작한다.

무관할 것 같은 일들이 자신의 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면서 소설 제목을 여러 번 읊조리게 하는 작품이다. 인범의 관심사에 수많은 대중은 얼마나 무관심하게 안일하게 생활하였는지 영인을 통해서 보여준다. 전쟁, 학살, 장애인 등이 자신과 무관한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갑자기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들도 경험한 세대가 되었다. 12.3 비상계엄의 의미는 수많은 국민들의 죽음과도 연결이 되는 위험한 나라로 지목된 순간이다. 이유 없는 죽음을 누구나 당할 수 있었던 폭력을 의미하기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고 세계는 걱정과 우려를 감추지 않았던 사건이다. 다시 찾은 평화는 너무나도 소중해지면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사건이 된다. 계엄령이 우리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세대에 그날의 공포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일이 되었다.

학살과 전쟁은 건조한 어휘에 갇혀있지 않다. 욕망과 권력이 합심하면 우리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학살과 전쟁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인범의 관심사를 통해 확인시키는 소설이다. 민주, 진보, 시위대로 활동하면서 외치고 있는 목소리에는 노브레지어라는 자유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억압하고 조롱하는 집단과 관습과 문화가 무엇인지도 젊은 여자에게 창녀가 될거냐고 조롱하는 노인들의 편협한 사고도 매섭게 지목한다. 더불어 사고당한 노인을 구하고 있는 인범과 영인의 희생과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살펴보게 된다. 오늘도 문제없는 하루이지만 정말 문제없는 하루인지 진중한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고 있는 단편소설이다.

인범이 집요하게 사유한 일상 속에 존재하는 악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을 죽이는 기업들을 하나둘씩 손꼽아보면서 놀라움을 감추기가 어려워진다. 기업 때문에 죽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우리의 자식이 될 수 있음을 잊어버리는 반복을 거듭하는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질문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 되어준 소설이다.


전쟁, 학살, 그런 말들은 너무 먼 시간과 먼 공간에 있었다. 292

전쟁 아냐. 학살이야. 291


이 일이 저 일로 연결되고 이 문제가 저 문제로 전이되고... 완료라는 개념이 없어... 이전 일을 왜 그만뒀다고요? - P287

전쟁, 학살, 그런 말들은 너무 먼 시간과 먼 공간에 있었다. - P292

요즘 나는 악을 많이 생각해. 평범하게 있는 악...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닌데 내 손을 거치지 않은 일은 아니야. - P308

민주, 진보하는 것들. 장애인, 퀴어,... 시위대 속에 인범이 있었다... 브래지어를 두르지 않은 가슴을 지적하며... 낄낄되는 댓글 - P288

그 앱 쓰지 마... 사람 죽이는 기업이야. - P290

사악한 사람들 이야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너희들 창녀가 되는 법을 배우러 왔느냐고 묻는다는 노인들... 너무 사악하고 낯설고 이유를 알고 싶지 않고 - P291

전쟁 아냐. 학살이야.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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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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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 소설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단 한 사람』, 『원도』를 읽었기에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있는 작가들 소설들 중에서 가장 먼저 골라서 읽었다. 작가노트와 문학평론가의 글까지 수상작품들마다 구성되어 있어서 야무진 수확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어주는 수상작품집이다. 소설을 좋아해서 장편소설을 시작으로 희곡을 읽고 단편소설까지 읽는 즐거움에 빠져드는 시간들로 채운 2025년이다. 2026년을 시작으로 다시 뜨거운 마음으로 작가들의 소설들을 깊게 호흡하면서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들을 매일 아침독서와 밤독서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읽은 최진영 단편소설 『돌아오는 밤』이다.

12.3 비상계엄의 순간을 국민들은 잊지 못한다. 혼동과 불안, 계엄을 경험한 세대의 기억 속에 각인된 폭력과 무자비, 죽음을 소설 중의 할머니를 통해서 보여준다. 뜨거웠던 여름날 광주여행을 떠나면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기획전시실의 기념특별전을 관람한 기억이 떠오른다.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특별전시와 5.18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최진영 작가의 『돌아오는 밤』이다.

소설의 화자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회사 사장의 사적인 부탁으로 영국으로 출국하고 귀국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죽음을 통해 떠올리는 소중한 친구 이향기의 죽음과 자신의 이야기도 차분히 들려준다. 귀국한 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발표된 12.3 비상계엄으로 혼동과 불안으로 증폭된 시민들의 그날을 보여주면서 어둡고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마주한 깡패들에게 당하는 협박, 조롱, 폭력에 비참하게 무너지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법의 테두리를 조롱하듯이 넘나드는 깡패가 가하는 폭언과 폭행에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린 화자의 심적인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깡패들이 주웠다는 지갑 등 피해자의 물건들과 화자의 양쪽 뺨을 때리면서도 피해자의 뺨이 자신의 손바닥을 때렸다는 화법으로 가해자가 아님을 변론하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보는 소설로 남는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역사적 사실은 또렷하게 선명한 자국을 남기면서 그날의 불안과 불편한 미래를 걱정한 모든 국민들의 일상을 파괴할 움직임들의 주역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군이 수 천명의 관을 준비한 의미는 무엇인지 의미심장해지고 실제 12.3 동원된 계엄군에게 실탄이 십팔만여 발이라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실탄과 종이관은 죽음으로 직결된다. 할머니가 길거리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무차별적인 죽음을 예고하는 할머니의 불안을 5.18민주화운동 현장 기록을 역사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들, 회사원들, 임산부까지 무차별적인 곤봉과 검에 사살된 그 현장의 폭력과 죽음, 관을 떠올리면서 읽었던 소설이라 먹먹함을 감추기가 어려웠던 소설이다.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어 죽음까지 쉽게 계획하고 만들어버리고 사라지게 하는 것이 계엄령임을 상기시킨다. 깡패가 화자를 협박하는 모습과 다르지가 않았다. 화자는 죽은 친한 친구의 죽음을 여러 번 떠올리면서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하고 죽음도 그러하기에 의미를 찾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고 죽은 친구를 화자를 응원한다. 다시 시작하라고 멈추지 않고 응원을 하고 있다.

죽음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야.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해. 죽음 또한 ... 의미를 찾지 말고 일단 시작해. 다시 시작해. 266

모멸감과 수치심, 억울함이 존재하지만 침식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기 시작한다. 다시 시작하라는 강력한 말이 그녀를 움직이게 할 것이다. 누구든지 어떤 이유이든지 자멸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삶이다. 주어진 삶이 얼마나 빛나고 소중한 것인지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을 발견하게 해준다. 원자가 되어 화자를 지금도 응원하고 있는 죽은 친구의 사랑과 응원을 감지한 그녀는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일어서서 시작할 것이다.



이따금 삶에 갇혔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나라는 인간은 알맹이 없는 돌멩이. 존재에 갇힌 영혼. 어둠에 갇힌 빛. 존재에 갇힌 영혼. 나는 대출금이고 월세이며 생활비다. 반복되는 일상과 진전 없을 미래가 나의 외피이자 알맹이 - P239

삶이나 죽음은 중심이 될 수 없다. 원자는 사라질 수 없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이향기(죽은 친구)가 지금 내게 말하고 있다. - P267

죽음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야.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해. 죽음 또한 ... 의미를 찾지 말고 일단 시작해. 다시 시작해.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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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 - 2024 공쿠르상 수상작
카멜 다우드 지음, 류재화 옮김 / 민음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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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이거 보여? 난 멈추지 않는 커다란 미소를 짓고 있어. 난 벙어리. 아니 거의 벙어리야." (13쪽)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카멜 다우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알제리에 사는 젊은 20대 여성은 거의 벙어리라고 고백하면서 이야기하면서 그녀의 현재 모습과 삶, 그녀가 말하는 대상인 후리가 누구인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5살 어린 소녀를 죽이고자 그녀의 몸에 그은 칼자국과 봉합된 수술자국, 목소리를 잃어버린 이유와 '미소'라고 불리는 그녀의 얼어붙은 미소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깊은 호흡을 여러 번 크게 들어쉬지 않을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내 거대한 얼어붙은 미소를 보면 사람들은 불편해하지. 13

하루에도 여러 번 기도를 하는 관습이 깊게 뿌리내린 도시 알제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가.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사실들이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고스란히 사실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화자는 20대 여성이지만 나라에서 벌어진 흉폭한 테러에 희생된 5살 여자아이이기도 하다. 현재는 임신한 상태이지만 자신을 입양한 엄마는 그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 낙태를 원하는 수많은 알제리 여성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법률로 위협하고, 투옥하고 이유가 무엇인지도 작가의 현실적 위협과도 접목하면서 작가가 집필한 이유가 드러난 작품이다.

알제리 전역에서 작가 모든 책들이 판매금지되고 이 책 때문에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유가 전해진다. 위험을 감수하고 집필한 소설로 그들이 감추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종교가 있고 신이 섬기는 나라에서 여성들이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화자와 후리하고 불리는 작은 생명을 향한 충돌되는 이중적인 열망으로 전해진다.

신을 섬기지만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인간, 예언자와 축제가 벌어지는 도시에서 양을 제물로 받치고 있는 이 나라의 모습은 화자인 그녀의 미소라는 억지스러운 역사적 흔적과도 맞물리게 된다. 종교인이 흔적을 지우고 법률로 감추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드러나면서 그들의 종교가 누구를 희생 제물로 바치고 있는지 소설을 통해 낱낱이 고발된다. 여성을 핍박하고 순종하라고 강요한 그들이 누구인가. 성서를 집필하고 여성을 배제한 그들이 누구인지 다시 떠올리게 된다. 남성적 관점에서 집필된 성서는 여성을 배제시키고 있음을 구약성경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원하지 않은 임신과 낙태를 원하는 이 여성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질문을 쏟아내지 않을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임신을 축복하지 못하는 20대 여성이 이 나라에 태어나서는 안 되는 이유들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더 큰 축복인 나라, 태어나면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일들을 당하게 되는 이 나라의 여성의 삶을 5살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과 지금 벙어리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미소'로 흉측한 흔적을 남긴 이유를 상기해야 하는 삶을 보여준 작품이다.

임신과 임신중절, 낙태가 이야기될 때는 <아니에르노> 작가의 작품과 <소망 없는 불행>소설의 작가 어머니의 꼬챙이와 낙태에 대한 장면이 떠오른다. <간단후쿠>소설의 위안부 여성들의 임신도 팔려나가는 여성들도 다시 상기된다. 전쟁과 테러, 내전을 어떤 명분으로 그들은 변명하는지도 이 소설에도 등장하지만 그들의 회개는 변명으로만 존재하는 것을 분명하게 짚어내는 화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읽는 동안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픔이 압도한 작품이다. 종교와 신, 율법적인 관행과 모순으로 충돌하는 테러와 전쟁, 내전에 희생되는 이들이 누구인지 이 소설은 사실적이고 역사적으로 기록한 이야기이다. 여성에게 무관심한 도시, 스물여섯 살의 벙어리 여자, 기쁨과 완전히 상반된 얼굴 '미소'를 드러내고 살아가는 오브의 이야기이다.

넌 한 권의 책이야. 진짜 책. 우리가 진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 무지한 자들만 모르는 알파벳. 20

그들이 잊고자 하는 이야기가 되어 두려워하는 여자가 된 이야기이기에 마지막까지 책장을 놓치지 않게 될 소설이다. 후리를 죽이고 싶어 하면서도 살리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가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알제리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고 일어났던 것인지 희생된 제물이 되어 기록된 책이 된 충격적인 오브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진다.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인 폭력과 테러, 전쟁이 어떤 이유로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서도 거친 호흡으로 읽으면서 눈물을 훔치면서 읽었던 이유가 된다. 한 손에는 무기, 한 손에는 신을 섬기는 모순적인 그들의 이중적인 모순이 정의가 아님을 고발한 이야기이다.


넌 한 권의 책이야. 진짜 책. 우리가 진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 무지한 자들만 모르는 알파벳 - P20

내 거대한 얼어붙은 미소를 보면 사람들은 불편해하지 - P13

이거 보여? 난 멈추지 않는 커다란 미소를 짓고 있어. 난 벙어리. 아니 거의 벙어리야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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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의 퍼즐
최실 지음, 정수윤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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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무신경하게 살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살아갈 수는 있다. 어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른 미숙한 어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에 학교에 걸려있는 초상화가 눈에 거슬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주인공 여학생이 등장한다.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들은 학교 선택의 갈림길이 주어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일본학교를 다닐 것인지 조선학교를 다닐 것인지 기로에 놓인다. 지니라는 여학생은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한국어보다는 일본어에 능숙하여 일본학교에서 조선학교로 전학 가고 나서 한국어 수업이 어려워 학교에서 두 달 동안 지니를 위해 일본어로 수업하는 상황이지만 지니는 조선학교에 적응하는 것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일본학교에서 조선학교로 전학을 하게 된 이유가 드러나면서 지니가 일본에서 경험하는 부조리와 부당함, 차별과 혐오, 폭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역사 선생님이 일본학교에서 수업 중에 식민지에 대한 역사 수업 내용은 노골적으로 폭력성을 지닌다. 이후 지니를 향한 일본학교 학생들의 폭언과 태도는 혐오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지니는 혼돈의 시간을 지나게 된다.

일본에서 한국인은 어떤 존재인가. 이념으로 갈라진 두 나라 한반도의 역사만큼이나 일본에서 재일교포가 경험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소설로 만난 작품이다. 지니가 일본학교에서 조선학교로, 조선학교에서 하와이로, 하와이에서 그림책 작가 홈스테이 아주머니 스테퍼니를 만나며 학교에서 다시 퇴학 경고를 받는 상황이 전개된다. 지니가 왜 학교를 잔혹한 곳이며 세상마저도 잔혹한 곳이라고 단정하는지 첫 문장의 강열함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학교란 정말이지 잔혹한 곳이다. 아니, 학교라기보다 이 세상이 그런 것 같다. 7

학교에서 일어난 폭력 속에 존재하는 미숙한 선배가 어른으로 표현되며 북조선 미사일 사건으로 일본에서 조선학교 교복인 저고리와 치마를 입었다는 이유로 일본인 남성이 여학생 지니를 뺨 때리고 목을 조르고 수치심을 주는 범죄행위에 침묵한 이유도 소설을 통해서 드러난다.

평화보다는 폭력성이 구석구석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그려지면서 납치된 할아버지가 보내는 북조선에서 보낸 편지, 이복동생이 일본에 있는 할아버지의 딸인 지니의 엄마에게 보낸 편지, 납치되어 많은 돈을 송금 받고 힘들게 되돌아온 아주머니는 수용소에 수감되어 이가 모두 빠진 사연까지도 전해진다.

학교에 걸려있는 초상화와 그들이 보이는 폭력성에 희생된 납치와 인권 유린까지도 소설은 매만진다. 더불어 일본에서 차별과 폭력이라는 위험에 노출된 한국인들의 위협까지도 지니를 통해서 보여준 소설이다. 조직의 명령에 복종하는 무력한 어른들을 향한 지니의 외침, 혁명의 알이라는 깨달음과 내면의 목소리까지도 웅장하게 전개된다.

모순에 익숙해지는 태도가 아닌 모순을 발견하고 바꾸고자 했던 지니의 이야기이다. 지니의 곁에서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 니나와 스테퍼니 아주머니의 기다림마저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혼돈과 방황의 시간이지만 함께 있어주는 사람,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어떤 자세로 누군가의 곁에 있어야 하는지 보여준 소설로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학교는 여전히 잔혹한 곳이다. - P7

학교란 정말이지 잔혹한 곳이다. 아니, 학교라기보다 이 세상이 그런 것 같다. - P7

악독한 정권. 모든 비난이 학생들에게 쏟아지는, 이 엉터리 같은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 관심을 기울이는 조직이 돼야 한다... 정권과 함께 하지 않겠다고 세상에 공표해야만 한다... 정권은 언젠가 반드시 붕괴한다. 그렇게 돼야 한다. - P133

비난, 차별, 폭행을 당하게 되리라 - P134

어른들은 조직이 시키는 대로 한다. 학내 초상화는 우리 손으로 떼 버리자! - P134

평화를 위한 싸움을 두려워하는 민족이 되어서는 안 된다. - P134

주변에 떠밀려 사는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목소리를 내는 일, 행동하는 일을 두려워하는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자!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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