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퍼즐
최실 지음, 정수윤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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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무신경하게 살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살아갈 수는 있다. 어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른 미숙한 어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에 학교에 걸려있는 초상화가 눈에 거슬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주인공 여학생이 등장한다.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들은 학교 선택의 갈림길이 주어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일본학교를 다닐 것인지 조선학교를 다닐 것인지 기로에 놓인다. 지니라는 여학생은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한국어보다는 일본어에 능숙하여 일본학교에서 조선학교로 전학 가고 나서 한국어 수업이 어려워 학교에서 두 달 동안 지니를 위해 일본어로 수업하는 상황이지만 지니는 조선학교에 적응하는 것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일본학교에서 조선학교로 전학을 하게 된 이유가 드러나면서 지니가 일본에서 경험하는 부조리와 부당함, 차별과 혐오, 폭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역사 선생님이 일본학교에서 수업 중에 식민지에 대한 역사 수업 내용은 노골적으로 폭력성을 지닌다. 이후 지니를 향한 일본학교 학생들의 폭언과 태도는 혐오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지니는 혼돈의 시간을 지나게 된다.

일본에서 한국인은 어떤 존재인가. 이념으로 갈라진 두 나라 한반도의 역사만큼이나 일본에서 재일교포가 경험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소설로 만난 작품이다. 지니가 일본학교에서 조선학교로, 조선학교에서 하와이로, 하와이에서 그림책 작가 홈스테이 아주머니 스테퍼니를 만나며 학교에서 다시 퇴학 경고를 받는 상황이 전개된다. 지니가 왜 학교를 잔혹한 곳이며 세상마저도 잔혹한 곳이라고 단정하는지 첫 문장의 강열함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학교란 정말이지 잔혹한 곳이다. 아니, 학교라기보다 이 세상이 그런 것 같다. 7

학교에서 일어난 폭력 속에 존재하는 미숙한 선배가 어른으로 표현되며 북조선 미사일 사건으로 일본에서 조선학교 교복인 저고리와 치마를 입었다는 이유로 일본인 남성이 여학생 지니를 뺨 때리고 목을 조르고 수치심을 주는 범죄행위에 침묵한 이유도 소설을 통해서 드러난다.

평화보다는 폭력성이 구석구석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그려지면서 납치된 할아버지가 보내는 북조선에서 보낸 편지, 이복동생이 일본에 있는 할아버지의 딸인 지니의 엄마에게 보낸 편지, 납치되어 많은 돈을 송금 받고 힘들게 되돌아온 아주머니는 수용소에 수감되어 이가 모두 빠진 사연까지도 전해진다.

학교에 걸려있는 초상화와 그들이 보이는 폭력성에 희생된 납치와 인권 유린까지도 소설은 매만진다. 더불어 일본에서 차별과 폭력이라는 위험에 노출된 한국인들의 위협까지도 지니를 통해서 보여준 소설이다. 조직의 명령에 복종하는 무력한 어른들을 향한 지니의 외침, 혁명의 알이라는 깨달음과 내면의 목소리까지도 웅장하게 전개된다.

모순에 익숙해지는 태도가 아닌 모순을 발견하고 바꾸고자 했던 지니의 이야기이다. 지니의 곁에서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 니나와 스테퍼니 아주머니의 기다림마저도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혼돈과 방황의 시간이지만 함께 있어주는 사람,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어떤 자세로 누군가의 곁에 있어야 하는지 보여준 소설로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학교는 여전히 잔혹한 곳이다. - P7

학교란 정말이지 잔혹한 곳이다. 아니, 학교라기보다 이 세상이 그런 것 같다. - P7

악독한 정권. 모든 비난이 학생들에게 쏟아지는, 이 엉터리 같은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 관심을 기울이는 조직이 돼야 한다... 정권과 함께 하지 않겠다고 세상에 공표해야만 한다... 정권은 언젠가 반드시 붕괴한다. 그렇게 돼야 한다. - P133

비난, 차별, 폭행을 당하게 되리라 - P134

어른들은 조직이 시키는 대로 한다. 학내 초상화는 우리 손으로 떼 버리자! - P134

평화를 위한 싸움을 두려워하는 민족이 되어서는 안 된다. - P134

주변에 떠밀려 사는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목소리를 내는 일, 행동하는 일을 두려워하는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자!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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