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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평점 :

최진영 작가 소설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단 한 사람』, 『원도』를 읽었기에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있는 작가들 소설들 중에서 가장 먼저 골라서 읽었다. 작가노트와 문학평론가의 글까지 수상작품들마다 구성되어 있어서 야무진 수확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어주는 수상작품집이다. 소설을 좋아해서 장편소설을 시작으로 희곡을 읽고 단편소설까지 읽는 즐거움에 빠져드는 시간들로 채운 2025년이다. 2026년을 시작으로 다시 뜨거운 마음으로 작가들의 소설들을 깊게 호흡하면서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들을 매일 아침독서와 밤독서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읽은 최진영 단편소설 『돌아오는 밤』이다.
12.3 비상계엄의 순간을 국민들은 잊지 못한다. 혼동과 불안, 계엄을 경험한 세대의 기억 속에 각인된 폭력과 무자비, 죽음을 소설 중의 할머니를 통해서 보여준다. 뜨거웠던 여름날 광주여행을 떠나면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기획전시실의 기념특별전을 관람한 기억이 떠오른다.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특별전시와 5.18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최진영 작가의 『돌아오는 밤』이다.
소설의 화자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회사 사장의 사적인 부탁으로 영국으로 출국하고 귀국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죽음을 통해 떠올리는 소중한 친구 이향기의 죽음과 자신의 이야기도 차분히 들려준다. 귀국한 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발표된 12.3 비상계엄으로 혼동과 불안으로 증폭된 시민들의 그날을 보여주면서 어둡고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마주한 깡패들에게 당하는 협박, 조롱, 폭력에 비참하게 무너지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법의 테두리를 조롱하듯이 넘나드는 깡패가 가하는 폭언과 폭행에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린 화자의 심적인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깡패들이 주웠다는 지갑 등 피해자의 물건들과 화자의 양쪽 뺨을 때리면서도 피해자의 뺨이 자신의 손바닥을 때렸다는 화법으로 가해자가 아님을 변론하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보는 소설로 남는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역사적 사실은 또렷하게 선명한 자국을 남기면서 그날의 불안과 불편한 미래를 걱정한 모든 국민들의 일상을 파괴할 움직임들의 주역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군이 수 천명의 관을 준비한 의미는 무엇인지 의미심장해지고 실제 12.3 동원된 계엄군에게 실탄이 십팔만여 발이라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실탄과 종이관은 죽음으로 직결된다. 할머니가 길거리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무차별적인 죽음을 예고하는 할머니의 불안을 5.18민주화운동 현장 기록을 역사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년들, 회사원들, 임산부까지 무차별적인 곤봉과 검에 사살된 그 현장의 폭력과 죽음, 관을 떠올리면서 읽었던 소설이라 먹먹함을 감추기가 어려웠던 소설이다.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어 죽음까지 쉽게 계획하고 만들어버리고 사라지게 하는 것이 계엄령임을 상기시킨다. 깡패가 화자를 협박하는 모습과 다르지가 않았다. 화자는 죽은 친한 친구의 죽음을 여러 번 떠올리면서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하고 죽음도 그러하기에 의미를 찾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고 죽은 친구를 화자를 응원한다. 다시 시작하라고 멈추지 않고 응원을 하고 있다.
죽음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야.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해. 죽음 또한 ... 의미를 찾지 말고 일단 시작해. 다시 시작해. 266
모멸감과 수치심, 억울함이 존재하지만 침식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기 시작한다. 다시 시작하라는 강력한 말이 그녀를 움직이게 할 것이다. 누구든지 어떤 이유이든지 자멸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삶이다. 주어진 삶이 얼마나 빛나고 소중한 것인지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을 발견하게 해준다. 원자가 되어 화자를 지금도 응원하고 있는 죽은 친구의 사랑과 응원을 감지한 그녀는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일어서서 시작할 것이다.
이따금 삶에 갇혔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나라는 인간은 알맹이 없는 돌멩이. 존재에 갇힌 영혼. 어둠에 갇힌 빛. 존재에 갇힌 영혼. 나는 대출금이고 월세이며 생활비다. 반복되는 일상과 진전 없을 미래가 나의 외피이자 알맹이 - P239
삶이나 죽음은 중심이 될 수 없다. 원자는 사라질 수 없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이향기(죽은 친구)가 지금 내게 말하고 있다. - P267
죽음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야.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해. 죽음 또한 ... 의미를 찾지 말고 일단 시작해. 다시 시작해.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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