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리 - 2024 공쿠르상 수상작
카멜 다우드 지음, 류재화 옮김 / 민음사 / 2025년 12월
평점 :

#협찬
"이거 보여? 난 멈추지 않는 커다란 미소를 짓고 있어. 난 벙어리. 아니 거의 벙어리야." (13쪽)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카멜 다우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알제리에 사는 젊은 20대 여성은 거의 벙어리라고 고백하면서 이야기하면서 그녀의 현재 모습과 삶, 그녀가 말하는 대상인 후리가 누구인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5살 어린 소녀를 죽이고자 그녀의 몸에 그은 칼자국과 봉합된 수술자국, 목소리를 잃어버린 이유와 '미소'라고 불리는 그녀의 얼어붙은 미소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깊은 호흡을 여러 번 크게 들어쉬지 않을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내 거대한 얼어붙은 미소를 보면 사람들은 불편해하지. 13
하루에도 여러 번 기도를 하는 관습이 깊게 뿌리내린 도시 알제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가.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사실들이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고스란히 사실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화자는 20대 여성이지만 나라에서 벌어진 흉폭한 테러에 희생된 5살 여자아이이기도 하다. 현재는 임신한 상태이지만 자신을 입양한 엄마는 그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 낙태를 원하는 수많은 알제리 여성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법률로 위협하고, 투옥하고 이유가 무엇인지도 작가의 현실적 위협과도 접목하면서 작가가 집필한 이유가 드러난 작품이다.
알제리 전역에서 작가 모든 책들이 판매금지되고 이 책 때문에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유가 전해진다. 위험을 감수하고 집필한 소설로 그들이 감추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종교가 있고 신이 섬기는 나라에서 여성들이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 화자와 후리하고 불리는 작은 생명을 향한 충돌되는 이중적인 열망으로 전해진다.
신을 섬기지만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인간, 예언자와 축제가 벌어지는 도시에서 양을 제물로 받치고 있는 이 나라의 모습은 화자인 그녀의 미소라는 억지스러운 역사적 흔적과도 맞물리게 된다. 종교인이 흔적을 지우고 법률로 감추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드러나면서 그들의 종교가 누구를 희생 제물로 바치고 있는지 소설을 통해 낱낱이 고발된다. 여성을 핍박하고 순종하라고 강요한 그들이 누구인가. 성서를 집필하고 여성을 배제한 그들이 누구인지 다시 떠올리게 된다. 남성적 관점에서 집필된 성서는 여성을 배제시키고 있음을 구약성경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원하지 않은 임신과 낙태를 원하는 이 여성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질문을 쏟아내지 않을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임신을 축복하지 못하는 20대 여성이 이 나라에 태어나서는 안 되는 이유들을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더 큰 축복인 나라, 태어나면 치욕적이고 모욕적인 일들을 당하게 되는 이 나라의 여성의 삶을 5살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과 지금 벙어리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미소'로 흉측한 흔적을 남긴 이유를 상기해야 하는 삶을 보여준 작품이다.
임신과 임신중절, 낙태가 이야기될 때는 <아니에르노> 작가의 작품과 <소망 없는 불행>소설의 작가 어머니의 꼬챙이와 낙태에 대한 장면이 떠오른다. <간단후쿠>소설의 위안부 여성들의 임신도 팔려나가는 여성들도 다시 상기된다. 전쟁과 테러, 내전을 어떤 명분으로 그들은 변명하는지도 이 소설에도 등장하지만 그들의 회개는 변명으로만 존재하는 것을 분명하게 짚어내는 화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읽는 동안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픔이 압도한 작품이다. 종교와 신, 율법적인 관행과 모순으로 충돌하는 테러와 전쟁, 내전에 희생되는 이들이 누구인지 이 소설은 사실적이고 역사적으로 기록한 이야기이다. 여성에게 무관심한 도시, 스물여섯 살의 벙어리 여자, 기쁨과 완전히 상반된 얼굴 '미소'를 드러내고 살아가는 오브의 이야기이다.
넌 한 권의 책이야. 진짜 책. 우리가 진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 무지한 자들만 모르는 알파벳. 20
그들이 잊고자 하는 이야기가 되어 두려워하는 여자가 된 이야기이기에 마지막까지 책장을 놓치지 않게 될 소설이다. 후리를 죽이고 싶어 하면서도 살리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가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알제리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고 일어났던 것인지 희생된 제물이 되어 기록된 책이 된 충격적인 오브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진다.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인 폭력과 테러, 전쟁이 어떤 이유로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서도 거친 호흡으로 읽으면서 눈물을 훔치면서 읽었던 이유가 된다. 한 손에는 무기, 한 손에는 신을 섬기는 모순적인 그들의 이중적인 모순이 정의가 아님을 고발한 이야기이다.
넌 한 권의 책이야. 진짜 책. 우리가 진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 무지한 자들만 모르는 알파벳 - P20
내 거대한 얼어붙은 미소를 보면 사람들은 불편해하지 - P13
이거 보여? 난 멈추지 않는 커다란 미소를 짓고 있어. 난 벙어리. 아니 거의 벙어리야 - P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