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감 중독 사회 - 분노는 어떻게 정의감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되었나?
안도 슌스케 지음, 송지현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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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대한 정의와 사적인 분노와 공적인 분노에 대해서도 책은 언급한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존재해야 할 정의가 어느샌가 나를 감시하고 나에게 화내며 그래서 거리를 두고 싶은 것으로 변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대한 예시도 책에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가 쉽게 잊힌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쉽게 잊히는 것을 정의라고 할 수 있는지 반문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정의는 소중하고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는 존재이며 금방 잊혀서도 안 되는 것임을 책은 분명한 어조로 전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지금의 정의감은 쉽게 생겨나고 눈 깜짝할 새 소비되기를 반복하는 시대임을 책은 언급하면서 정의감 중독에 대해서도 말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 분노가 방향을 바꿔 자신의 몸과 마음을 공격할 수 있다고 책은 전해준다. 이 내용도 상당히 의미 깊은 문장이 된다. 정의에 만성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정치, 환경, 가정, 인간관계, 일, 회사, 육아 등 주제를 막론하고 정의를 내세우는 것이 습관이 된다고 책은 전한다. 이러한 현상들을 무수히 떠올려보면서 읽게 되는 도서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 중 상당수는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라고 책은 말한다.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이 세상에 만연한 고통 중 상당수는 사라지거나 완화될 것이라고 전한다.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저자는 제시하고 있다. 상대적인 가치임을 인정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이는 내용이다.


이 책은 급성 정의감 중독이 아닌 만성 정의감 중독을 주로 다루고 있다. 더불어 정의감 체크리스트도 제공된다. 이것을 활용하면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도 가능하다. 정의감 중독의 다섯 가지 유형도 내용에서 만나게 된다. 이에 해당하는 내용들은 고독한 유형, 질투 유형, 독선가 유형, 집단 심리 유형, 열등감 유형으로 분류된다. 정보에 대한 민감성과 행동력에 대한 그래프도 책에서 재공되고 있다. 자신이 해당하는 유형을 분석하고 파악해서 노력할 수 있는 것들을 확인한다면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도서이다.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며 남과 비교하는 삶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불만이 가득한 마음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알아내고 뚜렷한 가치관을 정립해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불필요한 정의감을 내려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책은 전한다. 분노는 산(acid)과 같다고 책에서 인용글로 만나기도 한다. 나를 공격하는 분노가 아닌 나를 살리며 관여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삶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해 보면서 만나는 도서가 된다. 영화 <조커>에 대한 내용과 이솝 우화 <해와 달>에 대한 내용을 빗대어 설명해 주는 글도 유익하게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된 도서이다.


더 좋은 삶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내용과 저자가 내놓는 현안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경제적 여유는 시간적 여유와도 관련이 깊다는 사실과 소득 수준에 따라 행복도의 관계도 책에서 소개되고 있다. 연봉과 행복도의 상관관계도 책에서 언급되고 있다. 저자가 '액세서리'라고 부르는 것들의 정의와 그러한 것들의 예시글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두껍지 않은 도서이다. 하지만 알차게 담긴 저자의 주요한 목소리들이 알차게 얻어가는 시간이 된 도서이다. 경제적 자유를 희망하는 많은 분들, 조기은퇴를 계획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하는 도서이다.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 거칠게 몰아칠 것인가,

포용적인 태도로 상대를 받아들일 것인가.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66

진상고객은 병원이나 학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손님과 점원은 모두 존중해야 하는 대등한 인간이다. 69

주변 사람들이나 SNS를 통해 주입된 메시지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124

나는 누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요하다고 불어넣은 것을 액세서리라고 부른다. 124

우리가 가지 물건들은 생활필수품이 아니면 모두 액세서리라고 할 수 있다.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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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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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국민 작가인 카렐 차페크의 장편소설이다. 밀란 쿤데라에게 영향을 준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홍보문구에 눈길이 머물게 한다. 토마스 만이 극찬한 작가의 작품이라 머뭇거림 없이 펼치게 된다. 책표지의 그림과 소설제목에 한참동안 바라보게 한 소설이다. 어떤 작품일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앞서는 소설이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는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흐르지만 멈추게 하는 문장들이 무수히 많다. 메모하면서 자주 멈추게 한다. 그 문장들을 부여잡으면서 긴 사색의 발걸음을 건네는 소설이다. 젊은 의사에게 노신사가 찾아와 어릴 때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때 정원에서 나무를 가꾸는 젊은 의사는 노신사가 건네주는 옛 친구의 자서전의 내용들과 마지막에 젊은 의사와 노신사가 나누는 대화들로 작품은 끝난다.



자서전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의 인생이야기이다. 옛 친구의 자서전에는 죽음을 향하는 두려움이 자서전에 집필되어 있었다. 집필자는 삶을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자신의 첫 직장 생활과 시인을 만난 시절과 시를 쓴 날들을 집필한다. 첫 여자친구와 과외 활동하면서 만났던 친구의 여동생도 회상한다. 그의 사랑과 청춘과 방황들의 흔적들이 기록된다. 그리고 결혼과 직장 생활도 집필된 자서전이다.

여러 자아들이 혼재하는 모습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유년기의 결핍, 타락한 기억까지도 집필한다. 권력을 향한 욕망과 야심도 돌아보는 자서전이다. 출세를 향한 냉철한 글도 만나게 된다. 다른 사람을 혹사시키면서 출세하는 것은 노예 상인이나 다를 바 없다고 기록한 문장이 인상적이다. 아부를 떨며 동료를 고발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빠르게 승진하는 출세에 대한 어두움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달력 뒤에 쓴 유서> 민병훈 장편소설이 떠오른다. 그 작품에서도 작가의 아버지는 동료 직원들에 의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인생을 돌아본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되어준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돌아본다는 것. 수많은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였는지 되묻는 시간이다. 잘 가고 있느냐고 묻는 순간이기도 하다. 출세에 눈이 멀어서 동료를 모함에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아부를 떨며 부끄러운 모습으로 살고 있지는 않는지 묻는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문학이 주는 멈춤의 시간은 그래서 소중하다. 매진하면서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작가는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준다.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해주는 문장들이 문학에는 살아움직인다. 그래서 찬사 받는 작가는 다른 듯하다. 이 작품도 그렇게 매력적으로 각인된 작품 중의 하나가 되어준다.

고위직의 부패도 등장한다. 전쟁의 더러움과 혼돈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학교의 권위와 명령이 주는 영향력도 작가는 섬세하게 이야기에서 다루고 있다.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자문하는 자서전의 집필자의 질문은 꽤 인상적이다. 자아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회고한다. 그것들을 글로 남겨지는 작업이 자서전이 된다. 그렇게 한 사람의 자서전은 놀랍게 자리 잡는다. 내밀한 이야기들도 거침없이 기록된 자서전이다. 시인으로 계속 남겨진 인생을 살수 없었던 이유들도 되돌아보는 집필자의 시간들은 의미 깊은 순간이 된다. 시를 쓴 시절이 있었다는 것과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았던 인생이 있었다는 것은 확연한 차이를 시사한다. 남겨져 있지 않은 시. 그래서 기억에 남는 장면 중의 하나가 된다.



'너는 대체 누구지?' 질문하는 문장이 강하게 흐르는 작품이다. 선과 악함이 공존하며 다양한 자아가 공존하면서 살아온 인생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을 자주 마주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된 소설이다. 자서전의 집필자가 기록하였듯이 우리의 인생은 어떤 빛과 그림자들로 그려내고 있는지 자문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자서전의 글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여러 자아가 충돌하며 다른 자아가 쏟아내는 내면의 목소리들이 혼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많은 갈등과 선택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인간이 되어 살고 있는지 침잠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의미가 깊은 소설이 된다.

노신사의 마지막 대화와 젊은 의사가 나눈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타인의 추악함을 알기에 그 시간조차도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젊은 의사의 말도 질문을 던지는 문장이 되어준다. 인생을 돌아본다는 것은 의미있는 시간이며, 멈춤의 시간이다. 이 작품도 그 과정의 하나로 기억될 작품이다. 세 개의 삶과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언급되는 작품이다. 이 내용도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많은 길을 가야 한다.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어리석은 일을 겪어야 하며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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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합본 특별판)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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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792페이지의 장편소설이다. 2권으로도 출간된 소설이며 합본 특별판으로 만나본다. 전 세계 1600만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장편소설이다. 전 세계 63개국에서 번역되고 출간된 소설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작가인 마커스 주삭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섬에 있는 서점』에 등장하는 소설이라 읽게 된 작품이다. 기대한 만큼 멋진 소설이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독일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전쟁이 가져다주는 참혹한 참상들이 전해진다. 전쟁의 공포, 배고픔, 죽음, 가족의 해체가 열거되지만 말과 책이 주는 사랑으로 이들이 이겨내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히틀러와 유대인, 복종과 폭력들이 소녀의 마을을 매섭게 파괴한다. 노란별과 유대인, 수용소로 향하는 유대인의 행렬과 빵을 나누어 주는 독일인들, 부자들의 거리와 가난한 사람들의 거리 등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배고픈 소년과 소녀들은 비밀스러운 도둑질도 하는 시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부상병은 전쟁에서 살아서 돌아오지만 형의 죽음을 직접 지켜보면서 힘겹게 살고자 하는 의지까지도 무너지게 된다. 혼자만이 경험한 처절한 기억 속에 결국 스스로 죽음의 신을 부르게 된다. 더는 견디겠어요. (돌아온 병사.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 722쪽) 이러한 이야기들은 문학을 통해서 무수히 마주하게 된다. 전쟁의 참혹한 후폭풍은 살아서 돌아온 부상병들을 더욱 힘들게 하면서 결국 자살로 몰아넣는 참혹한 또 다른 전쟁이 되고 만다.

딜러 부인 가게. 사악한 눈을 가진 이유.

부인은 가게를 위해 살았으며, 가게는 제3제국을 위해 살았다. 나치당에 기부 74

딜러부인. 자부심과 흥분. 행렬 구경. 의무적으로 박수. 아름답게 복종 92

누군가의 명령이 필요했다. 그들은 명령받기를 좋아했으며, ... 명령하기를 좋아했다. 멋진 소우주였다. 400쪽

딜러부인의 모습으로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딜러부인의 사악한 눈이 가지는 의미, 전쟁을 박수를 보내고, 복종하며, 흥분하는 딜러부인의 모습은 많은 상징성을 부여하게 된다. 전쟁을 찬양하며 기부하는 양상이 가지는 이면을 보아야 한다. 사라지는 젊은 청춘들, 돌아온 부상병들의 처절한 고통과 자살까지도 외면하면 안되는 작품이 된다.



명령받기 좋아하는 자, 명령하기 좋아하는 자가 등장한다. 작은 소우주가 큰 소우주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작은 무리 안에서도 명령과 복종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권력이 존재한다. <더 글로리>드라마에서도 만나게 된다. 드라마의 학교폭력의 무리 안에서도 권력이 존재하며 명령과 복종이 존재하고 있다. 이 소설도 다르지 않다. 멋진 소우주가 만들어가는 양상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 어느 연령대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멋지게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소설의 시대와 현대인이 살아가는 학교에서도 멋진 소우주가 그려진다.

소설의 시작부터가 묵직하다. 기차와 눈, 남동생의 죽음이 그려진다. 소녀 리젤이 훔치는 책 한 권은 중요한 단서가 되어준다. 기억에 자리 잡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공산주의자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마지막 이별은 생사조차도 알 수가 없다.

리젤은 말을 갖추지 못한 책도둑이었다.

하지만... 말은 오고 있다.

말이 왔을 때 리젤은 그것을 구름처럼 손에 잡을 것이며, 비처럼 짜낼 것이다. 120


소녀를 키워주는 양부모와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다. 매일 악몽에 시달리는 소녀의 곁을 지켜주는 양아버지는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된다. 죽음의 신에게도 그러하였듯이 작품을 읽는 모든 순간들에 양아버지가 보여주는 사랑과 말 한마디들은 특별하게 남는 순간들로 남는다. 이런 인물을 이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된다. 그렇게 소설의 깊은 세상 속으로 점점 초대받는 여정이 된다. 글을 읽지 못하는 소녀는 학교에서 조롱과 비난을 받기 시작한다. 소녀는 양아버지의 도움으로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소녀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둘만의 돈독한 사랑은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그들만의 비밀, 그들만의 의리가 전해진다. 모든 것을 다 빼앗긴 소녀였지만 따스한 한 사람만 있다면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작품에서 전해준다. 그러한 따스한 가슴을 가진 양아버지가 오랫동안 함께해 준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폭격이 시작되면서 불안과 두려움이 마을 사람들을 덮치는데 이때 소녀는 대피소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다. 죽음이 임박한 공격 속에서도 함께 공간에 있었던 마을 사람들을 위안을 주는 책 읽는 소녀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말이 가진 힘과 글이 가진 힘을 목도하게 된다. 책이 가진 힘이 위기 앞에서도, 죽음 앞에서도 기회가 되어주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세상이 추하다고 표현하는 작품 속의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양어머니의 노동과 소녀의 노동도 전해진다. 가난의 냄새와 부자의 사치들이 그려진다. 부자의 집들은 어여쁘고 혐오스러웠다고 소년의 시선을 통해서 전하는 멋진 작품이기도 하다. 가난한 자의 노동을 먹고 사는 부자들의 혐오스러운 면들도 작가는 놓치지 않고 작품을 통해서, 글쓰기를 통해서 전하고 있다.

세상은 추한 스튜야.

너무 추해서 견딜 수가 없어. 743쪽

집들은 어여쁘고 혐오스러웠다. (소녀 눈에) 743쪽

군대가 하는 짓이야말로 도둑질이지.

너희 아버지를 데려가고, 우리 아버지를 데려가는 거...

저 위의 모든 부자 나치들 692쪽

이 나쁜 새끼들... 이 예쁘장한 나쁜 새끼들... 내 속의 찰과상이 보여?...

나를 침식하는 게 보여?...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누릴 자격이 없으니까. 745쪽

너를 벌하지 마.

벌과 고통... 행복도 있을 터였다. 그것이 글쓰기였다. 750쪽

책도둑은 멋진 작품이었다. 웃음도 주면서 감동도 주면서 시대의 참상을 전하면서 함께 생각하자고 전하는 소설이었다. 거친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양어머니이지만 유대인을 숨겨주는 것과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된다. 그녀의 남편이 살아서 전쟁에서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모습도 기억 속에 남는 장면이 된다. 학교에 찾아와서 소녀에게 유대인이 깨어났다고 알려주는 센스 있는 여인으로도 기억되는 인물이다. 글쓰기가 무엇인지, 말과 글의 무게와 질량까지도 느끼게 해주는 멋진 작품이다. 2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작가를 알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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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뒤에 쓴 유서 오늘의 젊은 작가 41
민병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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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책표지 가득히 채워진 밥상만 바라보게 한다. 누군가의 따뜻한 밥상이다. 음식을 차려낸 사람이 존재하고 이 음식을 먹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밥상이다. 이 손길과 마음은 사랑이 된다. 그런데 누군가 이러한 밥상을 등지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가장이다. 아내도 있고 고등학생 아들도 있다. 왜 달력 뒤에 유서를 남기며 떠났는지 질문하게 하는 작품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아버지. 고등학교 때 집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엄마는 집을 가출하였고 매일 아침과 저녁에 아들과 통화를 하고 있는 엄마이다.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한 상황이며 실직 상태이다. 환경미화원의 반장이었는데 직원들과의 불화로 퇴직하고 구직하고자 신문을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친척이 방문하며 가져다준 검은 봉지와 굳은 얼굴을 작가는 기억해 낸다. 그리고 새벽에 아버지 방에서 들려오는 못질 소리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유리창을 깨고 구급차를 부르게 된다. 온전히 홀로 아버지의 자살 상황을 직접 목격한 청소년 아들이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이해하고

고통을 극복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어떤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9

자전적 소설이다. 아버지는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이틀 동안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 병원에서의 상황도 혼자 감당하며 친척들을 기다린다. 또렷하게 그 상황들이 기억속에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치열하게 그 기억들을 소설속에 남긴다. 이 소설을 쓰고 싶었던 이유, 왜 쓰야 하는지 질문을 거듭 반복하면서 아버지 죽음의 이유들과 집필하는 이유들을 마주한다.

분철되는 이야기들. 툭툭 끊어지는 이야기와 장소들, 인물들. 읽는 동안에는 흐름을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읽고 나니 이 모든 분철된 장소와 이야기, 소설의 작품들, 인물들은 소설이 집필된 이유가 되어 선명해진다. 종합된다. 무수히 많은 조각들이 연결된다. 그리고 귀결된다. 희망이라는 욕망을 마주하게 해준다. 아버지 자살과 남겨진 달력 뒤의 유서 내용과 병원에서 남긴 말과 어머니가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아들에게 혼자 가는 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죽은 아버지를 향한 말이 된다. 어머니가 재혼할 기회가 몇 번 있어도 하지 않았음도 아들은 언급한다.



친척들의 말이 떠오른다. 엄마가 집을 나가서 아빠가 죽었다는 말로 죽음의 책임을 아내에게 떠넘긴다. 표면화되는 사건의 흐름으로 짐작하고 그 책임을 아내에게 부과하는 이 사회가 등장한다. 유일하게 엄마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는 아들이 있다. 그 이유는 달력 뒤의 유서 내용과 병원에서 남긴 아버지의 말과 아버지 공구용품을 하나씩 닦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대변해 준다.

비디오 테이프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면서 아들은 그 시절의 가족들을 만난다. 행복했던 이 가족의 모습들을 하나씩 회상하게 된다. 민박 일을 하면서 부부가 보였던 즐거워한 모습도 이 소설을 집필하면서 떠올리게 된다. 불행은 어머니의 가출로 시작된 것이 아님을, 아버지의 자살 원인이 아님을 되짚는 과정이 된다. 이들의 가정이 행복하지 못하도록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들이 가까이에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뚜렷한 존재로 드러나고, 어떤 이들은 묘연하게 흐릿하게 주변을 맴돌면서 불행으로 이끈다. 희망보다는 불행을 부추김한 사회의 인간들의 모순들을 이 소설의 많은 사건들과 인물들을 통해서 목도하게 한다.



나는 인사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았다. 어른이 물으면 대답을 해야지. 나는 빤히 바라봤다. 18

구직란이 펼쳐진 신문. 종아리. 심각한 상태. 60

민박을 열어. 그 과정을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간의 여름 안에서 부모님은 분명 행복했다. 누가 신고했을까. 61

<소망 없는 불행>소설의 작가 어머니 자살 이야기도 떠오른다. 마작으로 선산을 팔아버린 큰할아버지 이야기에는 <인생>위화 소설 내용도 떠올랐다. 돼지와 닭, 칼이 등장하는 내용에서는 <고트 마운틴> 소설 내용이 기억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문학 소설들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애도일기>, <변신> <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소설집, 다자이 오사무 <만년>, <사랑의 중력> 사라 스트리츠베리 소설 등을 만나게 된다.


기이한 일도 전해진다. 그 기이함을 여러 개 만나게 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빙벽에 매달린 아버지, 북소리, 신내림을 이야기하는 아주머니가 그러하다. 읽는 동안 안타까움이 내내 짙어지게 한다. 고등학교 시절의 사건이 어른이 되어도 지워지지 않을 영원히 함께 할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자살을 하기 직전까지 집에서 양말을 신었던 아버지의 발에 대해서도 저자는 죽음 이후에 알게 되는 사실들이 등장한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는 말 한마디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스스로 죽을까 봐서 선택한 가출이다. 아버지가 선택한 자살과도 연관성을 띤다. 죽지 않으려고 선택한 그녀의 삶은 힘겨운 날들로 점철된다. 벌판에 던져진 그녀의 남겨진 시간들과 아들의 시간들은 포기하지 않는 삶으로 그려진다. 그것이 희망임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소설이다. 화려하고 안락한 삶만이 인생이 아니다. 고난 속에서도 서로가 의지하지 않고 두 다리로 설아간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설이다.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사연들도 충분히 짐작하게 해준다. 고통이 잠식한 질병과 희망을 가지지 힘든 상황들에 그가 선택한 죽음에는 무책임함도 엿보인다. 미성년인 아들이 목격할 상황, 남겨진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선택이 된다. 하지만 그들은 슬픔을 긴 세월로 온몸으로 이겨냈고 지금도 동행하는 시간들로 그려낸다. 여행 다녀온 사진을 고르는 상황과 자전적 소설을 집필한 이유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홀로 남겨진 삶에 위축되거나 굴복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둘러서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완성시켰고, 그녀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참지 않았다. 131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143

친정에는 가지 않았다.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네게 미안하다고. 이렇게 살수 없는 거라고. 나 스스로 죽을까 봐. 그래서 나온 거라고, 그걸 네게 보여 줄 수 없었다고. 아드님은 혼자서 봤어요... 우린 어른이지만 갠 아니었어요. 경찰이 말했다.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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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지탱하는 현실 세무 지식 - 창업을 앞둔 당신이 꼭 읽어봐야 할, 2023년 개정세법 반영
최용규 지음 / 다온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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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사업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도움되는 도서이다. 2023년 개정세법이 반영된다. 업종별, 상황별 세무 문제들을 다룬다. 다양한 사례들이 소제목들마다 구성되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기억에 남는 사례들을 이 도서 덕분에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아가는 세무지식들이 쌓여가는 시간이 된다.


꽤 유익한 도서이다. 너무 사소해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하는 질문들이 이 책에서 해결된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렇다. 다양한 질문들과 사례들로 차곡히 익히는 시간이 된다. 알아야 내 돈도 지킨다. 조금만 공부해 보자. 남들에게 맡기고 내라는 대로 다 내던 세금을 조금만 공부하면 달라진다고 책은 전하고 있다.



건강보험료 폭탄 사례도 소개된다. 건강보험료가 직장가입자일 때와 지역가입자일 때와 다르게 부과된다. 그 차이를 경험하였기에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도 된다. 직장가입자는 매달 받는 소득이 건강보험료의 산정기준이 된다. 지역가입자는 소득, 부동산, 소유한 자동차 등 종합해서 건강보험료가 산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공시지가 산정도 건강보험료 인상 요인에 포함된다. 2022년 9월부터 차량 가격 4000만 원 미만 자동차, 재산이 5천만 원 이하인 경우는 건강보험료 산정에서 제외된다는 정보도 책에서 전한다. 소득이 많으면 건강보험료도 폭탄을 맞게 된다. 퇴직하면서 경험한 것들 중의 하나가 세금폭탄이다. 세금 공부도 하다 보니 은근히 흥미롭다. 이 도서 시리즈는 읽다 보면 새록새록 배워가는 정보성 내용들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한다.



대박을 꿈꾸는 예비 사장님,

초보 사장님,

아마추어 사장님,

현실 세무지식 가르쳐 주는 세금관련도서.

노동법의 위력도 전하는 내용도 만난다. 민법보다 상법보다도 노동법이 우선임을 책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게 된다. 창업하기 좋은 시기, 무단결근한 직원 해고해도 되는지, 언제 어떤 세금 신고를 해야 하는지도 전해준다.

사업자 등록부터 폐업까지, 이 책 한 권으로 알려준다!

개인사업자, 법인사업자 차이점에 대해서도 다룬다. 일반 과세 사업자, 간이과세사업자 차이점에 관한 내용도 전한다. 유튜브도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지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4대 보험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다. 이에 관한 사례도 흥미롭게 읽은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부록에 실려있는 여러 내용들도 꽤 유익한 내용들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읽다 보면 알아가는 상식들 덕분에 내 돈을 지킬 수 있는 사장님들이 될 것이다. 아낄 수 있는 돈공부. 세법도 변화한다. 최근 개정세법이 반영된 도서인만큼 도움받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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