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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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국민 작가인 카렐 차페크의 장편소설이다. 밀란 쿤데라에게 영향을 준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홍보문구에 눈길이 머물게 한다. 토마스 만이 극찬한 작가의 작품이라 머뭇거림 없이 펼치게 된다. 책표지의 그림과 소설제목에 한참동안 바라보게 한 소설이다. 어떤 작품일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앞서는 소설이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는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흐르지만 멈추게 하는 문장들이 무수히 많다. 메모하면서 자주 멈추게 한다. 그 문장들을 부여잡으면서 긴 사색의 발걸음을 건네는 소설이다. 젊은 의사에게 노신사가 찾아와 어릴 때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때 정원에서 나무를 가꾸는 젊은 의사는 노신사가 건네주는 옛 친구의 자서전의 내용들과 마지막에 젊은 의사와 노신사가 나누는 대화들로 작품은 끝난다.



자서전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의 인생이야기이다. 옛 친구의 자서전에는 죽음을 향하는 두려움이 자서전에 집필되어 있었다. 집필자는 삶을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자신의 첫 직장 생활과 시인을 만난 시절과 시를 쓴 날들을 집필한다. 첫 여자친구와 과외 활동하면서 만났던 친구의 여동생도 회상한다. 그의 사랑과 청춘과 방황들의 흔적들이 기록된다. 그리고 결혼과 직장 생활도 집필된 자서전이다.

여러 자아들이 혼재하는 모습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유년기의 결핍, 타락한 기억까지도 집필한다. 권력을 향한 욕망과 야심도 돌아보는 자서전이다. 출세를 향한 냉철한 글도 만나게 된다. 다른 사람을 혹사시키면서 출세하는 것은 노예 상인이나 다를 바 없다고 기록한 문장이 인상적이다. 아부를 떨며 동료를 고발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빠르게 승진하는 출세에 대한 어두움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달력 뒤에 쓴 유서> 민병훈 장편소설이 떠오른다. 그 작품에서도 작가의 아버지는 동료 직원들에 의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인생을 돌아본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되어준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돌아본다는 것. 수많은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였는지 되묻는 시간이다. 잘 가고 있느냐고 묻는 순간이기도 하다. 출세에 눈이 멀어서 동료를 모함에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아부를 떨며 부끄러운 모습으로 살고 있지는 않는지 묻는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문학이 주는 멈춤의 시간은 그래서 소중하다. 매진하면서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작가는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준다.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해주는 문장들이 문학에는 살아움직인다. 그래서 찬사 받는 작가는 다른 듯하다. 이 작품도 그렇게 매력적으로 각인된 작품 중의 하나가 되어준다.

고위직의 부패도 등장한다. 전쟁의 더러움과 혼돈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학교의 권위와 명령이 주는 영향력도 작가는 섬세하게 이야기에서 다루고 있다.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자문하는 자서전의 집필자의 질문은 꽤 인상적이다. 자아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회고한다. 그것들을 글로 남겨지는 작업이 자서전이 된다. 그렇게 한 사람의 자서전은 놀랍게 자리 잡는다. 내밀한 이야기들도 거침없이 기록된 자서전이다. 시인으로 계속 남겨진 인생을 살수 없었던 이유들도 되돌아보는 집필자의 시간들은 의미 깊은 순간이 된다. 시를 쓴 시절이 있었다는 것과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았던 인생이 있었다는 것은 확연한 차이를 시사한다. 남겨져 있지 않은 시. 그래서 기억에 남는 장면 중의 하나가 된다.



'너는 대체 누구지?' 질문하는 문장이 강하게 흐르는 작품이다. 선과 악함이 공존하며 다양한 자아가 공존하면서 살아온 인생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을 자주 마주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된 소설이다. 자서전의 집필자가 기록하였듯이 우리의 인생은 어떤 빛과 그림자들로 그려내고 있는지 자문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자서전의 글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여러 자아가 충돌하며 다른 자아가 쏟아내는 내면의 목소리들이 혼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많은 갈등과 선택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인간이 되어 살고 있는지 침잠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의미가 깊은 소설이 된다.

노신사의 마지막 대화와 젊은 의사가 나눈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타인의 추악함을 알기에 그 시간조차도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젊은 의사의 말도 질문을 던지는 문장이 되어준다. 인생을 돌아본다는 것은 의미있는 시간이며, 멈춤의 시간이다. 이 작품도 그 과정의 하나로 기억될 작품이다. 세 개의 삶과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언급되는 작품이다. 이 내용도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많은 길을 가야 한다.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어리석은 일을 겪어야 하며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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