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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찰스 부코스키 지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제목이 주는 특별한 것과 미국 주류 문단의 이단아였던 그가 전 세계 독자들에게 선택받은 최고의 작가가 되었다는 소개글에 이끌렸다. 그 시작이 되었던, 출발점이였던 작품이 바로 이 에세이라고 한다. 문단에서 이단아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해보면서 책을 펼친다.
책표지부터가 멈상찮다. 술과 함께 살아간 시간들의 한 단면이 되는 늙은이의 얼굴이 책표지를 가득히 채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속을 얼마나 잘 헤쳐 나가는가다." 찰스 부코스키.
이 에세이는 1969년 지하신문 <오픈 시티>에 14개월 동안 연재한 칼럼을 엮은 산문집이다. 술에 취해 거침없이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글로 담긴다. 이 글들은 다소 감정적인 불편함을 감소해야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그만의 글속에서 예리한 그만의 시선도 마주하기도 한다. 학교 선생들은 자로 학생들을 후려치고...남자들은 맞기 위해 얻어터지고 법원은 판결문부터 써 놓고 시작하는 곳이고 모든 과정은 그저 코미디 같다...새로운 정부를 세워도 자신의 새 정부가 여전히 기존의 정부와 같고 ... 90쪽
어디에도 큰 변화는 없다. 91쪽
정치적인 연설, 혁명을 위한 용기, 암살, 정치,대통령 투표, 정권, 병원과 의사, 지식에 대한 그만의 사유 등이 푸르른 빛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공원에서 희생하라고 외치는 놈들은 총소리가 나면 가장 멀리 도망친다. 한마디로 자기 회고록을 쓰고 싶어서 사는 자들이다. 96쪽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삶을 모두 이해하고 알기는 사실 한계점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나 책, 사진전을 통해서 한 시대와 지나온 시대를 만나게 된다. 이 에세이도 그 연결선위에 있는 책이다. 밑바닥 삶의 단면을 그만의 문체로 만나볼 수 있는 산문집이다. 창녀, 술집, 동성애, 성, 결혼과 이혼, 살인, 자살, 우울 등 매끄럽지 않은 상황들과 사건들이 거침없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책이다. 네 이야기는 하나같이 자살하거나 미치거나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뿐이더라.177쪽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이성적으로 살아가기에는 벅차지 않았을까. 그만의 방식으로 위선되지 않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니였을까. 이 책에서도 부모의 양육과 결핍이 보였고 그만의 가진 자신만의 문체로 글을 전달하는 책이다. 그의 시선에 보이는 인종에 대한 차별적 시선, 여성을 바라보는 그만의 시선은 많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유대인을 바라보는 그만의 시선, 필리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여성을 바라보는 그만의 시선은 불편하기도 하다.
미친 사람의 글속에서도 날선 시선에 놀라기도 한다. 작은 사람은 권총, 타자기, 문 밑의 서명하지 않은 쪽지, 배지, 곤봉, 개 뭐 이런 것들이 작은 사람을 살아 나가게 해 주는 거야. 258쪽
툭 던지듯이 대화하는 그만의 문체가 꽤 날카롭다. 열거되는 것들이 지금까지 소재가 되어왔고 사건이 되고 인물이 되었던 것들의 상징성을 띄기 때문이다. 작은 사람이 살기위해 선택한 최선의 것들이 아닌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장은 완성되었고 이단아라는 명칭이 꽤 잘 어울리는 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고싶은 말 다하고, 하고 싶은 것은 다해보고, 죽음이 앞에 있을지라도 베짱으로 끝까지 살아간 자취가 이 산문집이다. 영혼에 절규하는 그의 한 마디가 절절하다. 난 딸을 다시 보고 싶어.그가 영혼에게 고백했다.103쪽 우리가 살아가는 불속을 얼마나 잘 헤쳐 나가야 하는지 이 산문집으로도 만나보았다.
저마다 자신의 특별한 십자가에 못 박힌다. 108쪽
그는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둥둥 뜨는 것이 느꼈졌다...빌어먹을, 돌아와! 그가 자기 영혼에게 말했다.
영혼이 웃었다. 넌 너무 오랫동안 날 막 대했잖아...그의 일부가 버린 자명종, 버린 신발, 버린 여자, 버린 친구들에게 남아 있다...내가 다 날려 먹었어..그 스스로 생각했다. 102쪽
영혼에는 피부색이 없다.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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