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 ㅣ 톨스토이 사상 선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창배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톨스토이의 생애부터 이해해본다. 55세에 집필한 이 번역서는 영미 번역판이 아니라, 199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출판된 <레프 톨스토이 선집> 제23권 중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에 해당하는 부분을 번역한 것이라고 번역가는 밝히고 있다. 자신을 구원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의문을 가지고 직접 확인하면서 진실된 그리스도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면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기를 희망하면서 적어간 책이기도 하다. 출판이 금지가 된 이유들도 <부록 2>에서 이해하게 된다. 그 시대적인 상황과 정치적 상황, 종교적 상황들을 고려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신앙인이 아닌 상황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가 직접 경험한 것들은 그가 신앙인으로 믿음을 고백하면서 변화되는 삶들이 책에서도 많이 열거된다. 좋아했던 것, 악했던 것, 높았던 것, 낮았던 것들을 독자로써 함께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믿음을 가지기 전의 삶과 믿음을 고백하면서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세상의 이치와 삶의 의미들을 다시금 하나둘씩 떠올려보는 값진 시간이 되었던 책이다.
세련되고 우아한 삶보다는 근면하고 검소하고, 소박한, 절제하는 삶을 톨스토이의 시선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그는 변화되고 실행하면서 살아가는 고백과도 같은 책이기도 하다. 군대에서 장교로 전쟁에 참전하였던 저자는 전쟁의 참혹함들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십자가를 지는 게 아니라 군장과 소총을 짊어져라. 그리고 각종 고통과 확실히 죽음이 기다리는 전쟁터로 가자. 나를 따르라. 241쪽
세상의 가르침 때문에 삼천만의 사람들이 전쟁터에서 죽어간다. 245쪽
병사들, 보안관들, 헌병들의 장전된 권총 64쪽
폭력에 대해서도 책은 언급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폭력과 혁명이라는 폭력도 책은 놓치지 않고 짚어낸다. 폭력이 가진 살인과 고문, 사형 등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비판한다. 교회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을 교회가 하지 않았음을 그 시대적 상황에서 고려하면서 읽어가게 된다. 그리고 유럽의 모습을 비판하는 글도 마주하게 된다. 불편한 심기가 느껴지는 내용도 여러 번 마주하게 되는데 이 책이 처음으로 출간된 나라는 프랑스 파리이다. 두 번째 출판도 역시 그곳이다. 그리고 독일어와 영어 번역이 이어서 나왔다고 책은 전한다. 당시의 유럽의 모습과 러시아의 상황들을 떠올려보면서 읽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해석들이 현존하는 악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목적에 기초해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빛을 가리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애매하고 불명확한 그런 해석들, 모순적인 것들까지도 짚어내면서 직접 확인하는 내용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성경을 읽다 보면 애매하게 이해하는데 불편하게 기록된 내용들을 종종 마주하였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다. 톨스토이의 명석함이 책으로 기록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고 읽히면서 진실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만나보면 좋지 않은가. 그리스도의 마음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시간이었다. 어리석음으로 가득한 인간들이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성전을 짓고 율법을 지키며 계명을 지키는데 악행은 멈추지 않고 있음을 이 땅에서도 온전히 경험하였음을 이 책의 내용들을 읽으면서도 느껴보게 된다. 제자들의 질문도 부족함이 넘친다. 그리스도가 진정으로 우리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간단명료하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톨스토이의 시선에서 교회의 해석과 그리스도의 해석은 상이하다. 그리스도가 가르치고 있는 것은 개인이라는 삶으로부터 구원을 받는 것과 이 땅에서 개인의 삶에 있어서 더 적은 고난과 더 많은 기쁨을 얻는 것이라고 톨스토이는 책에서 전한다. 말로만 머리로만 이해하는 믿음이 아니라, 실천하는 믿음의 사람이 되도록 독려하는 한 권의 책이다.
노동을 예찬하는 내용과 적과 악인, 도둑까지도 모두 인간이라고 말하면서 그들도 구원을 그리스도의 가르침 속에서 찾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읽으면서 유토피아의 책 내용에 등장하는 도둑에 대한 글 내용이 떠오르기도 했고, 드라마 <악의 꽃>이라는 등장인물과 사건들도 연관 지으면서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내용이었다.
<부록 1>에 실려있는 <1장에 덧붙이는 글>도 기억에 남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모든 사유재산을 그리스도를 위해서 바치고 싶다고 했을 때 목사가 하였던 말의 의중이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내용이기도 하다. 계속 사치스럽게 살고, 십일조만 내고, 신비로운 은총을 계속 이용해 먹기만 한다면 그만이라는 것. 324쪽
그래서일까, 322쪽에서 톨스토이는 '교회는 벌써 오래전에 죽었다'고 단정한다. 러시아에서 출판금지된 이유가 너무나도 분명한 내용들이 직설적으로 기록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