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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스파이 1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평점 :
톰이 즐거운 얼굴로 ... 고함을 질렀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근심이 가슴 밖으로 사러지는 것을 느꼈다... 언덕 꼭대기에서는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385쪽
2권 세트로 구성된 장편소설이다. 사람이 사라졌다. 유능한 외교관이며 가족의 가장이었던 매그너스 핌. 영국 정보국 요원인 그가 아버지 장례식 이후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면서 당황하는 많은 사람들의 집요한 추적과 떠올리는 그에 대한 이야기들과 아내가 기억하는 그에 대한 이야기와 인물들과 사건들을 끝없이 퍼즐처럼 맞추어나가는 시간들이 1편에서 전개되고 있다. 물론 사라진 그가 머무르고 있는 곳과 사라지고자 계획했다는 것과 그 순간까지도 작품은 놓치지 않고 전개해 준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그가 엄마보다도 더 떠올리는 엄마 같은 존재였던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게 한다. 그에게는 아내와 아이가 하나 있다. 사라지기 직전 장례식을 다녀온 후 아이를 찾아간 그가 아이와 나눈 대화들도 주목하게 하는 대화중의 하나가 된다.
아빠는 항상 자유를 이야기해요. 자유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면서, 우리가 직접 쟁취해야 한다고. 386쪽
1편에서는 아직도 확연하게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누구일까? 존재하지 않는 그들이 나타난 이유와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왜 사라진 매그너스 필을 찾고 있는 것일까? 여러 존재들로 살아갔다는 것을 막연하게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되고 있다.
그에게 찾아온 손님과 서류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손님이 몇 명인지 묻는 그. 2편을 이어서 읽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스위스에서 만난 악셀이라는 인물. 악셀을 행복하게 해주고 공부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라는 대화가 눈길을 끈다. 악셀이라는 인물을 계속 주시하게 한다. 그리고 사라진 후 자신의 오점이 되는 자료를 삭제한 것에 대해 연락을 한 그의 의도도 궁금하게 한다. 그는 사라짐은 계획되고 자발적인 것이다. 그가 갈구한 것은 자유임을 알게 한다. 그의 지나온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독일, 나치, 유대인, 대학살, 미국, 영국, 성경, 귀족, 폭격, 공군, 육군, 전쟁으로 피폐해진 자, 다리를 끌고 다니는 자, 우울한 자, 이용당하는 여인들, 정신병으로 도피한 엄마, 의문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여인. 전쟁으로 빈곤해지는 삶 속에서 결핍을 이용하는 사업 구상. 아버지의 삶과 아버지의 편지, 아버지의 죽음도 주시하게 한다.
립시가 소유의 허망함에 대한 경고 439쪽
우리는 반드시 머릿속에 세상을 집어넣고 다녀야 돼. 211쪽
소유의 허망함에 대한 경고와 편견을 용납하면 안 된다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소유의 허망함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라 다시금 문장을 대면하면서 좋은 문장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광고의 문구들은 소유를 권유한다. 신상이 주는 가치, 행복을 자극한다. 과연 점유했을 때의 행복은 얼마나 오래 유지될까? 우리는 안다. 소유의 행복은 매우 짧다는 것을. 인간이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 해준다. 짧게 스치듯 던져주는 문장이지만 '립시' 그녀가 선택한 삶과 죽음이 대변해 주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편견을 용납하면 안 돼. 464쪽
편견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사유하게 한다. 틀 속에 갇힌 나만이 가진 편견들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나의 아저씨'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있는데 아이유가 연기하는 인물에 대해 이 사회가 가진 편견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그녀를 채용한 이유, 스펙이 난무하는 사회 속에서 특기와 취미가 달리기라는 문구에 그녀를 채용한 이유 등 질문하고 멈추게 하는 드라마와 소설 속의 한 문장들이 있어서 좋다. 말랑말랑해지는 유연한 사고를 지향하게 해주는 순간이 된다.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라 속도를 내면서 읽을 수는 없었다. 이제는 인물들에 익숙해졌으니 2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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