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두려워하는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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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소설이지만 많은 것들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종교적 환경에서 성장하는 자녀들의 순응하는 모습에도 자문해 보게 하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아버지에게 복종하며, 명령에 따르는 20대 성인 남성은 56세가 되어서 돌아보는 과거의 일들은 어떤 날들로 회상되고 있는지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나는 다른 길로 가는 법을 알지 못했다. 38쪽

우버 택시 운전사인 화자는 우연히 태운 승객이 내린 건물에서 테러리스트가 던지는 화염병과 폭발사고를 직접 목격하게 된다. 승객이 안전한지 걱정이 되어 떠나지 못하면서 목격한 사망자를 직접 목격하기도 한다. 직접 목격한 장면들과 죽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잔상이 된다. 이 사건은 '임신중절수술' 찬성과 반대의 대립이 폭력으로 발화하는 사건의 일부이기도 하다.

택시의 승객이었던 여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었을까?

부모에게 순종하는 자녀, 부모와 대립하며 마찰하는 자녀 등 다양한 가족들과 자녀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아프게 읽었던 장면은 딸이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사랑받고자 노력한 자신과 상반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마지막까지 어머니의 모습은 안타까운 모습으로만 그려질 뿐이다. 마찰음이 나는 부모와 자식 사이는 서로를 인정하며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작품의 어머니에게서는 가족을 향한 노력은 어느 정도였는지 되묻게 된다. 남편과 딸이 온전히 노력했을 시간들, 기다림만이 떠오를 뿐이다.

엄마는 단 한 번도 나를 따뜻하게 대한 적이 없었어...

엄마는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무조건 반대부터 해... 168쪽

타인의 생각을 무시하고 자기 의견만 옳다고 고집을 부리는... (엄마) 187쪽

계속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36쪽

엘리스라는 인물이 가장 선명하게 자리 잡는 소설이다. 그녀와 관련된 추도사와 딸이 낭독하는 시도 간직하는 장면이 된다. 경제적 부가 주어졌지만 검소하게, 간소하게 살아가는 삶. 남편이 로펌을 시작하는 방향성까지도 떠올려보게 한다. 그녀와 함께 하였던 남편. 그녀가 삶의 마지막까지 보여주는 품위와 절제, 나눔의 모습들도 잃지 않는 빛이 되는 문장이기도 하다.

상위 10퍼센트만을 위한 체제에 맞서 블루칼라들과 약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진보 로펌. 256쪽

추도사 408쪽

무덤의 어둠으로 깊이 깊이 깊이

서서히 내려간다. 아름다운 이들, 상냥한 이들, 다정한 이들;

조용히 내려간다. 똑똑한 이들, 재미있는 이들, 용감한 이들.

나는 안다. 그러나 인정하지 않는다. 체념하지 않는다.

시 낭송. 411쪽

작품은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지목하기도 한다. 총기 사용 규제, 재력가가 종교단체, 경찰, 언론까지도 장악하는 모습까지도 작품을 통해서 독자와 함께 호흡하고자 한다. 임신중절에 대한 찬반성까지도 작품의 사건들을 통해서 보여주면서 종교가 가지는 확신이 어둠의 길이 되는 순간으로 나락에 빠지는 여러 인물들을 보여주기도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종교가 가진 문제점으로 신을 떠난 인물도 작품은 매만지고 있다. 무엇도 가볍지 않았던 문제들이 작품에 적절히 등장한 장편소설이다.

책장은 전혀 무겁지 않게 빠르게 넘어간 소설이다. 궁금함에 멈추지 못하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폭력적인 모습으로, 서슴지 않는 폭력성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모습의 모순들을 계속해서 만나는 사회의 모습을 보는 작품이기도 하다. 비폭력 시위가 가지는 큰 의미를 다시금 떠올려보면서 읽었던 소설이었다.

빛을 두려워하는. 책 제목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깊게 사유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진정한 빛과 같은 삶이 무엇인지 우리들에게 질문하는 소설이다.

빛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확신을 갖고 있어요. 그들의 확신이 두려워요. 일방적이죠. 다른 사항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죠. 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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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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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씨 집안은 두 망나니를 낳았어 53쪽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다른 작품까지 계속 이어서 만나볼 계획이다. 쉼 없이 작품의 인물들과 상황들을 만나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책장이었던 소설이다. 역사적인 격동과 함께 작품의 상황들과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주체적이지도 않는 국민들이 전쟁과 이념의 소용돌이 현장 속에서 생존하는 과정들이 등장하기도 할 때는 안타까울 때가 여러 번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식구들의 끼니를 걱정하고 배고픔에 물만 마시는 자식을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처절한 시대적 상황인지 떠올려보면서 읽은 작품이다. 늙은 소와 함께 일을 하는 노인. 그 노인에게서 듣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노인은 마을의 지주였던 선조 덕분에 젊은 시절 방종하면서 살았던 날들의 이야기부터 흥미롭게 전해준다. 사십 년 전에는 한량이었던 노인. 그의 결혼, 결혼생활, 기생과 도박. 퇴락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젊은 날의 이야기. 그의 아버지의 삶까지 연결되면서 꽤 진지하게 전해지는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장인어른 가게를 지나치면서 그가 보였던 행동, 딸을 다시 데려가고자 찾아온 장인어른의 심정까지도 몰입해서 읽어가게 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 역사적 상황, 계급사회의 생활 모습, 결혼 풍습 등이 많이 전개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때서야 비로소 내 여자를 아끼기 시작했지. 77쪽

사람도 때가 되면 익어야 하는 법이라네. 210쪽

결혼 풍습과 아내에게 가하는 폭력, 아내의 묵시적인 침묵 등은 현대사회에서는 마찰음이 나는 모습이지만 그가 한결같이 아내를 경시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게 되면서 아마도 인생의 이야기도 다른 흐름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아내를 비로소 아끼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대중들에게 전환점을 조명해 준다. 그 빛을 마주하지 못하면서 '삶을 잘 살았구나'라고 감탄하면서 살아가는 인생들도 많지 않은가. 이 작품의 이 문장이 있어서 참 반가웠고, 기대를 가득히 안으면서 계속 읽어갔으니 말이다.

예고되지 않는 일들과 사건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상황들 앞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인생을 살아내야 할까?

당신이 돌아온 다음 모든 게 다 좋아졌어요 228쪽

노인의 아내는 한결같이 남편을 사랑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며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삶은 고단하고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죽음을 앞두면서 회상한다. 남편이 돌아온 다음 모든 게 다 좋아졌다고 ...

우리들도 인생의 큰 그림들을 그려가고 있기에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이 작품의 노인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묵직하게 귀 기울여보아도 좋을 듯하다. 노인의 두 아이, 아내, 아버지, 어머니, 사위, 외손자의 이야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별이 되어줄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 작품인지, 작가인지 이 작품을 통해서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던 소설이다. 또 다른 작품까지 관심을 가져보게 된 <인생> 위화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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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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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성작가의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놀랍고, 흥미로워서 계속 이야기의 인물들과 사건들의 전개에 빠져서 지낸 날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작품을 통해서 만난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까지도 기대하면서 기다려보게 된다. 1972년과 1992년 20년 사이를 오가면서 이야기들은 펼쳐진다. 모험소설가는 해양 미스터리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고자 20년 전 겨울 바다의 한 등대에서 사라진 등대원 세 명에 대한 단서들을 붙들고, 사라진 등대원들의 여인들을 면담하면서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독자들도 사라진 등대원들의 자취를 찾는 여정이 된다.

사라진 등대원 세 명. 출입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다. 두 개의 벽시게는 같은 시각에 멈추어 있고, 식탁에는 식사를 앞둔 식기들이 준비되어 있다. 주임 등대원의 기상 일지에는 폭풍이 그 타워를 맴돌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날은 하늘이 맑았던 날이었다. 세상에 알려진 그 단서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베스트셀러 해양 모험소설 작가는 사라진 등대원들의 아내와 연인을 만나고자 한다.

등대에 고립되는 날들에 대한 회사의 지원들과 함께 모여서 지내는 이들 가족들은 친밀함으로 서로를 위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뭍에 남겨진 가족들과 여인들의 이야기들과 사라진 등대원들의 내밀한 감정과 솔직한 이야기들이 점점 이 작품의 매력으로 한층 고조된다.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습,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 그 둘은 별개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 200쪽

일정한 거리감을 두면서 타인과 사회에 보이는 인간의 모습과 평가는 얼마나 진실한 것일까? 오랜 시간 회사와 사회, 가족에게 보이는 모습이 한 사람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감추고 숨기면서 일부만 보여주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우리들의 삶에는 후회와 실수, 고백하지 못하고 지낸 날들에 대한 감정들과 결단들을 이 작품의 인물들을 통해서 매만지고 있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진즉에 내가 해야 했던 말들이 있는데,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그 두 사람에게 돌아갈 길이 없네요. 너무 늦었어요.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어요. 아직 밝힐 수 있는 빛이 아직은 남아 있어요. 383쪽

빌의 출생과 어머니의 죽음은 빌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빌에게 비난과 살인자라는 말을 쉽게 말하면서 빌의 목소리를 듣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순간 '기적'의 영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던 안타까운 순간이기도 하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이 남겨진 채 성장한 빌. 그는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했을까? 그의 성장한 배경과 그가 사랑하는 것과 그가 선택하는 삶의 순간들의 오류들은 짧고도 어긋나는 선택들의 연속으로 그려내고 있지 않은가. 온전히 그가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잘못이었을까? 빌의 성장 배경에 더욱 밑줄을 긋게 하는 대목들이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었다.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들의 내밀하고도 솔직한 생각들과 선택들이 이 소설에 점점 빠져들게 한 매력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외의 인물들까지도 하나씩 되짚어보면서 다시금 작품을 음미해 보는 시간도 가졌던 작품이다.

외로움을 저마다 다른 상황들에서 다루며 대면하고 삶 속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등대라는 공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특별한 고립감과 외로움을 등대원들과 그의 가족들과 연인들이 진솔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들을 듣는 시간들은 아깝지 않은 시간들이었던 작품이다.

거듭해서 일어나는 반전들에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작가가 촘촘하게 구성한 인물의 등장과 사건들이 있어서 멈추지 못하면서 내내 읽었던 멋진 작품이었다. 회사가 가지는 위선과 은폐와 진실도 다루면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얼마나 추락하는 결과를 가지는지도 다루는 작품이다. 문학은 틀안에 갇힌 우리의 사고를 유연하게 바라보게 하는 기회를 주는 순간이기에 만나서 반가웠다고, 고마웠다고 전하게 되는 멋진 만남의 순간이기도 하다. 바로 이 소설처럼 말이다. 마지막까지 재미있다고 외치게 되는 장편소설 <등대지기들>

사택들은 최대한 그 등대와 가까이 있었지만.. 늘 슬프고 짝사랑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무관심한 상대에게 기대를 품은 마음이었다. 127쪽

사람이 꼭 교도소에 가야만 자기 잘못을 깨닫는 건 아니잖아요. 143쪽

인생의 시작이 어려웠다고 해도, 남들이 항상 그를 안 좋게 바라본다는 이유로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죠.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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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언젠가‘에 머물렀다. 아직 학생이다가, 돈이 없다가, 아이가 생겼다가, 아이가 어렸다가,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시간이 없었다.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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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괴기스러운 게 뭔지 알아요? 사람은 자기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릴 수 있는 일에도 별 거부감 없이 익숙해진다는 거예요.

269쪽. 자유 국가에서. 민음사. v.s. 나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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