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쉬씨 집안은 두 망나니를 낳았어 53쪽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다른 작품까지 계속 이어서 만나볼 계획이다. 쉼 없이 작품의 인물들과 상황들을 만나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책장이었던 소설이다. 역사적인 격동과 함께 작품의 상황들과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주체적이지도 않는 국민들이 전쟁과 이념의 소용돌이 현장 속에서 생존하는 과정들이 등장하기도 할 때는 안타까울 때가 여러 번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식구들의 끼니를 걱정하고 배고픔에 물만 마시는 자식을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처절한 시대적 상황인지 떠올려보면서 읽은 작품이다. 늙은 소와 함께 일을 하는 노인. 그 노인에게서 듣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노인은 마을의 지주였던 선조 덕분에 젊은 시절 방종하면서 살았던 날들의 이야기부터 흥미롭게 전해준다. 사십 년 전에는 한량이었던 노인. 그의 결혼, 결혼생활, 기생과 도박. 퇴락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젊은 날의 이야기. 그의 아버지의 삶까지 연결되면서 꽤 진지하게 전해지는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장인어른 가게를 지나치면서 그가 보였던 행동, 딸을 다시 데려가고자 찾아온 장인어른의 심정까지도 몰입해서 읽어가게 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 역사적 상황, 계급사회의 생활 모습, 결혼 풍습 등이 많이 전개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때서야 비로소 내 여자를 아끼기 시작했지. 77쪽

사람도 때가 되면 익어야 하는 법이라네. 210쪽

결혼 풍습과 아내에게 가하는 폭력, 아내의 묵시적인 침묵 등은 현대사회에서는 마찰음이 나는 모습이지만 그가 한결같이 아내를 경시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게 되면서 아마도 인생의 이야기도 다른 흐름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아내를 비로소 아끼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대중들에게 전환점을 조명해 준다. 그 빛을 마주하지 못하면서 '삶을 잘 살았구나'라고 감탄하면서 살아가는 인생들도 많지 않은가. 이 작품의 이 문장이 있어서 참 반가웠고, 기대를 가득히 안으면서 계속 읽어갔으니 말이다.

예고되지 않는 일들과 사건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상황들 앞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인생을 살아내야 할까?

당신이 돌아온 다음 모든 게 다 좋아졌어요 228쪽

노인의 아내는 한결같이 남편을 사랑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며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삶은 고단하고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죽음을 앞두면서 회상한다. 남편이 돌아온 다음 모든 게 다 좋아졌다고 ...

우리들도 인생의 큰 그림들을 그려가고 있기에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이 작품의 노인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묵직하게 귀 기울여보아도 좋을 듯하다. 노인의 두 아이, 아내, 아버지, 어머니, 사위, 외손자의 이야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별이 되어줄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는 작품인지, 작가인지 이 작품을 통해서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던 소설이다. 또 다른 작품까지 관심을 가져보게 된 <인생> 위화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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