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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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성작가의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놀랍고, 흥미로워서 계속 이야기의 인물들과 사건들의 전개에 빠져서 지낸 날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작품을 통해서 만난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까지도 기대하면서 기다려보게 된다. 1972년과 1992년 20년 사이를 오가면서 이야기들은 펼쳐진다. 모험소설가는 해양 미스터리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고자 20년 전 겨울 바다의 한 등대에서 사라진 등대원 세 명에 대한 단서들을 붙들고, 사라진 등대원들의 여인들을 면담하면서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독자들도 사라진 등대원들의 자취를 찾는 여정이 된다.

사라진 등대원 세 명. 출입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다. 두 개의 벽시게는 같은 시각에 멈추어 있고, 식탁에는 식사를 앞둔 식기들이 준비되어 있다. 주임 등대원의 기상 일지에는 폭풍이 그 타워를 맴돌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날은 하늘이 맑았던 날이었다. 세상에 알려진 그 단서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베스트셀러 해양 모험소설 작가는 사라진 등대원들의 아내와 연인을 만나고자 한다.

등대에 고립되는 날들에 대한 회사의 지원들과 함께 모여서 지내는 이들 가족들은 친밀함으로 서로를 위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뭍에 남겨진 가족들과 여인들의 이야기들과 사라진 등대원들의 내밀한 감정과 솔직한 이야기들이 점점 이 작품의 매력으로 한층 고조된다.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습,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 그 둘은 별개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 200쪽

일정한 거리감을 두면서 타인과 사회에 보이는 인간의 모습과 평가는 얼마나 진실한 것일까? 오랜 시간 회사와 사회, 가족에게 보이는 모습이 한 사람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감추고 숨기면서 일부만 보여주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우리들의 삶에는 후회와 실수, 고백하지 못하고 지낸 날들에 대한 감정들과 결단들을 이 작품의 인물들을 통해서 매만지고 있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진즉에 내가 해야 했던 말들이 있는데,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그 두 사람에게 돌아갈 길이 없네요. 너무 늦었어요.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어요. 아직 밝힐 수 있는 빛이 아직은 남아 있어요. 383쪽

빌의 출생과 어머니의 죽음은 빌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빌에게 비난과 살인자라는 말을 쉽게 말하면서 빌의 목소리를 듣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순간 '기적'의 영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던 안타까운 순간이기도 하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이 남겨진 채 성장한 빌. 그는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했을까? 그의 성장한 배경과 그가 사랑하는 것과 그가 선택하는 삶의 순간들의 오류들은 짧고도 어긋나는 선택들의 연속으로 그려내고 있지 않은가. 온전히 그가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잘못이었을까? 빌의 성장 배경에 더욱 밑줄을 긋게 하는 대목들이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었다.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들의 내밀하고도 솔직한 생각들과 선택들이 이 소설에 점점 빠져들게 한 매력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외의 인물들까지도 하나씩 되짚어보면서 다시금 작품을 음미해 보는 시간도 가졌던 작품이다.

외로움을 저마다 다른 상황들에서 다루며 대면하고 삶 속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등대라는 공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특별한 고립감과 외로움을 등대원들과 그의 가족들과 연인들이 진솔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들을 듣는 시간들은 아깝지 않은 시간들이었던 작품이다.

거듭해서 일어나는 반전들에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작가가 촘촘하게 구성한 인물의 등장과 사건들이 있어서 멈추지 못하면서 내내 읽었던 멋진 작품이었다. 회사가 가지는 위선과 은폐와 진실도 다루면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얼마나 추락하는 결과를 가지는지도 다루는 작품이다. 문학은 틀안에 갇힌 우리의 사고를 유연하게 바라보게 하는 기회를 주는 순간이기에 만나서 반가웠다고, 고마웠다고 전하게 되는 멋진 만남의 순간이기도 하다. 바로 이 소설처럼 말이다. 마지막까지 재미있다고 외치게 되는 장편소설 <등대지기들>

사택들은 최대한 그 등대와 가까이 있었지만.. 늘 슬프고 짝사랑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무관심한 상대에게 기대를 품은 마음이었다. 127쪽

사람이 꼭 교도소에 가야만 자기 잘못을 깨닫는 건 아니잖아요. 143쪽

인생의 시작이 어려웠다고 해도, 남들이 항상 그를 안 좋게 바라본다는 이유로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죠.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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