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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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에 이어진 새로운 이야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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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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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와 비물질의 세계를 사유하게 한다. 비물질 세계가 훨씬 친숙한 이유와 물질에 대해 하나씩 들려주는 수많은 사실들과 역사적인 사건들은 꽤 흥미롭게 전해진다.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을 전혀 느끼지 않을 정도로 높은 몰입도로 책장을 넘긴 도서이다. 역사적 사건들을 물질과 긴밀하게 연관을 지으면서 사유하는 시간이 된다. 역사적 사건을 이제는 더욱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내용이다.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6가지 물질에 대해서 하나씩 들려주는 내용들은 왜 6가지 물질로 손꼽았는지도 설명된다. 환경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인 6가지 물질의 대체물질은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부터 이해하게 된다. 어떤 문명의 붕괴 혹은 승리는 6가지 물질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장 가치가 아닌 6가지 물질에 의존하는 정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살펴보도록 이끄는 내용이다.

금반지를 만들기 위해 인간과 토지가 어떤 희생을 하였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다이아몬드』라는 그림책을 통해서 물질을 가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간이 희생되는지 익히 알고 있었기에 책에서 다루는 6가지 물질에 대해서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읽게 된다. 산 전체를 폭파하고 분쟁 지역 다이아몬드인지를 확인한다는 저자의 깊은 의중도 책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는 저자만큼 이 책을 읽는 순간 나날이 쌓여가는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될수록 식견이 점점 넓어지는 것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앎의 경지가 확장되고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기 시작하게 된다. 광물을 채굴하는 물질세계의 일은 어렵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3D 작업이라는 것도 인지하게 된다. 필요하지 않은 물질을 얻기 위해 산을 폭파하는 인류의 현상에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전하는 모습에도 공감하게 된다.

읽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내용들이며, 알지 못해서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선택하는 것들이 많았을 것들이 떠오른다. 다행히 다양한 책들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들은 차곡히 앎의 세계에 정체되지 않고 소비생활과 선택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책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시대적 흐름에 유행이라는 이유, 관습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택들을 하도록 영향력을 주고 있다. 이 책의 내용도 다르지가 않다.

GDP가 보여주지 않는 진실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지하에서 캐낸 자원의 양은 아주 초보적인 지식수준이라는 사실과 데이터는 오로지 캐낸 '물질'만 추적하는 상태라고 한다. 인간의 욕구와 욕망은 멈추지를 않는다. 광물업 전 분야는 단 하나도 감소하지 않고 계속 상승하였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엄청난 양의 석탄과 석유를 캐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6가지 물질에 대해 수많은 사실과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들도 물질과 연관성을 지으면서 설명된다. 물질을 통제하기 위해 여러 정권이 노력한 흔적들도 언급된다. 영국의 창문세와 영국이 17 ~18세기에 상업용 유리 생산과 고급 광학 분야에서 선두 주자였지만 19세기에 뒤처진 이유도 전해진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먼저 취한 조치 중 하나가 '미국의 공급망'이라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사실도 설명된다. 그 이유와 물질들을 조밀하게 관리하는 이유들이 전해진다. 무절제한 추구가 환경에 어떤 불편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설명된다.

인간 관점에서 기록된 진보 역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질문이 쏟아진다. 왜 산업혁명은 에티오피아가 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났을까? 왜 어떤 나라는 성공하고 어떤 나라는 실패했을까? 현대는 철기 시대이고 구리 시대, 소금 시대, 석유시대, 리튬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들을 책을 통해서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유익한 내용들이며 흥미로워서 챕터 하나씩 읽을수록 다른 책을 읽은 시간을 내어주기가 힘들었던 책이다.

영국과 독일 전쟁 중에 독일은 왜 자국 병사들을 죽이는데 사용될 기술을 영국에 제공하려 했는지도 설명된다. 물질이 역사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고 지금도 미래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6가지 물질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기술 전쟁이라고 말하는 반도체 산업과 전기 자동차 기술이 있듯이 역사 중에는 영국이 유리 제조업자들에게 가한 것들이 무엇이었으며 그 이유도 충분히 설명되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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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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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불행이라는 감정과 경험의 순간들부터 떠올리게 된다.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과 일본의 행복도는 현저하게 낮다. 많은 것을 이루었는데 왜 한국과 일본은 행복도가 낮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는 책내용도 상기하게 된다. 정형화된 구조가 제시하는 방향이 삶의 전부일 거라고 믿었던 시기가 있다. 제시된 연령대의 활동과 목표 달성이 차곡히 쌓여가고 평균과 상위 지표를 살피면서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세상을 넓게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삶과 일에 대해 새로운 가치와 기준들이 정립되기 시작하였던 순간도 추억하면서 읽은 책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다. 타인의 칭찬과 사회적 기준이 한국과 일본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였는지 생각하게 한다. 행복이 무엇인지 차곡히 이해하는 시간들로 이어지는 도서이다.

역발상에서 시작하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행복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더불어 뇌를 이해할 수 있는 연구와 논문 내용들도 전해진다. 다윈의 진화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목적론은 견해와 사실은 명백히 다르다는 사실과 함께 인간은 더 똑똑해지기 위해 살아온 것도 아니라는 것도 강조한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며,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된다. 생존과 번식에 대해서도 행복과 연관성을 지으면서 쉽게 설명된다. 원시적인 뇌를 이해할수록 행복을 이해하는 접근법이 쉬워진다. 가장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음식과 사람이라는 것으로 응축된다.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 필요 190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남의 칭송과 칭찬을 받으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에서 긍정적인 정서를 남보다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설명된다. 일상의 소중함과 긍정적인 정서에 집중하게 한다. 일상을 뒷마당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주는 긍정적인 정서들에서 행복을 보게 한다. 빈도에서도 자주 경험하는 것이 행복도를 높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남의 칭찬보다 자신이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과 경험이 행복도와 밀접해진다. 한국과 일본의 공통적 특징들이 무엇인지도 설명된다. 사회가 놓친 남의 이목과 판단에 자신의 행복을 뒷전으로 밀어 넣었던 이 사회의 모습들을 살펴보게 된다. 덕분에 사고의 범주는 더욱 넓어진다. 특별한 경험을 향하는 희생보다는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수많은 좋은 감정들을 무심하게 흘려보내지 않게 된다.



페스트』 소설을 읽으면서 의사의 어머니가 일상을 보내는 모습과 침묵하며 바라보는 것들과 가치들을 짐작해 보게 된다. 두려움 없이 일상을 살아간 그녀의 담대함과 배려, 사랑의 온기까지도 신부를 간호한 의사와 의사 어머니를 통해서도 보게 된다. 살리려는 의지, 간호하는 희생에서 그들은 죽음과 악과 싸워가는 투쟁을 하였음을 보게 된다. 행복은 특별한 무엇이 아님을 이 책을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은 유익한 내용들로 덧칠되는 행복의 빛이 된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76

인간은 100% 동물이다. 42

원시적인 뇌를 이해하고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적을 알게 되면서 도시 남성들이 카드빚과 연체율이 높은 이유도 설명된다. 소유하고 승진하고 합격하는 것이 행복을 지속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설명된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지속력이 없으며 순간적인 감정이라는 것도 설명된다.



'심리적 풍요'라는 행복과 다른 심리학 개념에 대해서도 전해지는데 적당한 드라마와 반전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한국인의 35%가 풍성한 인생 경험을 놓친 것을 후회한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다행히 모두가 가는 길로만 걸어가지 않았고 도전하고 새로운 길로도 개척하면서 살았는데 그 기회들은 만족스러운 지금으로 이어진 경험이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봉쇄된 수용소 안에서 감옥에 갇힌 삶을 살지만 자신들은 일의 노예, 돈의 노예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수용소 소설들과 봉쇄를 암시하는 전염병을 다루는 소설들은 사실만을 언급하는 작품이 아니며 상징적인 우리들을 향하는 우리의 모습임을 보여주는 작품임을 알게 된다. 살고 있는 도시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불행하지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노동하는 노예인지, 행복을 자주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현명한 현인인지는 개인에게 주어진 선택임을 알게 된다. 행복 압정을 무수히 주변에 뿌려놓으면서 살아가라는 조언도 주워 담는 문장이 된다.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핵심 204

일상, 인생 여정에 많이 (행복 압정을) 던져 놓는 것이 중요

행복은... 여러 모양의 신체적, 정신적 즐거움의 합이다. 205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지, 행복한 삶을 살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서로 같지 않으며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삶의 선택과 관심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타인의 잣대를 선택하는 순간 행복은 밀려나기 시작한다. 행복은 주관적인 즐거움이며 기쁨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인정받는 것보다 개인이 먼저 즐거운 것들, 기쁜 것들을 자주 경험하여야 한다. 행복은 구체적인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행복을 기원을 이해하여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행복 압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즐거움에 다른 사람이 박수를 치든 안 치든 중요하지 않다. - P205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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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페스트 (초호화 스키버 금장 에디션) - 1947년 오리지널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변광배 옮김 / 더스토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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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해양도시의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들이 설명된다. 모든 일이 한꺼번에, 열광적이면서도 건성으로 이루어지며 비둘기, 나무, 정원이 없어서 계절의 변화를 하늘에서만 읽을 수 있는 삭막하고 다채롭지도 않으며 삶이 흥미진진하지도 않는 평온한 도시이다. 이 도시 사람들이 사랑하는 법도 기억해야 한다. 빠르게 소모하거나 결혼으로 정착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시간이 부족하고 성찰할 여유가 없는 이 도시 사람들의 사랑하는 방식에 질문을 한다. 도시가 살아가는 방식이 도시의 얼굴이 된다. 『행복의 기원』책을 읽으면서 이 소설 속의 도시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생략되고 시간들이 도시에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에게는 공허함이 뒤따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모습도 보게 된다. 사랑을 빠르게 소모하는 것, 사랑을 생략하고 결혼으로 정착하는 방식이 어떤 후폭풍을 일으키는지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생략되는 사랑, 쾌속선을 타는 결혼 방식을 통해서 사랑하는 법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진다.

밤낮으로 일에 몰입...

신문도 읽지 않고 라디오도 듣지 않았다.

건성으로 대응.

무관심 238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사를 위협하는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건성으로 대응하며 신문도 읽지 않고 라디오도 듣지 않는다. 무관심으로 일에만 몰입하는 그들의 모습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카뮈의 시선에 그들은 지금도 낯설지가 않은 군중의 모습이다. 보지 않는 사람들, 듣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고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다시 페스트와 같은 엄청난 사건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위협을 감지하게 된다. 찬양하는 집단이 있고 폭력적인 방식을 선호하며 언제든지 위협적으로 그들의 폭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행위가 지금도 뜨겁게 언론을 달구고 있다.



페스트는 균이라는 질병으로 함축되지 않는다. 카뮈는 철학자이며 소설가이다.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깃발을 올린 것들을 고찰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연대기라고 서술자가 언급한 이 소설이 기록된 이유와 그 도시에서 살아간 사람들, 희생된 사람들, 죽음이 어떻게 처리되고 사라졌는지도 이야기된다. 총성과 함성이 끝나는 소리의 의미는 끝이 아님을 일깨운다. 언제든지 그 총성과 함성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 도시에 찾아온 변화를 감지한 행정당국의 대처 방식과 언론을 통제하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감추고 숨기는 이유와 페스트가 끝나고 그들이 훈장을 요구하며 추모비와 연설을 하는 모습까지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노인이 하는 말들이 옮았다고 동의하는 모습들이 설명된다. 소설을 집필하고자 준비한 기나긴 시간만큼이나 소설에 밀집된 밀도는 놀라울 정도로 감탄하게 된다.


봉쇄된 도시, 매일 치솟는 사망자수, 치료가 아닌 환자를 강제로 격리시키는 시스템, 수용소에 격리되는 가족들, 이론적으로 정통한 종교인이 설교한 모습과 소년이 페스트로 죽어간 모습을 직접 목격한 후 변화된 신부의 모습과 그가 페스트로 죽어가면서 보여준 모습, 페스트가 종식되었다고 축제 분위기에서도 타루가 페스트로 죽은 이야기까지도 신부의 설교 내용과 함께 상징성을 보여준다.

종교가 휘두르는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모순에 신부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판사였던 아버지가 어린 아들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변화되는 모습도 이야기된다. 자신들의 안온한 삶이 어떤 타격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함에서 자신들에게도 휘갈기는 페스트의 죽음의 광폭에 그들은 변화되기 시작한다. 신을 믿느냐, 신을 믿지 않는 냐 보다도 인간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들이 있었음을 페스트 소설은 이야기된다. 피로함에 압도되어도 그들은 자신이 봉사하는 곳에서 다수를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전해진다. 죽음의 공포조차도 이들의 봉사를 짓누르지 못한다.

내가 미워하는 게 죽음과 악...

우리는 동맹입니다.

함께 그것들을 겪고 함께 싸우고 있죠.

이제 하느님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파늘루의 시선은 피했다. 276

의심스러운 공기, 밤에만 이동되는 구급차, 구덩이의 용도까지도 설명된다. 발포되는 총성 소리, 봉쇄된 도시민들과 자유를 찾고자 떠나려는 사람들의 함성도 함축적이다.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 그들을 잊은 사람들도 이야기된다.

타루가 18살부터 부모에게서 떠나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고생하면서 살아온 신념도 들려준다. 검사였던 아버지가 사형선고를 원하는 모습과 총살된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사형이 지닌 참혹함까지도 전달한다. 성자가 되고 싶었던 그가 타인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평화라는 희망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는 것도 언급된다. 전염병에 쓰러진 많은 사망자들은 죄로 쓰러진 것이 아님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우리 모두를 휩쓸 질병이며 종교는 그들을 진심으로 애도하며 기억해야 하는 것임을 일깨운다.

사랑이 사라진 도시에 사랑을 보여준 많은 이들을 기억하게 하는 소설이다.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언론, 사랑이 명시되지 않는 행정당국의 대응 방식, 사랑이 사라진 도시에서 사망자가 처리된 방식, 무감각으로 일에만 몰두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 법의 모순과 종교의 모순, 자유와 감금을 동일시하면서 비꼬는 소설의 예리함까지도 기억하게 된다.

의연한 모습으로 당황하지도 않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 리외의 어머니와 타루의 우정도 기억난다. 카뮈의 『이방인』의 소설만큼 이 소설도 작가의 의중을 짚어낼 수 있었던 작품이다. 법과 사형제도, 모순과 부조리, 훈장과 추모비와 연설을 하는 그들이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것들도 보여준다. 전쟁과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페스트 소설을 다시 음미하게 한다. 페스트 진균은 언제든지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 『반민특위전』 친일인명사전과 친일파에 대해서도 생각나게 하는 내용이 된다.

금장 스페셜 양장본 소설로 읽었다. 띠지도 있어서 불편함이 없었다. 마지막 설명 코너도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장황하게 펼쳐졌던 소설을 집약해 주는 설명이며 무거웠던 내용들을 여러 날 끌어안으면서 카뮈의 소설에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가볍지 않은 문장들, 철학자가 소설로 대중들과 함께 고찰하게 하는 내용들이 많았던 소설이다. 카뮈의 시선의 끝은 날카로웠다. 고심하고 노력한 긴 시간만큼이나 페스트 소설은 이 시대의 모두에게도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남기는 문장들이 무수히 많았던 작품이다.



한 종류의 감옥살이를

다른 종류의 감옥살이로 재현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으로 재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저자. 대니얼 디포




저들은 정말 항상 똑같아요.
죽은 자를 위한 추모비... 연설...
노인은 킥킥 웃어 댔다...
‘고인들은......‘
그러고는 허겁지겁 먹어 치우겠죠.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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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인 사고와 분리를 사유한 작가의 시선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전해진다. 한계점을 느끼는 순간 작품으로 전달하는 사건들과 감정들이 치열하게 전달된다. 자조하고 자괴하고 고뇌하는 인물의 격동하는 인생을 조우하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다정한 서술자』에세이 내용이 떠오른다.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범주를 조우하게 된다. 마크 비트먼의 "데카르트 이후로 서양의 논리는 사람과 땅, 남자와 여자, 머리와 마음 같은 식으로 사물을 나누어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114쪽) 『동물, 채소, 정크푸드』 책내용도 함께 접목하게 된다.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세계의 둔탁한 사고의 범주를 조밀하게 살펴보게 한다. 소설은 법률이 여성과 아이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이혼증명서 내용은 여성과 아이를 보호하지 않는다. 소설은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는 고독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엄마는 치열하게 아이를 위해 살지만 아이는 엄마의 사랑이 변했다고 느끼며 고독으로 침체된다. 엄마는 치열한 현실을 살다보니 아이의 고독을 읽지 못한다. 한 남자의 외도로 두 여자는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다. 이분법적 사고와 분리가 얼마나 으그짓을 부리는지 소설은 굵직한 목소리로 짚어낸다.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지만 행정적 모순을 놓치지 않는다.이혼증명서 내용은 여성과 아이를 보호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일생에 한 번 청춘을 맞고 그리고 늙어간다고 말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소설에서도 "나는 늙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도 그것을 알았다. 당신은 지쳐 있어." (59쪽. 연인) 어느 순간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상대적인 전환점이 되는 늙어가는 순간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짚어보게 된다. 늙어간다고 자각하는 시점을 이 소설에서도 발견한다. "사람은 청춘을 맞고 그러고는 늙어 간다. 일생에 한 번." (160쪽. 사람아 아, 사람아) 우리의 청춘은 어디였으며 늙기 시작한 반환점은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었는지도 살펴보게 된다.

좌절의 밑바닥에서 사색 383쪽

때로는 잃지 않으면 얻을 수도 없는 법이다. 489쪽



살다보면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밑바닥에서 사색하는 시간은 의미가 특별해지면서 잃어야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인생에 실패란 없다'라고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문장이 떠오른다. 그것에서 배우기만 한다면 성공의 관점에서 보면 실패이지만,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인 실패도 있다고 언급한다. 좌절 속에서도 성장하면서 성공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주저앉지 않는 의지, 잃었기에 새로운 것을 얻었던 경험들이 떠오른다.

닫힌 영혼은 죽은 영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언급된다. 영혼을 살피라고 수많은 책들이 강조한다. 어제의 영혼과 오늘의 영혼은 안녕한지는 나 자신만이 아는 것이다. 정서적 안정. 맹목적 낙관, 무지몽매, 우둔, 무감각에 대해서도 작품은 지목한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소설에서도 무감각이 여러 번 언급된다. 닫힌 영혼, 죽은 영혼으로 살아서 움직이는 역동성을 페스트 소설에서도 목격하게 된다. 자세히 보고 꾸준히 들어야 하는 것들의 감각이 영혼을 살린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탈속한 범속, 민감한 마비, 모든 것을 통찰하는 우매함, 전진하는 후퇴, 추구하지 않는 애정, 애정없는 행복... 실리" (477쪽) 열거되는 이 문장들에도 매료된다. 페스트 소설 속의 군중들의 흐름과 양상들이 대비된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거듭 질문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느냐는 중대성에 봉착하게 한다.

인생이 알려준 잊을 수 없는 교훈도 떠올려보게 하는 소설이다. 화자에게도 두 번의 교훈이 있었다고 한다. 커다란 타격을 일으킨 두 번의 교훈은 실패가 아닌 성장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소설을 기억하게 된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멍을 남겼지만 그곳에 서 있는 지금보다는 어렸던 자신을 무한히 위로하게 된다. 순탄하였다면 좋았겠지만 인생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한다. 그 상황에서 다음을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현실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고양시키는 것이 이상이라고 소설은 설명한다. 긍지와 체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체면은 허영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버려야 할 것들과 지켜야 할 것들이 정리된다. 지속력으로 영혼을 살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닫힌 영혼은 죽은 영혼과 크게 다르지 않아. - P433

사람은 청춘을 맞고 그러고는 늙어 간다. 일생에 한 번.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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