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인 사고와 분리를 사유한 작가의 시선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전해진다. 한계점을 느끼는 순간 작품으로 전달하는 사건들과 감정들이 치열하게 전달된다. 자조하고 자괴하고 고뇌하는 인물의 격동하는 인생을 조우하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다정한 서술자』에세이 내용이 떠오른다.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범주를 조우하게 된다. 마크 비트먼의 "데카르트 이후로 서양의 논리는 사람과 땅, 남자와 여자, 머리와 마음 같은 식으로 사물을 나누어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114쪽) 『동물, 채소, 정크푸드』 책내용도 함께 접목하게 된다.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세계의 둔탁한 사고의 범주를 조밀하게 살펴보게 한다. 소설은 법률이 여성과 아이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이혼증명서 내용은 여성과 아이를 보호하지 않는다. 소설은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는 고독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엄마는 치열하게 아이를 위해 살지만 아이는 엄마의 사랑이 변했다고 느끼며 고독으로 침체된다. 엄마는 치열한 현실을 살다보니 아이의 고독을 읽지 못한다. 한 남자의 외도로 두 여자는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다. 이분법적 사고와 분리가 얼마나 으그짓을 부리는지 소설은 굵직한 목소리로 짚어낸다.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지만 행정적 모순을 놓치지 않는다.이혼증명서 내용은 여성과 아이를 보호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일생에 한 번 청춘을 맞고 그리고 늙어간다고 말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소설에서도 "나는 늙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도 그것을 알았다. 당신은 지쳐 있어." (59쪽. 연인) 어느 순간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상대적인 전환점이 되는 늙어가는 순간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짚어보게 된다. 늙어간다고 자각하는 시점을 이 소설에서도 발견한다. "사람은 청춘을 맞고 그러고는 늙어 간다. 일생에 한 번." (160쪽. 사람아 아, 사람아) 우리의 청춘은 어디였으며 늙기 시작한 반환점은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었는지도 살펴보게 된다.
좌절의 밑바닥에서 사색 383쪽
때로는 잃지 않으면 얻을 수도 없는 법이다. 489쪽
살다보면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밑바닥에서 사색하는 시간은 의미가 특별해지면서 잃어야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인생에 실패란 없다'라고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문장이 떠오른다. 그것에서 배우기만 한다면 성공의 관점에서 보면 실패이지만,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인 실패도 있다고 언급한다. 좌절 속에서도 성장하면서 성공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주저앉지 않는 의지, 잃었기에 새로운 것을 얻었던 경험들이 떠오른다.
닫힌 영혼은 죽은 영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언급된다. 영혼을 살피라고 수많은 책들이 강조한다. 어제의 영혼과 오늘의 영혼은 안녕한지는 나 자신만이 아는 것이다. 정서적 안정. 맹목적 낙관, 무지몽매, 우둔, 무감각에 대해서도 작품은 지목한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소설에서도 무감각이 여러 번 언급된다. 닫힌 영혼, 죽은 영혼으로 살아서 움직이는 역동성을 페스트 소설에서도 목격하게 된다. 자세히 보고 꾸준히 들어야 하는 것들의 감각이 영혼을 살린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탈속한 범속, 민감한 마비, 모든 것을 통찰하는 우매함, 전진하는 후퇴, 추구하지 않는 애정, 애정없는 행복... 실리" (477쪽) 열거되는 이 문장들에도 매료된다. 페스트 소설 속의 군중들의 흐름과 양상들이 대비된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거듭 질문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느냐는 중대성에 봉착하게 한다.
인생이 알려준 잊을 수 없는 교훈도 떠올려보게 하는 소설이다. 화자에게도 두 번의 교훈이 있었다고 한다. 커다란 타격을 일으킨 두 번의 교훈은 실패가 아닌 성장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소설을 기억하게 된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멍을 남겼지만 그곳에 서 있는 지금보다는 어렸던 자신을 무한히 위로하게 된다. 순탄하였다면 좋았겠지만 인생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한다. 그 상황에서 다음을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현실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고양시키는 것이 이상이라고 소설은 설명한다. 긍지와 체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체면은 허영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버려야 할 것들과 지켜야 할 것들이 정리된다. 지속력으로 영혼을 살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닫힌 영혼은 죽은 영혼과 크게 다르지 않아. - P433
사람은 청춘을 맞고 그러고는 늙어 간다. 일생에 한 번.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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