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밀란 쿤데라의 마지막 소설이다. 한국어판 출간 1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으로 만나본 소설은 두껍지 않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이어서 읽는 작가의 소설이다. 표지 디자인부터가 눈길을 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리커버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한 권씩 읽는 작가의 소설들은 단단한 마음부터 준비시킨다. 이 소설은 어떤 이야기일지 설레임으로 펼치게 된다.

소설을 두 번 연이어 읽게 만든다. 재독하는 시간은 꼭꼭 씹어먹는 작품으로 이어지게 한다. 밑줄 친 문장들을 다시 필사할수록 멋진 소설이라는 감동으로 이어진다. 상징적인 인물과 대화들이 주목받는데 작가의 삶을 알고 있기에 먹먹해지는 마음으로 작품을 음미하게 된다. 밀란 쿤데라를 찾아서』 책 덕분에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들과 인물들의 농담의 가치는 가중된다. 농담으로 언급되는 상황들과 인형극의 의미에 집중하게 만든다. 배꼽에 집중한 인물의 출생에 대한 이야기와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날들과 짧은 시간 만남을 가졌던 어머니와의 기억속에 자리잡은 배꼽을 바라본 시선의 의미들은 천사, 배꼽이 없는 최초의 여자 하와에 대한 사유까지도 이어진다. 원하지 않았던 아이를 출산하기까지 어머니가 경험하였을 것들을 상상하는 아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어머니의 고통과 아버지와 자신이라는 두 사람의 고통의 근원까지 짚어낸다. 사과쟁이라는 사과의 의미, 서로가 사과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화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이 왜 중요한지 강조하게 된다. 빠짐없이, 쓸데없이, 지나치게 사과하는 것에 대해서 숙고하게 한다. 어머니와 같았던 존재는 작가에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빠짐없이, 쓸데없이, 지나치게 사과받고 싶은 것이 지닌 의미까지도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감시와 감청을 당하면서 살았던 그의 인생의 조각들과도 연결시키면서 읽게 하는 소설이다.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서로를 뒤덮어 버리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아.

어머니 생각만 하고 있어. 61

마지막 소설이라 더욱 밀착해서 읽게 된다. 응축된 의미들로 인물들이 지닌 상징성을 다양하게 떠올려볼 수 있었던 멋진 작품이다. 스탈린이 던진 농담이라는 이야기는 주변인에게는 결코 농담이 되지 못하였다. 농담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이 지닌 경직된 사회적 인물이다. 고단한 긴 하루를 보낸 스탈린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불안한 심리에는 적과 비밀경찰이라는 보이지 않는, 형체가 없는, 설명할 길이 없는, 잡을 수 없는, 처벌할 수 없는, 심술궂게 불가사의한 어떤 위협으로 암시한다. 더더욱 혼란스럽고 신경이 곤두서 있으면서 "뭐가 두려운 거야?"라면서 질문을 던진다. 작가의 삶도 다르지가 않았음을 떠올리게 한다. 어머니 사진만이 남은 아들의 모순적 상황은 작가의 삶과도 다르지가 않다. 그립지만 만날 수 없고 존재를 거부당한 아들이 되어 살아간 작가의 인생까지 짐작하면서 읽게 된다. 작가가 그리워한 나라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지는 못했다. 서로 사과하는 세상의 상징성은 그렇게 작가의 삶과도 연결된다. 어머니는 아들을 연민과 경멸의 시선으로 배꼽을 바라본다. 그는 어머니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고 이야기된다.

아들의 배꼽을 뚫어지게 바라본 ... 연민과 경멸

그는 그녀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 51

도둑들의 시대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조심하라고, 멍청아!" (58쪽) 누구를 향해 외치는 외침인지 일꺠워준다. 농담처럼 주고받는 대화와 웃음, 말이 아닌 말을 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대화중에 프랑스어를 하지 말라는 이유와 한 사람만이 깃털을 바라보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며 두려워하는 이유까지도 작가의 삶에서 유추하게 된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생

1975년 프랑스 정착

2023년 프랑스 파리 세상을 떠났다.



보잘것없는 것의 가치와 어리석음이 강조된다. 뛰어나 봐야 아무 쓸데없다는 사실과 함께 해롭기까지 하나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보게 된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도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눈 색깔도, 태어난 시대도, 나라도, 어머니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언급된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이란 아무 쓸데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것을 얻고자 발버둥칠 이유가 없다는 사실과 함께 무의미한 축제가 절정을 이룬다. 속물이며 거만한 사람, 나르키소스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강력한 권력에 대담하게 자기 생각을 말한 인물 흐루쇼프도 등장한다.

독창성이나 생각, 재능이 아니라 다만 지능으로 월급을 많이 받아서 수납장에 장식된 술병이 서서히 여왕으로 변하고 꺼내서 마시고자 하지만 다쳐서 다리가 불편해진 인물까지도 상징적이다. 겸허한 숭배로 이야기되는 것들도 떠올려보게 한다. 짧은 소설이지만 무엇도 가볍지가 않았다. 고찰하게 하는 힘이 강한 작품이다. 설명할 수 없는 거짓말과 설명할 수 없는 웃음은 인간과 인간의 삶을 조명한다.

거리들 이름과 야망, 허영, 거짓말, 잔혹성까지도 언급된다. 모든 인간이 경험한 고통을 기념하는 것들과 공원의 동상들의 의미까지도 함께 고찰하게 한다. 악마, 음모, 배신, 전쟁, 투옥, 암살, 학살로 가득하였던 스탈린을 등장시킨만큼 그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사람들의 영원한 어리석음을 내려다보고 웃을 수 있는 무한히 좋은 기분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이것은 조롱, 풍자, 빈정거림이 아니라고 말한다.

농담이 부풀어서 농담이 위험해진 세상은 의심과 신고, 신문을 받고 수갑과 불안이 침식하는 사회는 농담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로 이어진다는 것도 언급된다. 이 소설에서 인물들이 주고받는 농담들과 인형극도 의미심장한 짙은 색채를 띠게 된다.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서로를 뒤덮어 버리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아.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익숙함에 길들여진 삶의 여정과 갑자기 찾아온 알 수 없는 열정을 멀리 보내지 않은 용기를 선택한다는 것을 곰곰이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자신이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익숙한 직업, 삶을 갑자기 뒤편으로 넘겨버리는 단호함과 용기를 보여주는 인물이 있다. 우연히 다리 위에서 마주친 여자가 남긴 이마 위의 전화번호 숫자를 지우지 않고 자신의 수업시간에 들어간 선생님에게 찾아온 사건들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서점에서 구입한 책의 저자의 글을 번역하면서 읽고 리스본행을 과감하게 감행하는 그의 선택에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는 자력을 느끼게 되면서 그동안 그가 꾸준히 구축했던 라이프 스타일에서 예측할 수 없는 리스본행 여행임을 알게 된다. 주인공인 선생님이 의심조차 하지도 않았던 그만의 삶의 구축을 흔들어 놓은 것과 발길이 향하는 리스본에서 그가 찾아간 책 속의 저자의 삶은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하나씩 마주보게 되는 여정이 된다.

책을 집필한 저자는 의사이다. 출간을 한 사람은 그의 여동생인 간호사였고 파란병원이라는 건물을 찾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책의 저자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삶의 궤적을 일탈하는 용기,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려 단단한 안전한 궤도를 이탈하는 그의 여정에서 무모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리스본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이 보여준 태도와 말, 삶까지도 무의미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전혀 다른 삶, 모양새로 살아가는 그들의 인생들의 아주 작은 단편적인 흔적이지만 그들과 나누는 대화, 그들의 기나긴 삶의 흔적들에서도 허투루 버릴 흔적들은 없었던 소설이다.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기억하느냐에 따라 깨닫는 것들도 무수히 많아진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단단한 갑옷 같은 하나의 사람이 갑자기 여행을 다녀와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의사의 모습을 회상하는 여동생의 이야기부터 살펴보게 된다. 그에게 일어난 일들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판사였던 아버지가 의사가 되라고 해서 의사가 된 인물이다. 귀족이며 조상들이 물러준 부를 유유하게 즐기며 살아간 귀족의 아들이다. 영특하여 평이한 아이들과는 달랐던 아이였고 장남이라 부모의 기대감을 충족시킨 아들이기도 하다. 아들의 영특함이 보내는 신호에는 판사인 아버지를 향한 분노까지도 감지한 아버지의 예리함까지도 놓치지 않게 된다. 서로가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을 선택하면서 글로 남긴 글에서 서로가 가졌던 감정들은 소설에서 멋지게 전해진다. 단단하게 기록된 글이지만 보관되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글들이 있다. 글에는 영혼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일상에서 만났던 인물의 내면까지 제대로 이해하게 하는 힘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영혼의 내면이 얼마나 응축되고 깊었는지 이해하면서 젊은 날 잘못 이해하고 말했던 그를 회상하기도 한다. 단면을 알고 전부를 이해한 것처럼 오해하기도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귀퉁이의 조각 같은 부분을 알면서 사람의 전부를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삶이 얼마나 많은지도 소설을 통해서도 알게 된다. 한 인물을 온전히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퍼즐 조각들을 맞추어야 했는지 보여준다.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책의 저자가 궁금해서 낯선 언어를 가진 도시를 향한 중년의 선생님의 과감한 선택과 용기, 여행길은 꽤 값진 여정으로 남는다. 철학자가 집필한 소설을 좋아하게 된다. 이야기로 만나는 저자의 세계와 가치들을 주워 담으면서 또 다른 저자의 책들을 읽고 싶다는 호기심을 자극받게 된다. 무더운 장마에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 소설이 함께해 주었기 때문이다. 멋지다는 말을 무수히 떠올릴 정도로 감탄하게 한 소설이다.

의사였던 중고책의 저자가 졸업식에서 연설한 글아브라함과 욥을 통해 신을 향했던 마음의 흔적들도 기억에 남는 글이 된다. 성서와 시, 단어와 언어, 침묵과 글, 책과 인생, 구속과 자유, 귀족과 소작농, 부자와 노동자, 비밀경찰과 저항운동, 고문과 남겨진 흔적, 법과 판사, 종교와 불경한 사제, 사랑과 욕망, 죄와 고백 등 무수히 많은 것들을 매만진 소설이다. 지금도 단단하게 구축된 수많은 것들이지만 의사가 제시한 의문들과 타인들을 무수히 살폈던 움직임과 마음들을 기억하게 한다. 가난한 암환자에게 보였던 선의와 악독한 인물을 살려낸 의사에게 가해진 혹독한 판결과도 같았던 의사 얼굴의 침세례는 사형선고와 같았음을 떠올리게 된다. 여동생을 살리고자 처치한 순간적인 판단과 행동을 괴물처럼 바라본 가족들의 모습도 기억하게 된다. 군중속의 외로움이 무수히 감지되는 인물이었다. 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언어의 유희를 즐겼던 그의 시는 종교적인 부담감까지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 시의 자유, 언어의 자유가 얼마나 자유롭지 못하였는지도 보게 된다.

멈추었던 시간과 짧은 시간 속에서 긴 시간을 느끼게 한 여행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정지된 시간으로 멈추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짧은 시간 속에서 길게 만나게 상대적인 시간이 되기도 한다. 죽음은 갑자기 누구에게나 찾아오기도 한다. 아내의 죽음, 의사였던 중고책의 저자에게도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온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온전히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보게 된다. 복종하느냐, 관습을 의심하며 자유를 선택할지도 개인의 몫이 된다. 오래된 언어에 매료되어 살았던 중년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변화의 움직임을 하나씩 감지할수록 새롭게 전개되는 그의 시간들은 또 다른 가치로 남겨진다.

<요한복음>의 첫 구절에서 언어가 사람들의 빛이라는 사실을 소설 전부에서 찾게 된다. 독재적인 친근함친근함은 소리 없이 떨어지는 독이라는 글귀도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 이별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의 편에 서는 것이라는 문장도 매료된다. 어제의 이별과 오늘의 이별에서 스스로의 편에 선 이별들을 상기해 본다. 소설의 여러 인물들이 스스로 선택한 이별들도 하나씩 다시 주워 담는 시간도 가져보게 된다. 그들이 선택한 이별의 가치들은 빛나기 시작한다. 그들이 이별한 것들의 폭이 다양했음을 확인하게 되는 소설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여동생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 평화를 찾는다는 것, 자신과 화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평화로운 것인지 보여준 작품으로 남는다. 태어나면서 구속된 것들과 기대감에 억눌린 것들이 많았음을 스스로 자각하면서 해방되는 순간을 스스로 찾아간 그의 여정은 독자들에게도 큰 획을 그어준 소설로 남는다.


용암과 같은... 영혼은, 자기를 억누르는 모든 압제와 요구를 태우고 쓸어버렸다... 그는 자신을 향한 모든 기대를 실망시키고 금기를 깸으로써 구제됐고, 등이 굽은 채 판결을 내리는 아버지와 야심만만한 어머니 부드러운 독재, 평생 숨이 막히도록 고마움을 표시하는 동생으로부터 해방되어 드디어 평화를 얻었다. 스스로와도 화해했다. 향수병은 사라졌다. 이제 편안함을 주는 파란색과 리스본도 필요 없었다. - P532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트랑 2024-07-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않는 1인입니다. 제게는 어른 데미안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유는 깃털처럼 가볍고 불확실성은 납덩이처럼 무겁다‘ ㅡ아마데우 혹은 페터 비에리 또는 파스칼 메르시어
 
홀썸의 집밥 예찬 - 매일의 건강 집밥이 불러온 놀라운 일상의 기적
홀썸모먼트 지음 / 다산라이프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리책을 집필한 이유들부터 이야기된다. 장이 건강하지 않고 예민한 아이를 위해 집밥을 매일 요리하였음을 알게 된다. 매일 똑같은 요리를 준비하지 않는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정성과 마음이 담긴 집밥 요리들이다. 두꺼운 두께감만큼이나 책을 향한 정성도 깊게 전달된다. 두께만큼이나 진실성과 정성이 전해진다. 요리 하나에도 건강함을 우선시한 아내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이 전해진다. 가족을 가진다는 것은 그러하다. 하나하나 구성원을 향한 마음들이 요리라는 방식으로 사람을 살리는 손길이 된다. 집밥이 그러하다.

오늘 먹은 음식들이 곧 나의 몸이 된다.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되는 만큼 세상의 음식이 얼마나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건강한 음식 같지만 위장술로 손짓하는 식품들이 즐비한 세상이다. 100% 구성한 제품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라고 저자는 상세하게 예시로 알려준다. 식품첨가물이 지닌 위해성을 알려주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아이에게도 전화 통화로 알려주었던 날 아이는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식품첨가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구매하지 않았던 날이 있다. 모르고 먹는 것과 알고 먹는 것은 확연한 차이를 이룬다. 오늘 피부가 엉망이 되고, 가렵고 염증을 일으키면서 내장과 관절을 아프게 한다면 오늘 먹는 식품첨가물을 의심부터 하게 된다.

채소 정기 배달 서비스

채소가 주인공이 되는 요리

고기 없는 월요일

제철 채소 알람

냉동 채소

채소 베이킹

아침 채소찜 습관

내 몸에 맞는 채소 찾기

집밥은 특별해진다. 배달음식과 외식에는 유해한 식품첨가물들이 즐비하다. 복강경 수술을 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접 마실 것을 가지고 다니고 간식거리도 챙겨 다니면서 건강한 집밥 요리를 선호하게 되면서 건강한 정보를 전해주는 것들을 향하게 된다. 저자가 그리워하는 소울푸드인 경상도 음식도 소개된다. 이 음식은 지금 나에게도 소울푸드이며 자녀에게도 소울푸드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반가움에 읽은 내용 중의 하나이다.

내 식사는 유난합니다 284

매일 집밥 요리를 하고 있다. 중복되지 않는 건강한 요리들을 준비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요리들이 식단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저자의 의지와 확고함, 건강함과 성실함이 집밥 요리를 통해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집밥 요리는 단단한 마음이 준비되어야 하며, 꾸준히 밀고 나가는 의지력과 성실함도 겸비해야 하는 긴 터널과 같은 멋진 여정이다. 신선한 재료들을 준비하고 손질하며,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족의 건강함이라는 초석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요리책에서도 그러한 단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집밥을 예찬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요리책이며 레시피들이다. 알차게 전해진 내용들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을 전하고 있다. 공들여진 사진과 편집, 레시피들과 수많은 건강한 요리들 만나볼 수 있는 요리책이다.

단짠 없는 우엉당근볶음 133

우엉당근 주먹밥 / 우엉당근달걀 김밥 135

반숙란 퀴노아 범벅 153

아보카도 콜리플라워 레몬스무디 177

채소찜을 위한 네 가지 디핑소스 181

아보카도허브 딥 / 피넛버터 딥 / 피넛후무스 딥 / 두부참깨 딥 181

구운 토마토 채소 수프 183

레몬애호박관자 웜 샐러드 189

봉골레 냉이옹심이 193

매일매일 채소찜 239

오메가3 생들기름 김밥 241

생들기름 양배추샐러드 245

튀기지 않은 깔라마리 251

장수 수프 미네스트로네 255





100년 전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초가공식품 배제하기
- P215

요리 그냥 즐기세요
집밥, 그 무한한 매력 - P2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당히 잊어버려도 좋은 나이입니다 - 도쿄의대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인생 후반을 위한 현실 조언
가마타 미노루 지음, 지소연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나긴 인생의 후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떤 마음과 준비가 필요한지 도쿄의대 노년내과 의사가 전하는 내용이다. 중년의 시간을 지내는 독자들과 노년의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현실적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정희원, 김소형 추천도서이기도 하여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다.



인생 후반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저자의 현실 조언들을 차곡히 살펴보게 된다. 관섭과 허례허식, 의무를 잊어버리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라는 정희원의 추천글에게도 눈길이 머문다. 힘을 좀 빼도 괜찮다는 따뜻한 조언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노년의 시간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다보니 영화나 드라마, 책을 통해서 교감하게 된다. 이제는 노년의 인생 후반을 보내는 부모의 모습과 중년의 시간을 처음으로 보내는 우리 부부의 모습과 지인들의 모습에서 매번 힘 빼는 기술을 배우게 된다. 이 책에서도 다르지가 않다. 조목조목 목록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눌러가면서 뇌리에 담았던 도서이다.



명의보다 좋은 의사를 찾아가는 이유, 불필요한 검사 치료를 과감하게 포기하라는 조언도 노년에는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연명치료에 대한 이해와 관 삽입,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 자신의 몫이라는 사실도 명시한다. 연명치료 여부도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만 건강할 때 가족과 주치의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건강할 때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 가족에게 분명하게 언급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없어서 기나긴 시간을 연명치료하면서 떠난 지인의 가족의 모습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죽음은 매우 가까이에 존재하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는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힘겨운 싸움으로 기억된다. 보내기 싫어서 아내를 연명치료하였던 분이 있다. 그 과정의 이야기를 듣고 남겨진 남편도 가족들도 당사자인 아내도 모두가 힘들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도 중년의 시간과 노년의 시간에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님을 인지하도록 이끌어주는 내용이다.


감정 정리법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부정적인 감정 따위는 잊어라고 말한다. 매일 아침 햇살 쬐는 것이 좋은 이유, 아침에 스트레칭하는 것, 불쾌한 기분 그대로 방치하지 않기, 화가 날 때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분노와 화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서도 강조된다. 부정적인 감정이 얼마나 노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확인하게 된다.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 인생을 어떠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은지도 알려준다. 타인과 자신을 용서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찰스 디킨스의 글도 인용되면서 세월과 성숙, 지혜에 대해서도 고찰하게 한다.

자기희생은 그만두라고 강조한다. 착한 딸, 착한 아들, 착한 며느리, 착한 콤플렉스에 사로잡혔던 수많은 관습과도 그만 헤어져도 좋은 나이이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수많은 것들이 얼마나 힘들고 아프게 하였는지 우리들은 알기 때문에 자기희생을 그만두라는 말에도 미소를 머금게 된다. 친절을 무겁지 않게 베풀어라고 한다. 노후 걱정도 노년에는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 순간 온전히 만끽하라고 조언한다. 부조리로 가득한 인생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들도 설명된다. <시지프 신화>의 내용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나이가 들면 자유라는 특권이 생긴다.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홀가분하게 살자 26


중년과 노년의 시간일수록 관점을 다각화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정답이 아닌 나만의 해답을 찾는 기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고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해진다. 대부분의 망각은 건강하다는 사실도 설명된다.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가 관건이 된다. 오늘 하루의 활동량이 질 좋은 수면으로 이어진다. 많이 움직이고, 걷고 근력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살 빼기보다 근육을 늘려야 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70세 넘어가면 콜레스테롤 수치에 조금 높아도 상관없는 이유와 식이섬유를 듬뿍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바른 자세 유지가 왜 중요한지도 설명된다. 유익한 정보가 다양하게 제공되면서 읽기 쉬운 글이라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는 도서이다. 가독성이 좋은 건강도서이다.




다양한 사람과 작은 협력 관계를 쌓아 보자
- P234

친절은 나의 마음과 건강을 지키는 무기다
- P237

슬픔도, 분노도, 무엇이든 잊을 수 있게 되었지요.
잊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의 소설들을 릴레이 독서중이다.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단 한 사람』 작품에 이어서 읽은 최진영 소설이다. 무관심하고 외면하면서 질문조차도 하지 않는 인생부터 살펴보게 한다. 페스트 소설에서도 무관심한 군중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 소설의 원도라는 남자도 자신의 인생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목도하게 된다. 자신의 삶이지만 한 번도 자신의 인생에 진지하게 관찰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자신의 인생을 외면하고 질문하지도 않았던 날들은 지금 원도가 있는 여관방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한다. 그는 왜 여관방에 있는 것일까? 철저하게 혼자라는 사실을 인지한 원도라는 남자가 궁금해진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았으며 지금 왜 죽음을 앞에 두고 죽지 않고자 처절하게 자신의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리고 있는지 만나게 된다.

원도에게는 죽은 아버지가 있다. 그가 자살하기 직전에 원도의 스케치북에 메모한 글은 휘갈겨 쓴 글씨가 아니다. 그 글씨를 원도는 무한히 기억하며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왜 그러한 문장을 남겼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을 주면서 마시라고 한 죽은 아버지를 떠올린다. 원도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완벽하지는 않다. 누구도 죽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죽은 아버지가 누구이며, 왜 죽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어머니와 산 아버지라는 경찰이 직업이었던 아버지가 있다. 원도는 왜 자살을 생각하는 현재 죽은 아버지를 무수히 떠올리며 자신의 지난 인생들을 기억하려고 하는 것일까?

모든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데 익숙해진 원도 237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타인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온전히 타인의 탓으로 돌리기 위한 기억하는 시간을 여관방에서 보낸다. 그 사람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되었다고 무한히 기억하게 된다. 그들은 원도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원도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던 것인지 솔직한 원도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왜 도망자가 되었고, 파산하였고, 이혼한 사람이 되었는지 원도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인정받기만을 추구하는 것이 잘 사는 기준이었던 원도가 있다. 잘 사는 기준이 정답이었을까? 원도의 아내가 원했던 것들과 원도가 범죄를 저지르지만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와 파산이 되었던 이유들도 전해진다. 알맹이만 챙겨서 재빠르게 원도의 곁을 떠나버린 아내와 딸을 원도는 자살 직전에 생각하게 된다.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인생이 되었던 이유들이 그의 기억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 연애 시절, 결혼, 직장 생활을 통해서 그의 가치관과 성격들은 현재의 자신으로 이어지게 된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 문장을 읊조릴수록 원도의 인생과 사랑의 무게감을 가름하게 된다. 그에게는 진중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허수아비처럼 텅 빈 가슴과 텅 빈 눈으로 살았던 지난날들을 보여준다. 만났던 연인들이 그에게서 원했던 것들을 그는 허투루 귀담아듣지도 않는다. 아내가 그렇게 자신을 떠난 이유도 다르지가 않다. 삶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연인, 직업까지도 제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원도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살펴보지도 않았던 날들이 무수히 많아진다. 타인의 시선과 인정이 결코 잘 사는 기준이 아님을 원도를 통해서 작가는 보여준다. 개정판으로 읽었던 소설이다. 초판의 작가의 말과 개정판의 글, 그동안 읽었던 작가의 여러 작품들까지도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죽고 싶지만 죽지 않는 이유들을 계속 찾고 있는 원도를 만난다. 죽지 않는 이유들을 원도는 제대로 찾아냈을까? 타인의 모습들에서도 죽음을 앞둔 사람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작가는 날카롭게 전하기 시작한다. 여관 주인과 원도의 돈을 몰래 가져갈려는 사람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더불어 원도가 은행에서 타인의 돈을 자신의 돈처럼 가져가서 사용한 사건도 함께 생각해 보게 하는 사건이 된다. 그의 모습에서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모두가 타인보다는 자신이 중심에 서있을 뿐이다. 타인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이 사라진 세상, 타인의 인정과 시선은 중요하지만 타인은 배제되는 이기심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원도의 남은 삶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해진다. 그것은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 된다.

​게으르고 고집이 세고 편식하는 아이였던 원도이다. 깔끔하지 못하고 버릇없고 미숙하며 불성실한 아이였으며 거친 입을 가지며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은 원도이다. 원도가 던지는 질문들은 뒤죽박죽의 형태로 이어진다. 그가 살아온 삶을 보여주는 분위기이다. 그가 죽지 않기 위해 기억하는 사람들과 사건들에서 그가 발견하는 것은 무엇일까? 타인들의 욕망과 강탈, 모락의 의지들이 기억속에서 살아나기 시작한다. 장만석과의 경쟁 구도, 불행과 지옥을 맛보는 원도의 인생이 기억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마음과 영혼이 왜 중요한지, 단 한 방울의 독으로 지옥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

무관심하면, 외면하면, 질문하지 않으면

애써 도망칠 필요도 없었다.

잘 사는 기준은 타인의 시선과 인정으로 만들어졌다. 233

결국 혼자 남았다. 94

"나보다 가진 게 많아서? 그래서 장민석이었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다 알지는 못했다.

그녀가 그의 말을 나름대로 이해한 후 내뱉은 말.

"그렇게 살아. 그렇게만 살아.

그래야 당신답지. 그게 바로 당신이지. "232



사랑이 우습지 않으며, ...

사람들은 온몸과 마음으로 사랑하며...

사랑이 사랑으로,

고통이 고통으로 머물고,

아직 가치들이 유린되지 않았다. 529

_농담. 밀란 쿤데라



‘왜‘라는 질문을 잃어버리는 순간
아이는 어른이 된다. - P183

좋은 기억도 있다. 아기 살결과 같은...
단 한 방울의 독으로 모든 그림이 바뀐다...
그것을 찾아야 한다.
죽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한다.
이 지옥에서 탈출해야 한다. - P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