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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평점 :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 아니다. 한 권씩 읽어갈수록 점점 흥미로워진다. 안개 낀 저수지의 물안개가 펼쳐진다. 그곳에 있는 아저씨는 신발 한 짝을 발견하게 된다. 신고전화를 하는 와중에 곁에는 한 사람이 더 있다고 한다. 경찰이 찾아와서 소녀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실종된 남학생에 대한 질문들이다. 소녀는 그 남학생의 여자친구였으며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다는 증언과 증거들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종된 남자친구에 대해서 전혀 놀라지도 않는 소녀의 모습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게 된다. 소녀와 단둘이 남학생이 그 저수지에 가게 된 이유가 전해진다.
누군가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 같아서 금방 베어버릴 것 같다고 한다. 말이 지닌 날카로움과 가면을 쓰고 포장되는 말들도 사건의 흐름을 차지한다. 한 사람의 진술만을 듣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진술을 듣는 것은 상당히 다른 상황이 되어버린다. 종합하면서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게 되는 순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하는 소설이다. 진짜의 모습과 포장된 가짜의 모습들이 대조를 이루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마음에 곰팡이가 있다는 말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마음이 병든 아이는 부모님과 친구들, 남자친구까지도 모두 전염시켰다면서 경찰은 비유를 한다. 사랑하는 것인지 협박하는 것인지 왜곡되는 감정들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인물을 다시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치밀하게 세워놓은 계획들이라고 믿지만 들통난 인성은 걷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친구관계도 문제를 일으키고 연인 관계도 기우뚱한 사이가 되어 버린다. 가스라이팅, 정신적 학대, 언어폭력 등으로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실종된 남자친구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드러나는 진실에 한 번 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이야기이다. 괴괴하다는 말의 의미가 설명된다. 쓸쓸할 정도로 고요한 걸 괴괴하다고 말한다는데 저수지에서 소녀의 기분이 설명된다. "정적이 괴괴하게 흘렀고 그 고요 때문에 난 미친 듯이 쓸쓸해졌어."(162쪽) 외로움에 침식당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소녀의 인성과 삶까지도 무섭게 휘어잡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의사인 아버지, 대기업 직원인 어머니의 일중독 현상에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에 익숙해졌던 날들은 소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도 이야기된다. 소녀의 이야기와 진짜 모습은 매우 달라진다. 반전 있는 소설이라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읽은 작품이다.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사랑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왜곡된 사랑은 아닌지, 흉포한 사랑은 아닌지, 가면에 감추어진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불안과 초조한 감정을 숨겼다고 착각한 모습까지도 감지한 장면들까지도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늘 tv를 켜 놓고 잤어.
그러면 덜 외로우니까.
칭찬 한마디를 들으려고 버텼어.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까. 126
네가 여자 친구를 과시용으로,
보여 주기식 존재로 만드는 것 같지 않냐고 115
그 애가 좋아하는 대로 다 맞추는 게 사랑은 아니야.
널 있는 그대로 좋아해 달라고 해야지.
그 애가 좋다는 대로 널 다 바꿀 순 없어.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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