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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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떤 방식으로 평가를 한다고 해도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 중 김훈을 빼놓고 얘기를 한다는 것은 일부러 빼놓지 않고서야 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그의 글에 매혹되고 매력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의 글에 담겨진 시선과 관점에 대해서는, 은연중에 느껴지는 그의 생각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무작정 동의하지도 못하겠고 생각의 거리를 진지하게 따져보고 여러 방식으로 검토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글이 이 시대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그를 추켜세우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김훈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중요 작가 중 한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 김훈의 작품들 중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조금은 소박한 소품과도 같은 모양새를 갖고 있는 ...’는 한편의 우화이면서도 항상 그렇듯 삶을 관찰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는 김훈 특유의 구성을 잃지 않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명확하게 어떤 지역인지에 대해서(수몰이 예정된 지역이라는 것과 바닷가라는 점을 빼놓고는 되도록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시대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지 않으며 진행시키고 있는 ...’는 그래도 어쨌든 비교적 최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몇몇 소품들(휴대전화, 자동차 및 기타 등등)을 등장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현재와 과거를 겹쳐놓도록 의도하면서 불필요하게 어떤 시대인지를 알려주려고 하질 않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우화 같으면서도 무척 현실적인 분위를 만들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기존 김훈의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좀 더 온화하고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어김없이 김훈이 갖고 있는 냉소와 허무가 느껴지기도 하고 인간 세상에 대한 차가운(혹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그러면서도 환멸의 시선을 갖지는 않고 있다) 김훈의 작품답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김훈의 시선과 관점을 잃지 않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개의 입장에서 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어쩐지 그저 개의 입장에서가 아닌 좀 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혹은 김훈이 생각하는 요구사항들을, 그게 아니면 김훈이 생각하는 (그게 옳건 그르건 맞던 틀리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혹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세상의 법칙을 알려주려고 하는 듯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야만 온갖 것들에 눈치를 살피는 개의 본성과 이유들에 대해서 그리고 주인에 대한 개의 여러 입장과 생각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에 대해서 왜 그렇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언제나처럼 육체에 대한 집착과 냄새에 대한 풍부한 표현(집요할 정도로 냄새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과 같이 김훈의 작품들에서 자주 접해왔던 관심들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다.

 

김훈은 다른 작가들이 다뤄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무척 상세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있다. 물론, 반대로 다른 작가들은 김훈이 놓치거나 무관심한 것들에 대해서 열중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김훈의 관심이 좀 더 눈길을 끌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이렇듯 ...’는 지금껏 김훈에게서 느껴지지 않던 모습들을 접하게 되기도 하면서 항상 김훈에게서 찾게 되었던 점들도 함께 겹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항상 그렇듯 김훈은 예민한 감각으로 우리들에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살아남는 것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알려주고 있고, 단지 그것만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김훈의 입장과 생각에 많은 공감을 하거나 동의하진 않아도 존중하고 함께 그 생각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훈은 그 살아남고 살아감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항상(은 아닐지라도) 그런 얘기를 하는 존재들이 남성-수컷이라는 점이라는 것이(중심에 놓여있다는 것이) 인상적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다양한 논의를 끌어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런 남성-수컷들이 피곤으로 얼룩지고 항상 좌절하고 패배하게 된다는 점도 관심이 가지만 이런 우화에서조차 김훈은 어김없이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비극과 낭패 그리고 절대적 패배를 숨겨놓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일 것 같다.

 

그는 어떤 순간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소품처럼 느껴지고 조금은 자신만의 방식을 억제하고 있는 ...’에서 좀 더 그만의 모습들을 더 찾게 되고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결론은 그에게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참고 : 작가들에게 개라는 동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당장은 폴 오스터의 동행이 떠올려지기는 하지만 그건 읽기는 했어도 전혀 기억나지도 않고 단순히 몇몇 작가들의 글을 통해서 무언가를 비교하거나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있기 때문에 그저 생각이 떠돌기만 하는 것 같다. 단순히 인간에게 가장 친밀한 동물이라는 식으로 가볍게 정리하기에는 조금은 아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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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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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워낙 순식간에 수많은 것들이 변해버리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무언가에 미치고 싶어도 시간에 쫓기기만 한, 촉박하게만 느껴질 뿐이고 잘게 잘려진 종잇조각처럼 시간은 한없이 부족한 기분이 들고 초조함에 시달릴 뿐인 시대인 것 같다. 그러니 이런 세상에서 무언가에 집착하고 집요하고 파고드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수준의 미치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빠져들기에는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애써본다고 해도 쉽지는 않은 일이 된 것 같다.

 

아니, 혹시 그 반대이진 않을까? 돈과 관련된 것이라면, 혹은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이라면 세상 사람들 누구나 미쳐있고 그 누구보다도 높은 경지에 올라서려고 애쓰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따져본다면 지금 시대에서 무언가에 미쳐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떤 것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삶을 살아가면서 그다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매달려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언가에 대해서 파고들지 않고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영역으로, 그곳에 겨우겨우 닿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이들의 통찰력과 정곡을 꿰뚫는 이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접할 때면 그까짓 돈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넘어서 그렇게 열중하고 한없는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삶을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필요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열중이 어떤 통찰력을 혹은 날카로운 시선을 갖도록 만드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것에 통달한 사람은 다른 것에도 쉽게 이해하기 마련이니까.

 

조금은 선정적인 제목인... 하지만 내용을 읽었다면 앞의 미쳐야와 뒤의 미친다의 단어가 비슷하면서도-닮았으면서도 닮지 않고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미쳐야 미친다는 조선 시대를 살아간, 옛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내면과 삶의 태도 그리고 그들이 살아갔던 시대의 풍경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깊은 애정 속에서 조선 시대의 선비들의 삶을 바라보고 있고, 그들의 다양한 관심과 지적 탁월함 그리고 뛰어난 글재주와 함께 우정과 낭만, 가족에 대한 애정과 같은 따뜻한 정서들을 다루기도 하면서도 주류에서 벗어난(그들이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울분과 슬픔 혹은 좌절과 낭패 혹은 절망감 또한 다뤄내고 있다.

 

3개의 장으로 나눠져 있고, 각 장마다 여러 자그마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미쳐야 미친다는 앞서 언급했듯이 조선시대를 살아간 지식인들의 삶을 엿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조선시대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혹은 옛 고전들과 옛 시절의 삶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옛 시절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기보다는 그 시절을 살아간 탁월한 글쟁이들의 혹은 지식인들의 빼어난 글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매혹되어 지금 시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글-문장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본다면 무척 해괴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상한 것들에 집착하고 열중하는... 자신의 목숨조차 내놓을 정도로 무언가에 파고드는 선비들에 대한 이야기인 1장 벽에 들린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은 그런 저런 내용들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읽는 재미가 적기는 했지만 옛 시절의 글들이 만들어내는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아쉬움이 있음에도 그저 즐겁게 글들을 즐기게 되었던 것 같다.

 

우정과 특별한 만남과 같은 주제들에서는 아주 크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내용이 없어서 조금은 느슨해지는 읽기가 되었지만 깨달음에 대해서 그리고 문장의 구조와 이어짐 그리고 어떠한 것에 대해서 읽어내는 것에 대해서는(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사물과 관계 및 기타 다양한 해석과 분석 그리고 이해에 대해서) 곱씹어 생각할만한 내용들을 담아낸 3장은 나른한 기분으로 읽게 만들면서도 순간순간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번뜩이는 통찰력을 느끼기도 했다.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 옛 글들을 찾게 되고 꾸준히 읽어나가게 되는 것 같다.

지금 시대의 글쟁이들은 어떤 식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글과 문장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소중한 글들과 이야기들을 단정하면서도 한없이 그리움을 간직하며 써낸 저자의 복잡한 심경이 담긴 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저자의 글에서 느껴지는 정서가 미쳐야 미쳤던 이들의 삶이 다른 시대이고 다른 관점과 태도들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천박함으로만 똘똘 뭉쳐진 시대를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그래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연 나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지금 세상을, 이 시대를 생각하고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참고 : 조선 지식인들의 내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조선 지식인이 아닌 저잣거리의 평민-민중들의 삶에 대해서는 조금은 무심하게 느껴져 아쉬웠었다.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어쩌면 지식인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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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 / 민음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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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야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야구란 무엇인가는 야구만이 아닌 그밖의 것들을 혹은 야구 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대입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무척 흥미로운 저작이었다.

 

이렇게까지 인상적인 작품을 읽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좀 더 흥미진진하게 읽혀지게 되었고 여러 생각들을 겹쳐놓으며 읽어 나가게 되었던 것 같다.

 

단순히 공을 던지고 그걸 방망이로 치는 경기가 아닌 때로는 과학이 되기도 하고 그걸 넘어서 예술이 되기도 하는 야구라는 운동경기에 대한 온갖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는 야구란 무엇인가는 수십 년간 야구 기자 생활을 해왔던 저자의 경험과 관찰 그리고 오랜 세월을 겪으면서 얻게 된 깨달음과 통찰력으로 가득하면서 그것이 단순히 야구에 대한 이해와 지혜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시선과 관점으로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식견으로 가득한 것 같다.

 

야구경기가 이뤄지기 위한 여러 조건들과 각 선수별 위치에 대한 해박한 설명과 함께 야구에 관한 규칙들 그리고 경기가 이뤄지고 진행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하며 그것들이 어떤 역사적 변화들을 겪었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단순히 야구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야구를 둘러싸고 있는 온갖 것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야구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도록 해주고 있다.

 

쉽게 말해서 야구장 안에서 벌어지게 되는 것들만이 아닌 야구장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게 알려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야구에 대해서 폭넓게 이해시켜주고 있다.

 

야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관심을 갖고 있었기는 했지만 내용을 읽어낼수록 그동안 몰랐던 내용들과 재미난 내용들이 계속에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보물 같은 책을 우연하게라도 읽게 되었다는 것에 큰 기쁨을 얻게 되었고 온갖 경험들을 다 겪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관점들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와 함께 그것들 중에서 어떤 것들을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서둘지 않고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야구 경기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관계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런 여러 관점들과 생각들을 조망하고 있는 저자의 폭넓은 관점에 감탄하게 된다.

 

무언가에 대해서 한없이 애정을 갖고 그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한다면 저자와 같이 누구보다도 먼 곳을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게 될 수 있는 것인가?

 

때로는 그런 통찰력과 지혜가 부럽기만 할 뿐이고,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깝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욕심처럼 그런 현명함과 통찰력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고 싶지만...

그건 항상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 것 같다.

 

좀 더 많은 것을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방법만이 유일한 방법일 것 같다.

 

그것 자체를 사랑하고 그것을 인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무언가를 찾아내게 될 것이다.

설령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결과는 안타깝지만, 과정 또한 소중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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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밀리언셀러 클럽 120
돈 윈슬로 지음, 전행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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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윈슬로의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은 인상적인 제목과 함께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책표지로 인해서 범죄소설인지 그게 아니면 그와 유사한 느낌의 (범죄소설처럼 보이지만 결국 로맨스로 채워진) 10대 취향의 소설인지(왜 그런 것들 있지 않은가? ‘트와일라잇과 같은 성향의 작품들) 쉽게 예상할 수 없었지만 시리즈로 발표될 정도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완성도를 보여줄 것 같았고, 소매치기 출신에 18세기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고 의문의 실종 사건을 파헤친다는 설정과 줄거리에서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생각보다는 흥미진진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조금은 느슨해지는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흡인력 있는 이야기와 예측을 조금은 넘어서는 진행은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꽤 즐겁게 읽게 될 것 같다.

 

지하...’는 우선 작품의 주인공 닐 캐리라는 등장인물이 무척 흥미로운 배경-설정을 갖고 있는데,

 

소매치기이며

고아나 마찬가지이고

어린 시절부터 탐정 혹은 도둑질에 관한 수많은 것들을 배웠으며

그러면서도 문학과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어서 그쪽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고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뜻과는 다르게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탐정 일을 해야만 하고

왜소한 체격과 (탐정과 관련된 일에 대한) 탁월한 재능

똑똑하고 재치가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부분들도 있고, 거기에 냉소적이고 빈정거리는 말투가 더해지면서 무척 인상적으로 기억되도록 닐 캐리라는 존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첫 작품부터 이렇게 완성된 등장인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 나름대로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고, 그렇기 때문인지 닐 캐리가 겪는 모험-고난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로 가득하면서도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선명하고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닐의 주변에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음울하고 모호하게만 느껴지는 (‘지하...’와는 다른 성향의) 범죄소설에 비해서 무척 재미에 충실하고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이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이야기의 얼개도 무척 만족스럽다), 닐이 어떻게 가문의 친구들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지에 대한 닐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와 현재 맡게 된 사건이 번갈아 진행되면서 닐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함께 닐의 주변 인물들의 관계들에 대해서도 현재와 과거를 통해서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작품의 시작은 뉴욕이었지만 대부분의 배경은 영국의 런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셜록 홈즈나 기타 작품들에서 다뤄지던 음울함으로 자욱한 분위기의 런던이 아닌 여름의 열기로 가득한데, 간혹 어두운 분위기가 내비치기는 하지만 대분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쾌활한 느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두운 성향의 작품을 싫어하는 이들도 만족스럽게 읽게 될 것 같다.

 

마약과 관련된 내용들이 있어서 조금은 싫어하게 될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재미에 충실하고 빨려든다는 느낌이 들게 될 정도로 흡인력 있어서 읽는 재미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닐 캐리의 독백을 통해서 혹은 혼잣말을 통해서 여러 문학작품들을 인용하거나 은유적이고 뒤틀린 비웃음과 냉소, 비아냥거림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런 내용들을 통해 닐 캐리라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기도 했지만 작품의 내용과는 별개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게 느껴졌으며, 간간히 도시에 대해서 그리고 도시에서의 삶과 사람들에 대해서 감상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범죄소설이 결국에는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단순히 범죄에 대한 집요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개성 있는 등장인물을 창조해내는 것을 넘어서 도시에 관해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하는지를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러모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그의 다른 작품인 개의 힘도 무척 관심을 갖게 된다.

 

 

 

 

참고 : 닐 캐리 시리즈 01 이라는 표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후에 닐 캐리 시리즈가 추가로 번역-출판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 같기에 아무래도 읽는 이들의 호응이 적어서 조금은 미루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름 괜찮은 작품인데... 더디더라도 꾸준히 번역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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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펭귄클래식 14
김시습 지음, 김경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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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의 금오신화는 아마도 초중고 교과서 중 어딘가에서 들어보았던 기억만이 남는 그렇고 그런 책이었다. 알고는 있지만 읽으려 하지 않는... 전혀 관심도 없이 단지 암기를 위해서 알고만 있을 뿐이고 기억에 여전히 남겨져 있을 뿐인... 그런 책이었다.

 

이런 저런 책들을 뒤지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금오신화는 생각보다 얇은 부피의 책이었고, 그렇기 때문인지 제목을 알고 있는 책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 읽어보게 되었는데, 고전소설(이런 식의 표현이 적합한지는 의문스럽지만)에 대한 관심은 항상 컸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궁금함이 있어서 읽게 되었고, 생각보다는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될 수 있었다.

 

5편의 단편이 모아진 금오신화는 엇비슷한 내용들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현실세계에서 사후세계 혹은 현실과는 다른 영역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오는 이야기 구성으로 이뤄져 있고, 그 과정과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이야기 속에서 여러 흥미로운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쩐지 그런 의미에서는 나카자와 신이치가 언급한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이 떠올려지기도 했는데, 현실세계에서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오간다는 것이 무척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한 것 같다는 점에서 작품해설에서의 김시습-‘금오신화에 대한 분석과 많이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와 함께 (마치 희곡에서의 합창이나 오페라의 아리아처럼) 시가 함께 꾸며져 있어서 글자 그대로 고전의 느낌이 많이 풍기고 있는데, 남녀 간의 애달픈 사랑도 있고, 전란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비극적으로 이별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는 등 현실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실들을 함께 관련지으며 좀 더 현실성을 혹은 역사성과 지역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있다.

 

고전 문학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저 읽고 읽어내기만 할 뿐이지만, 때때로 정치적이거나 그 시대의 사고구조를 엿보게 되는 순간들도 있어서 조금 더 흥미를 끌게 되기도 했다.

 

함께 수록된 작품해설을 통해서 그와 관련된 내용들을 많이 알아낼 수 있기도 해서, 단순히 교과서에서 언급된 소설을 실제로 읽어본다는 호기심도 채울 수 있었지만, 고전을 읽으며 과거의 삶의 모습들과 고민들 그리고 웃음기 가득한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좀 더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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