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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ㅣ 펭귄클래식 14
김시습 지음, 김경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아마도 초중고 교과서 중 어딘가에서 들어보았던 기억만이 남는 그렇고 그런 책이었다. 알고는 있지만 읽으려 하지 않는... 전혀 관심도 없이 단지 암기를 위해서 알고만 있을 뿐이고 기억에 여전히 남겨져 있을 뿐인... 그런 책이었다.
이런 저런 책들을 뒤지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금오신화’는 생각보다 얇은 부피의 책이었고, 그렇기 때문인지 제목을 알고 있는 책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 읽어보게 되었는데, 고전소설(이런 식의 표현이 적합한지는 의문스럽지만)에 대한 관심은 항상 컸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궁금함이 있어서 읽게 되었고, 생각보다는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될 수 있었다.
5편의 단편이 모아진 ‘금오신화’는 엇비슷한 내용들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현실세계에서 사후세계 혹은 현실과는 다른 영역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오는 이야기 구성으로 이뤄져 있고, 그 과정과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이야기 속에서 여러 흥미로운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쩐지 그런 의미에서는 나카자와 신이치가 언급한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이 떠올려지기도 했는데, 현실세계에서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오간다는 것이 무척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한 것 같다는 점에서 작품해설에서의 김시습-‘금오신화’에 대한 분석과 많이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와 함께 (마치 희곡에서의 합창이나 오페라의 아리아처럼) 시가 함께 꾸며져 있어서 글자 그대로 고전의 느낌이 많이 풍기고 있는데, 남녀 간의 애달픈 사랑도 있고, 전란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비극적으로 이별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는 등 현실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실들을 함께 관련지으며 좀 더 현실성을 혹은 역사성과 지역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있다.
고전 문학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저 읽고 읽어내기만 할 뿐이지만, 때때로 정치적이거나 그 시대의 사고구조를 엿보게 되는 순간들도 있어서 조금 더 흥미를 끌게 되기도 했다.
함께 수록된 작품해설을 통해서 그와 관련된 내용들을 많이 알아낼 수 있기도 해서, 단순히 교과서에서 언급된 소설을 실제로 읽어본다는 호기심도 채울 수 있었지만, 고전을 읽으며 과거의 삶의 모습들과 고민들 그리고 웃음기 가득한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좀 더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